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랭던 시리즈 중 이번에 쓴 게 최고 작품”

’독자가 읽는 한 쪽을 쓰기 위해 열 쪽을 버린다“고 말하는 소설가 댄 브라운. [사진 문학수첩]

’독자가 읽는 한 쪽을 쓰기 위해 열 쪽을 버린다“고 말하는 소설가 댄 브라운. [사진 문학수첩]

 
오리진

오리진

이번에도 ‘불경죄’를 면키 어려울 것 같다. 새 장편소설 『오리진』(1·2권, 문학수첩·사진)을 세상에 내놓은 미국 작가 댄 브라운(53) 얘기다. 새 소설에서 그는 인간의 기원, 앞으로의 운명을 점친다. 호모 사피엔스를 위협하는 복병은 역시 AI, 폐기되는 건 기독교 창조론이다. 인간은 어떻게 생겨났고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런 문제를 과학적으로 따지다 보면 창조론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예수 결혼설을 꺼냈던 『다빈치 코드』, 반(反)교회 결사체 일루미나티를 그린 『천사와 악마』에 이은 또 하나의 ‘종교에 딴지걸기’다.

장편 『오리진』 출간한 댄 브라운
신이 과학의 도전에 살아남을까
독자가 읽는 한쪽 쓰려 열쪽 버려
4년 준비, 미국서 초판만 200만부

 
그는 정작 소설에서 어떤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e메일 질문지를 보내자 그는 음성녹음 답변을 보내왔다. 그를 인터뷰한 건 2009년 『로스트 심벌』을 발표했을 때 미국 보스턴에서 만난 후 8년 만이다.
 
새 소설도 성공적인 것 같다. 미국에서 초판만 200만 부를 찍었다고 들었다.
“한 번 성공하면 자꾸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글쓰기에는 어떤 보장도 없다. 집필을 마치고 매우 흥분했었는데 독자들도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아 매우 행복하다.”
 
이번 소설에서도 종교를 문제 삼았다. 종교에 적대적인가.
“나는 아주 복잡한 가정에서 성장했다. 엄마는 교회의 오르간 연주자로 활동한 신실한 분이었고, 아버지는 학교 수학 선생이었다. 과학과 종교의 세계에서 자란 거다. 열 살 무렵부터 종교에 대해 궁금증을 품기 시작했다. 몇몇 종교적 주장에는 심각한 의문까지 품게 됐다. 그런데 과학 속으로 발을 디딜수록 종교와 과학이 결국 같은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과학을 깊게 파고들면서 들었던 궁금증은 점점 종교적인 성격을 띠게 됐다. 종교에 대한 내 궁금증은 종교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지, 지적인 사람은 합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만 믿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내 궁금증은 영적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인 것이다.”
 
이전 작품과 새 소설을 비교한다면.
“쓰면서 만족스러웠고, 독자들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 나의 로버트 랭던 시리즈 중 최고가 아닐까 한다.”
 
책의 핵심 메시지를 꼽는다면.
“과연 신이 과학의 도전에 맞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신이 과학의 도전을 이겨낼 수 있나, 인류는 신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단계까지 진화할 것인가를 그려보고 싶었다.”
 
소설에서 창조론을 문제 삼았다.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창조론은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설명하는 하나의 우화다. 하지만 뭔가 배울 수 있는 도덕적인 이야기이지, 과학적이지는 않다.”
 
중앙일보 독자들을 향한 메시지다. [사진 문학수첩]

중앙일보 독자들을 향한 메시지다. [사진 문학수첩]

앞으로 인류의 운명은 어떻게 된다고 보나. 기술의 노예가 되나.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기술 가운데 무기화되지 않은 것은 없었다. AI가 사악한 목적에 사용되지 않으리라고 보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 언젠가 AI가 인간이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인간을 사냥하는 날이 오는 건 아닐까. 나는 AI 기술 개발자들이 그런 위험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영화 ‘터미네이터’ 식의 미래가 될 것 같지는 않다. AI가 지구를 접수한다면 인간을 사냥하는 로봇을 통해서가 아니라, 수도 공급을 끊거나 인간 지시대로 일하지 않는 방식을 통해서일 것 같다. 컴퓨터들이 인간에 협조하지 않기만 해도 인간은 오래 살지 못한다.”
 
