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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외수 사례로 본 지자체 ‘셀럽 마케팅’ 득인가?실인가?

강원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에 입주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외수 작가. 중앙포토

강원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에 입주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외수 작가. 중앙포토

 
막말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소설가 이외수(71)씨가 강원도 화천군 감성테마 문학공원 집필실에서 퇴거 조치될 위기에 처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추진해온 ‘셀럽 유치 마케팅’의 부정적 측면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군의회 “화천군, 5년간 사용료 추징해야”
불응 시 집필실 퇴거 등 강제조치 요구
수원시 고인 시인 효과 톡톡히 보고 있어
‘은교’ 박범신 작가 시민과 만남 적극 참여

 
그동안 지자체들은 지역을 널리 알리고 관광객을 확보하기 위해 셀럽 유치를 적극 추진했다. 셀럽 입장에서는 지역에 사실상 무료 작업 공간이 생기는 등 안정적인 활동 근거지를 확보할 수 있어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이외수 씨를 비롯해 일부 셀럽 등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지자체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주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사실 이씨가 집필활동을 해온 화천군은 2004년부터 이씨를 지역으로 데려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쏟았다. 침체한 지역 경제를 유명 작가 집필실 유치로 극복해보자는 계산에서다. 
 강원도 화천 이외수 감성마을내 위치한 이외수문학관 내부모습. 중앙포토

강원도 화천 이외수 감성마을내 위치한 이외수문학관 내부모습. 중앙포토

 
현재 이곳은 화천군이 직영으로 운영해 5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1년 운영예산만 1억8000만~1억9000만원이 든다. 이씨가 생활하는 집필실 공과금은 이씨 측에서 낸다.
 
당시 화천군은 상서면 다목리에 이씨의 집필실과 문학관·강당·방문객 안내소·농산물 판매장 등 5개의 건물을 지었다. 예산 133억원이 투입됐다. 
 
이런 와중에 이씨는 지난 8월 6일 감성마을테마문학공원에서 열린 세계평화안보문학축전 시상식에서 술을 마시고 최문순 화천군수에게 “감성마을을 폭파하고 떠나겠다”는 막말과 함께 욕설을 해 구설에 올랐다.
 
막말 논란은 화천군의회가 지난 10월 이씨에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사과할 것으로 요구하면서 확산했다. 또 지역사회단체가 퇴출요구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시민단체에 이어 화천군의회는 지난 18일 이씨가 거주해온 화천 감성테마 문학공원 집필실의 5년 치 사용료를 징수하라고 화천군에 요구했다.
강원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에 입주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외수 작가. 중앙포토

강원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에 입주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외수 작가. 중앙포토

 
군의회는 “이외수 작가가 거주하는 집필실은 이 작가와 가족만이 이용할 수 있어 일반재산 성격이 강하다. 이 시설은 일반입찰을 통해 사용자를 선정해야 하지만 집행부(화천군)는 이 작가가 위법하게 사용하는데도 어떠한 행정절차도 밟지 않고 2006년 1월부터 지금까지 사용료를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군의회는 “채권소멸시효에 따라 5년간 사용료를 소급 추징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위법한 무상사용 중지 통지’ 후 집필실을 비우는 것을 포함한 적법한 행정 조치를 취하라”고 군청에 촉구했다. 행정사무조사 특위 결과보고서는 오는 21일 화천군의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확정된다.
 
반면 이씨가 지역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동정론도 있다. 신문과 TV, 각종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화천군을 홍보해 왔고, 화천군을 배경으로 소설도 썼기 때문이다.
 
화천군 한 관계자는 “(이외수 작가 집필실)유치한 효과를 수치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이외수 작가가 SNS를 통해 지역을 홍보하고 소설도 썼기 때문에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다.  
'만인의 방'에서 인사말 하는 고은 시인. [연합뉴스]

'만인의 방'에서 인사말 하는 고은 시인. [연합뉴스]

 
이처럼 유명인이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예상치 못한 논란이 일으키기도 하지만 도시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인문학 도시’를 내건 수원시는 고은(84)시인 모시기에 상당한 공을 들여 성사된 경우다. 고씨는 노벨 문학상 후보로 줄곧 거론됐다.
 
