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남정호의 시시각각] 위안부 합의 폐기, 북핵 개발 돕는다

남정호 논설위원

남정호 논설위원

2012년 1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쏘아 올린 직후 해군은 서해에서 전략적 보물을 건진다. ‘은하’라는 파란 글자가 선명한 로켓 1단 발사체였다. 2005년 이후 북한은 100여 발의 로켓·미사일을 쏴댔지만 온전한 발사체가 인양된 건 이때가 유일했다.
 

일본 제공 정보가 북핵 부품 반출 막아
합의 폐기보다 단점 보완이 바람직해

기대대로 발사체는 많은 정보를 준다. 상당수 부품이 북한 밖에서 만들어진 사실이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구소련·중국 외에 영국·미국·스위스에서 제조한 직류전환기·온도감지기 등 14개 품목이 나왔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었다. 한국산 SD램 반도체가 발견됐던 것이다. 누군가 문제의 부품들을 외부에서 구해 북한에 들여보낸 게 틀림없었다.
 
당국이 추정하는 채널 중 하나는 재일교포를 통한 루트다. 친북 성향의 조총련계 교포가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필요한 부품을 구해 보냈을 공산이 크다는 거다. 특히 이들 중에는 한국 국적으로 위장 전향한 뒤 서울을 휘젓고 다니는 경우도 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당국은 수많은 조총련계 인사 중 누가 위험한지 알 턱이 없다. 이런 허점을 메워 주는 게 일본 측 정보다. 이를 바탕으로 당국은 북한 핵·미사일에 쓰일 핵심부품의 밀반출을 감시한다. 일본과의 안보 협력이 왜 필요한지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다. 2년 전 위안부 합의를 섣불리 깨선 안 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가 집권 후 우선적으로 추진한 작업 중 하나가 위안부 합의 재검토였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7월 말 체결 경위 등을 점검하는 위안부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다. 위안부 TF는 합의 체결 2주년인 28일을 전후해 30~40쪽의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고 한다. TF 측은 조사 결과에 말을 아낀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로는 “합의 도출 과정에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9일 일본에 가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상을 만난 것도 이에 대한 양해를 얻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조사 결과를 근거로 위안부 합의를 깬다면 이는 한·일 관계를 불구덩이로 던져넣는 꼴이 된다.
 
북한의 핵 위협을 함께 마주한 한국과 일본으로서는 적어도 생존을 위해 힘을 합치는 게 당연하다. 위안부 합의를 깸으로써 양국 간 믿음에 굵은 금이 가면 안보 협력에도 타격을 줄 게 뻔하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중 때 처절하게 보지 않았나. 중국을 안보 파트너로 삼는다는 게 얼마나 불안한 일인지를 말이다.
 
그러니 위안부 합의를 깨는 대신 이를 보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게 옳다. 되짚어 보면 잘못된 한·일 간 협정·합의 중에도 제대로 손을 봐 바로잡은 사례가 꽤 있다. 재일교포와 이들 자녀의 특별한 신분을 규정한 1965년 ‘한일법적지위협정’이 바로 그랬다. 이 협정에서는 재일교포 3세의 지위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어 오랫동안 양국 간의 논쟁거리였다. 결국 두 나라는 협정을 깨는 대신 3세에 대한 특별지위를 인정하는 쪽으로 보완함으로써 슬기롭게 문제를 풀어냈다.
 
위안부 합의에서 우리가 분노해야 할 대목이 적잖은 게 사실이다. 일본 측 사과도 미진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을 미리 얻지 않은 것도 잘못이다.
 
그럼에도 합의를 깨는 것보다는 일본 총리의 사죄 편지를 주한 일본 대사가 피해자 할머니에게 직접 전달하는 식 등의 보완책으로 푸는 게 바람직하다.
 
일본의 전략적 가치를 무시하고 서로 완전히 등을 돌리게 하면 우리의 안보에 큰 구멍이 뚫릴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남정호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