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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 듯 영상인 듯 조각인 듯

후지필름×갤러리피시보 전시장 모습.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금민정 작가의 작품 ‘숨쉬는 문’(2014).

후지필름×갤러리피시보 전시장 모습.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금민정 작가의 작품 ‘숨쉬는 문’(2014).

같은 곳에서 다른 시기에 찍은 여러 이미지를 한장의 사진에 겹쳐 놓은 것 같다. 아니, 사진만은 아니다. 겹쳐진 이미지 중 일부에선 사람이나 사물이 움직인다. 사진과 영상을 콜라주 한 듯한 오용석 작가의 작품 ‘크로스’(2002)는 광화문·덕수궁·제주도 등을 배경으로 정지된 과거와 움직이는 최근을 하나의 풍경으로 교차해 묘한 향수를 부른다. 옆에 설치된 금민정 작가의 ‘Abstract Breathing RTO Ⅱ’(2013)는 또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중첩한다. 낡은 모습을 간직한 지금의 옛 서울역, 현재 ‘문화역 서울 284’로 불리는 건물의 공연장 RTO에서 창밖을 향해 찍은 영상이 마치 정지된 과거와 움직이는 현재를 합성이라도 한 듯 보인다.
 

서울 청담동 후지필름X 갤러리
백남준·육근병 등 6인 작품으로
장르 융합된 인터미디어 사진전

이같은 작품을 소개하는 서울 청담동 후지필름X 갤러리의 ‘피시보(P-15)’는 여러모로 재미있는 시도다. 사전전문 기업으로 출발, 현재에도 이름에 ‘필름’이 들어간 회사가 마련한 전시이지만 통상적인 사진전이 아니다. ‘인터미디어 사진전’을 내걸고 사진인 듯 아닌 듯 장르 융합적 성격이 강한 작품을 보여준다. 기획자 김용민 학예연구사(뮤지엄 SAN)의 표현을 빌리면 “사진의 바깥에서 사진을 응시”하는 전시다.
 
참여작가는 모두 6명. 특히 전시장 가운데 자리한 백남준, 육근병 작가의 작품은 이번 전시에 담긴 메시지를 각각 미디어 기술의 함의, ‘본다’는 것의 의미로도 확장한다. 육근병 작가의 ‘생존은 역사다’(2017)는 고통스러운 현대사를 비롯, 다양한 영상을 묵직한 원통 안에 보여주는 작품이다. 과거 프랑스 리옹 비엔날레에 초대형 크기로 선보였던 작품을 이번 전시에 맞춰 작게 새로 만든 것이다. 작가는 “생물학적인 것이 사라지는 것과 달리 생각은 기억이 되고 기억을 매체화시킨 것이 기록”이라며 ‘생존’의 의미를 기억의 생존, 기록의 생존으로도 풀이했다. 백남준 작품으로는 ‘미디어는 메세지’라고 설파했던 마샬 맥루한의 초상(1978), 쌓아 올린 브라운관을 폴라로이드로 찍은 사진(1989) 등을 선보인다.
 
전시는 내년 2월 11일까지. 무료 관람.
 
글·사진=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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