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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컨트롤 타워 없이 '빈 교실 어린이집' 엇박자 내는 정부

초등학교의 빈 교실을 활용해 어린이집을 만드는 문제를 두고 교육부와 복지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경기도 분당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중앙포토]

초등학교의 빈 교실을 활용해 어린이집을 만드는 문제를 두고 교육부와 복지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경기도 분당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중앙포토]

초등학교 빈 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교육계와 보육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정부 부처 간에 제대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갈등을 키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후 첫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각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소통과 논의의 장을 확대하자”고 언급한 것과 정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법사위 계류 중
초등 빈 교실 어린이집 활용하자는 내용

복지부 “빈 교실 활용하면 비용 절감” 찬성
교육부 “국공립유치원 증설이 우선” 반대

법안 발의 후 10개월 간 협의 없어
부처 간 불통이 갈등 키웠다는 지적

빈 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만들자는 의견은 지난달 말부터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됐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초교 유휴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용도 변경할 수 있다’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지난 1월이었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 의결을 거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무산됐다. “교육계와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비용이 저렴하고 보육의 질이 높아 대부분 학부모가 선호하지만 전체 어린이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정도밖에 안된다. 복지부는 저출산 영향으로 매년 학생 수가 줄고 있기 때문에 빈 교실을 활용해 어린이집을 만들면 예산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어린이집 하나를 신축하려면 평균 16억8000만원이 드는데 빈 교실을 활용해 리모델링하면 1억 2000만원이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시도교육청과 학교들은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빈 교실이 생겨도 초등돌봄교실·교과교실·급식실 등 시설 확충을 먼저 해야 하고, 빈 교실이 있어도 어린이집보다 국공립유치원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논리다. 교육부는 2022년까지 빈 교실을 이용해 국공립유치원과 특수학급을 증설할 계획을 세웠다. 또 교육부 소관인 학교 안에 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이 들어설 경우 안전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도 문제다.
 
이를 두고 정부 부처 간에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인순 의원이 법안이 발의되고 상임위를 통과할 때까지 약 10개월이 걸렸다. 그동안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이와 관련해 단 한 번도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법안 발의 후 시도교육감의 현장 반응을 수렴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게 전부다. 
사회관계장관회의나 차관회의 등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적도 없다. 사회관계장관회의는 초등 돌봄교실이나 학교폭력처럼 부처의 경계를 넘어 공동으로 추진해야 할 안건을 점검하고 심의하는 자리다. 교육부를 비롯해 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등의 장차관급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한 교육계 인사는 “사회관계장관회의의 취지가 부처 간 연계·협력하고 국정과제 세부 이행방안을 논의, 추진하는 자리인데 부처 간 소통이 안되는 것 같다”며 “정부 내부에서조차 통일된 의견을 보이지 못하는데 국민들이 어떻게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를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익현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장은 “의원이 입법한 상황이라 부처 간 조율이 의미가 없다. 조만간 복지부와 협의해 현장의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빈 교실을 활용해 어린이집을 지으면 비용이 절감된다"며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지지하지만, 교육부는 "국공립유치원 등을 증설할 예정이라 여유교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중앙포토]

보건복지부는 "빈 교실을 활용해 어린이집을 지으면 비용이 절감된다"며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지지하지만, 교육부는 "국공립유치원 등을 증설할 예정이라 여유교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중앙포토]

정부 내부에서조차 엇박자가 빚어지는 이유는 유아교육(유치원)과 보육(어린이집)이 분리돼 있어서다. 유치원은 교육부 소관인데, 어린이집은 복지부 소관이다 보니 법·제도적 관리 주체 다르고 업무 협력도 잘 안 된다. 학교 안에 어린이집이 들어선다 해도 소관 부처부터 운영 주체, 교사 등이 나뉘어 있다 보니 공간만 나눠 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엇박자를 내는 동안 현장의 갈등만 커졌다. 학교 빈 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하는 법안이 교육계의 반대로 무산된 것과 관련해 현장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내년 6월 출산을 앞둔 홍모(35·서울 도곡동)씨는 “남는 교실을 활용해 국공립어린이집 만들면 맞벌이 가정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교육계에서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혐오시설이 들어오길 꺼려하는 지역이기주의와 비슷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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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은 국공립유치원 증설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3살, 7살 자녀를 둔 이수정(34·서울 신림동)씨는 “국공립유치원에 들어가는 게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데 빈 교실에 어린이집을 우선 짓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국공립유치원 문제부터 해결하고 나서 어린이집을 만드는 것을 논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유보통합이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이를 추진할 기구도 없다. 지난 13일 대통령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가 발족했지만 유아와 보육을 아우르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기는 역부족이다. 민간위원과 위원장 12명 가운에 유아교육이나 보육전문가가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에서 꾸려진 영유아교육보육 통합추진단(유보통합추진단)은 내년 1월로 임기가 끝난다. 이정욱 덕성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지난 정부에선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평가체제, 시설기준 등을 단일화할 만큼 진도가 꽤 나갔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흐지부지 됐다. 유보통합을 계속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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