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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판교 달릴 자율주행 1호 버스, 핵심 부품은 90%가 수입산

이르면 28일부터 자율주행버스가 실제 도로를 달린다. 경기도는 자율주행버스 ‘제로셔틀’의 시범주행을 위한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인증이 완료되면 이 버스는 새로 조성 중인 IT산업단지 '판교 제로시티' 입구부터 지하철 신분당선 판교역까지 5.5㎞ 구간을 왕복한다.  
경기도의 의뢰를 받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개발한 국내 첫 자율주행버스 '제로셔틀'. 이르면 올해 안에 도심 시범주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사진 경기도]

경기도의 의뢰를 받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개발한 국내 첫 자율주행버스 '제로셔틀'. 이르면 올해 안에 도심 시범주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사진 경기도]

 

연내 판교 달릴 '제로셔틀'로 본 한국 자율주행 기술
경기도·융합기술원 3년 연구 끝에 개발한 미니버스
차량 플랫폼 거의 국산화…SW도 직접 만들었지만

눈·귀 역할 센서·카메라는 아직 해외 업체에 의존
"당장 돈 되는 기술만 선호, 한국 산업의 고질병"
노사 갈등·통상임금 논란·과도한 규제 등에 발목
"4차산업혁명 핵심분야 R&D 못해"…불안감 커져

제로셔틀은 경기도의 의뢰를 받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융기원)이 3년간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개발한 11인승 미니버스다. ‘국내 최초 자율주행버스’란 타이틀을 단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버스의 뼈대·피부·근육 등은 모두 국내 업체에서 제작했지만 눈·귀·코의 역할을 하는 자율주행 핵심 기술은 대부분 해외 업체의 것이다. 국내에 아직 운전대를 믿고 맡길 만한 기술을 갖춘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의 카메라와 레이더(Radar)·라이다(Lidar) 센서는 운전자의 지각 능력을 대신하는 핵심 부품이다. 그만큼 중요하지만 국내 기술이 가장 뒤처져 있는 분야다. 사람의 눈처럼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전·후방 카메라센서는 이스라엘의 모빌아이 제품을 장착했다. 제로셔틀의 네 모서리에 달린 더듬이 모양의 장치에는 빛으로 거리를 측정하고 물체를 감지하는 라이다센서가 장착됐는데, 모두 독일 업체인 시크와 아이베오의 제품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또 제로셔틀 지붕엔 세계 1위 라이다 개발 업체인 미국 벨로다인의 32채널 라이다센서와 미국 노바텔의 위성항법보정시스템(DGPS)이 장착돼 있다. 버스의 가속도·방향·거리 등의 운행정보를 측정하는 관성항법장치(INS) 역시 영국 업체인 옥스퍼드테크니컬솔루션의 제품이다.  
 
그나마 제로셔틀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융기원에서 자체 개발한 게 다행이다. 이처럼 센서 관련 핵심 부품은 해외에서 들여왔지만 뼈대 역할을 하는 바디프레임(차체)과 섀시프레임(차대)은 국내 업체인 컨텍이앤엠과 대창모터스가 제작했다. 또 사람이 손을 대지 않아도 스스로 달리거나 방향을 바꾸는 무인 조향·제동·주행 시스템, 바깥 상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카메라 등은 국내 업체가 제작했다. 센서에 비해선 비교적 개발이 용이한 부품이다.  
경기도의 의뢰를 받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개발한 국내 첫 자율주행버스 '제로셔틀'. 이르면 올해 안에 도심 시범주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사진 경기도]

경기도의 의뢰를 받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개발한 국내 첫 자율주행버스 '제로셔틀'. 이르면 올해 안에 도심 시범주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사진 경기도]

 
제로셔틀 개발을 이끈 김재환 융기원 자율주행 연구실장은 “센서나 카메라 등은 국내 기술이 아직 글로벌 수준을 따라잡지 못해 90% 이상 해외 업체의 제품을 장착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시도를 통한 경험들을 국내 업체에 전달해 향후 기술 개발을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자율주행 기술이 미국 등에 비해 4~5년가량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센서 등 핵심 기술의 개발 속도가 더뎌서다.
 
김 실장은 "국내에선 아직 수요가 적어 관심이 낮았고, 완성차 업체 역시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해외 제품을 사서 쓰는 것이 더 이익이었다"며 "결국 시간과 돈을 덜 쏟게 되면서 핵심 기술 분야에서 뒤처지게 됐다"고 말했다.
 
기술 발전에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한 핵심 기술 개발보다 당장 돈이 되는 일에만 힘을 쏟은 결과란 얘기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10년 후에 엄청난 부가가치를 낳을 수 있는 기술보다는 올해 투자해 내년에 성과가 나는 것들에만 집중해 온 것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다행히 소프트웨어 기술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의뢰를 받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개발한 국내 첫 자율주행버스 '제로셔틀'. 이르면 올해 안에 도심 시범주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사진 경기도]

경기도의 의뢰를 받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개발한 국내 첫 자율주행버스 '제로셔틀'. 이르면 올해 안에 도심 시범주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사진 경기도]

 
업계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구글이나 우버 등 자율주행 기술에 공을 들이는 업체들은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점을 2020년 전후로 잡고 있지만, 국내에선 지난해가 돼서야 본격적으로 자율주행차의 시범 운행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산업 분야로 꼽히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자동차 산업의 비효율적인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율주행 기술이 중요하고 연구개발(R&D)에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도저히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고질적인 노사갈등, 고비용 생산 환경, 규제 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개발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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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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