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메르스 뒤 환자안전법 만들었는데, 병원 내 감염 3989건

경찰 수사관들이 19일 오후 서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경찰 수사관들이 19일 오후 서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병원 위생이 너무 허술하다. 아기가 빠는 ‘쪽쪽이’(공갈 젖꼭지)는 소독도 안 하고, 한 번 입은 위생복도 안 빨고 돌려 입더라.”
 

전담인력 배치 등 의무화했지만
의료진 매뉴얼 안 지키면 소용없어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미숙아의 유가족인 정모씨가 19일 아이와의 마지막 이별을 앞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다른 병원은 입는 옷, 소독 과정 등 체크 사항이 많았다. 한번 입은 옷은 바로 세탁수거함에 들어갔다”고 강조했다.
 
이대목동병원의 부실한 감염 관리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이 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 아이를 맡겼던 보호자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간호사가 비닐 장갑 없이 휴지로 인큐베이터 옆의 바퀴벌레를 잡았다”고 말했다. 신생아중환자실을 이용했다는 또 다른 아이 엄마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족 면회객들이 마스크를 안 쓰거나 손을 알코올 등으로 소독하지 않는 경우가 꽤 됐다”는 글을 올렸다.
 
관련기사
 
허술한 병실 관리는 곧 병원 내 감염으로 이어지기 쉽다. 홍정익 질병관리본부 위기대응총괄과장은 “이대목동병원의 감염 관리가 부실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며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의 감염 경로를 더 조사해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의료진이 매개체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대목동병원은 감염 관리를 잘하는 의료기관으로 꼽혀 왔다. 보건복지부가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의료기관 평가 인증 당시 ‘감염 관리’ 51개 항목 중 50개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병원 인증도 허술하다는 뜻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 때문에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병원 감염 실태를 다시 뜯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등의 영향으로 정부는 감염 관리 수가 신설, 전담 인력 배치, 병원 내 위원회 등을 신설하는 환자안전법을 지난해 7월 시행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7월~올해 6월 전국 193개 병원의 중환자실을 조사했더니 3989건의 감염 사례가 나왔다. 입원 1000일당 감염 건수는 2.87건이었다. 법 시행 전인 2015년 7월~지난해 6월의 2.76건보다 증가했다. 물론 신고가 잘된 이유가 있겠지만 의료기관 감염이 여전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감염 환자에게서 나온 미생물(세균 포함)은 총 3955건, 이 중 이대목동병원 사망 신생아에게서 검출된 것과 같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은 7건이었다. 메티실린·반코마이신 같은 항생제가 듣지 않는 수퍼박테리아도 상당수다.
 
미숙아 4명이 숨진 서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이 18일 폐쇄됐다. 최승식 기자

미숙아 4명이 숨진 서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이 18일 폐쇄됐다. 최승식 기자

신생아 중환자실은 감염이 심각하게 발생한다. 김애란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2011년 전국 11개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550명을 조사했더니 수퍼박테리아로 불리는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에 감염되는 일이 많았다. 입원 시 MRSA 보균율이 15%였지만 퇴원할 때는 22%로 올라갔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이 2002~2014년 신생아 중환자실 사망자 97명의 사인을 분석한 결과 감염에 따른 패혈증이 15.5%로 가장 많았다.
 
몇 년 새 감염 관리 인프라가 꽤 개선됐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신생아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생아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1명당 신생아는 3455명으로 조사됐다. 일본(810.8명)의 네 배가 넘는다. 그나마 동네 의원이나 중소 병원은 감염 관리 사각지대나 마찬가지다. 서울 서초구의 한 이비인후과에선 지난 7~9월 두 달간 근육주사를 맞은 환자 41명이 비결핵 항산균에 감염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대목동병원 사고는 우연이 아니라 ‘시스템 에러’다.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었는데도 구멍이 나면서 감염 관리의 민낯을 보여줬다”며 “인력을 더 투입하고 비용도 더 투자해야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의료 현장이 스스로 변하는 것이다. 병원 의료진이 이미 만들어진 매뉴얼과 규칙만 지켜도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 관리를 위한 의사와 각종 소모품을 지원하는 체계가 여전히 부족하다”며 “항생제 관리 수가 신설 등 기존의 대책이 제대로 실행되는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병원도 의료진 위생·감염 관리 행태를 바꾸기 위한 교육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김선영·백수진 기자 sakehoo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