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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비트코인 사다리’의 유혹

김경희 중앙SUNDAY 정치부 기자

김경희 중앙SUNDAY 정치부 기자

“하아, 허무하네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배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광풍을 몰고 온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어 ‘벼락부자’가 된 또래들의 사연을 듣고서다.
 
한 20대 남성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투자해 20여억원의 이득을 본 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고 한다. 마지막 출근 날 전 사원의 회식 비용을 댔다는 말도 들린다. 또 한 30대 남성은 300만원으로 시작해 10억원을 벌었다고 한다. 아예 회사를 때려치우고 여기에 몰두했단다. “저도 비트코인으로 ‘흙수저’에서 탈출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후배가 피식 웃었다.
 
‘비트코인 억만장자’들의 탄생이 뭇 월급쟁이의 삶을 뒤흔들고 있다. 그저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가 아니다. 지인의 지인, 혹은 한 다리 더 건넌 사람의 경험담이 육성으로 전해져 온다. 로또 1등 당첨은 전생에 덕을 쌓아야 누릴 수 있는 먼 얘기 같았지만 암호화폐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가까이에 있다 보니 유혹이 더 크다. 거래방식도 간편하고 단순해 ‘깡’만 있으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합법의 테두리 안에 있지만 한탕주의·중독성에 대한 우려는 계속 나온다. 이미 재미 볼 사람들은 다 봤고 막차 타는 이들이 독박을 쓸 거란 얘기도 심심찮게 들리지만 그 와중에도 오르는 종목들은 여전히 있다.
 
특히 젊은 층에 비트코인은 계층 상승의 사다리처럼 여겨지는 듯하다. 암호화폐 거래자들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2030이 상당수라고 한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이 투자자 4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20대와 30대 이용자가 각각 29%였다. 정부가 미성년자 거래 금지 방침을 발표했지만 이미 쉽게 돈 버는 맛을 본 중고생도 적지 않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집이 어려워져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시급 2510원을 받아 가며 방과후나 주말을 이용해 일하면 한 달에 10만~20만원을 벌었다. 독서실 등록비, 교재비로 쓰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었지만 되돌아보면 참 뿌듯한 시간이었다.
 
그때의 나는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인정받고 성실함이 보상받을 수 있는 사회가 가능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만 가지고 살기에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인심은 팍팍해졌다. 암호화폐 투자의 옳고 그름을 논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돈도 없고 깡도 없는 필부필부들이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나 보람된 하루를 살아내길 응원하고 싶을 뿐이다.
 
김경희 중앙SUNDAY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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