당신 소설은 과학의 새로운 연구 성과와 미술·역사·건축 등 인문학 지식을 알기 쉽게 버무린, 대중적인 교양소설 같다.
“맞다. 그게 바로 내가 이번 소설에서 시도한 거다. 재미있는 세계, 책장을 넘기는 게 즐거운 스릴러를 쓰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책 속의 예술과 역사, 건축과 과학 지식에서 뭔가 배울 게 있고, 독자가 지적인 호기심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내 책에 대한 최고의 찬사는 ‘당신 소설을 한 권 읽었다가 당신의 다른 소설 열 권까지 읽게 됐다’ 같은 말이다.”
 
2권 뒤편 ‘감사의 말’을 보니 일종의 그룹 프로젝트 아니었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집필에 관련된 사람이 많다.
“이런 소설을 쓰려면 많은 사람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내 소설 쓰기는 언제나 읽기에서 시작한다. 우선 쓰려는 주제에 관해 열심히 읽는다. 최소한 쓰려는 분야에 관해,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될 때까지 읽는다. 그리고 나서 온갖 전문가들을 만난다. 이번 소설의 경우 미술사가, 큐레이터, 종교학자, 과학자, 그런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과의 토론에서 소설에 써먹을 수 있는 진짜 정보들을 얻는다.”
 
소설 속 스페인 국왕과 가톨릭 주교가 동성애 관계임을 암시했는데.
“맞다. 대신 두 사람의 교제를 차분하고 존경심 넘치는 것으로 그리려 했다. 그런 설정은 남과 다른 정신구조(성적 지향)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관용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소설은 많은 점에서 종교적 관용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상에는 무신론자이면서 박애주의자이고, 타인에 온정적인 사람들이 있다. 무신론자들이 신을 믿는 사람들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을 믿는 사람들은 무신론자들을 인정해야 한다. 하나의 종족으로서, 다른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점도 받아들여야 한다.”
 
책 쓰는 데 4년이 걸렸다.
“자료 조사에 2년, 쓰는 데 2년이 걸렸다. 바로바로 뭐가 나오지는 않는다. 얘기가 되는, 소설의 윤곽을 반드시 확보하고 나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또 맨 마지막 장면을 가장 먼저 쓴다. 소설이 어디로 가는지 알기 위해서다. 본격 집필에 들어가면 일주일에 7일, 1년 365일 쓴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날에도 새벽 4시에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정오 무렵까지 쓰고 나서 오후에는 밖에 나가 몸을 굴리면서 소설 쓰기에서 가급적 멀어지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신선한 상태로 되돌아올 수 있다. 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수많은 원고를 버리기 때문이다. 독자가 읽는 한쪽을 쓰기 위해 열 쪽을 버린다.”
 
2009년 인터뷰 때 고급차가 아니라 소박한 차를 갖고 있다고 했었는데.
“『다빈치 코드』가 세상에 나온 지 3년째 되는 해였는데 아주 소박한 자동차를 갖고 있었다. 볼보인데, 아직도 갖고 있다. 나는 자동차 매니어도, 호사를 즐기는 사람도 아니다. 오로지 작업에 집중하려 한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지금은 아주 멋진 자동차를 갖고 있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 에드먼드 커시와 같은 차, 검은색 테슬라 SUV 모델 X다. 이 차는 나를 어디든 데려간다. 직접 운전할 필요가 없다. 그저 타기만 어디든 데려다준다. 무척 재미있다.”
 
신준봉·송한결 기자 inform@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