수원시는 고씨의 고향인 전북 군산시를 비롯해 강원 태백시, 경기 파주시와 한때 ‘고은 모시기’ 경쟁을 했다. 결국 2013년 수원시 상광교동에 거처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9억5000만원을 들여 방치된 폐가를 리모델링했다.

 
4년 가까이 지난 올해 6월 엉뚱한 불똥이 고씨에게 튀었다. 광교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를 풀어달라는 광교 저수지 인근 주민들이 ‘고은 시인 퇴거운동’을 벌인 것이다. 
고은 시인이 서울도서관 3층 서울기록문화관에서 열린 시인의 서재를 재현한 곳이자 '만인보' 관련 자료 전시 공간인 '만인의 방' 개관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은 시인이 서울도서관 3층 서울기록문화관에서 열린 시인의 서재를 재현한 곳이자 '만인보' 관련 자료 전시 공간인 '만인의 방' 개관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민들은 “1970년대 보호구역 설정 이후 수십년간 건물 증축 등 규제를 받아왔는데 수원시가 고은 시인에게 특혜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문학을 볼모로 한 집회라는 비판여론이 일자 주민 반발은 수그러들었다. 당시 일각에서는 “고은 시인이 이주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퍼져 수원시가 상당히 곤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수원시는 고은 시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인문학 도시 브랜드를 한층 부각했다.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면 국내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인문학 도시가 될 것으로 수원시는 여전히 기대한다. 
소설 ‘은교’의 작가로 충남 논산이 고향인 박범신 작가. 중앙포토

소설 ‘은교’의 작가로 충남 논산이 고향인 박범신 작가. 중앙포토

 
셀럽이 나서서 적극 지역주민들과 소통해 지역에 자연스럽게 잘 녹아든 사례도 있다.
 
소설 ‘은교’의 작가 박범신(71)씨는 충남 논산이 고향이다. 2011년 11월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정년 퇴임한 뒤 낙향했다. 
 
탑정호 주변에 집을 마련한 그는 집필 활동과 함께 시민들과의 만남에도 적극적이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인문학 탐방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18일에는 시민 300여 명과 함께 탑정호 주변을 걸으며 문학과 삶, 고향에 대한 추억을 풀어냈다. ‘작가와 독자가 함께 걷는 박범신 문학의 뜰로 소풍 가는 날’이라는 소규모 행사였다. 
소설 ‘은교’의 작가로 충남 논산이 고향인 박범신 작가. 중앙포토

소설 ‘은교’의 작가로 충남 논산이 고향인 박범신 작가. 중앙포토

 
논산문화원이 마련한 이 행사에 박씨는 거르지 않고 참여한다. 참가자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고 사진도 함께 찍는다. 해마다 4월이면 탑정호에서 ‘와초 박범신 문학제’가 열린다. 
 
박씨는 “고향은 첫 마음이고 첫사랑이자 어머니이며 내게 많은 것을 주었다”며 “어머니와 같은 고향 논산의 아름다운 자연은 물론 인문학 도시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씨. 중앙포토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씨. 중앙포토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69) 시인은 자신의 땅을 기부채납까지 하며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있다.
 
전북 임실군 장암리 진뫼마을에는 ‘김용택의 작은 학교’라는 문패를 단 문학관이 있다. 2014년 9월 착공해 2015년 9월 완공됐다.  
 
김씨가 땅을 내놨고 임실군이 국비와 군비 등 7억원을 들여 생활관과 문학관 등 단층 짜리 건물 2개를 지었다. 
 
주말이면 전주 한옥마을에서 출발한 버스 두 대가 관광객들을 태우고 김씨의 집을 방문한다. 문학관을 둘러보고 김씨에게서 섬진강과 어린 시절에 얽힌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씨. 중앙포토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씨. 중앙포토

 
문학관을 찾는 관광객이 몰리면서 임실군은 ‘김용택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김씨는 귀농·귀촌한 주민들과 함께 문학 및 글쓰기 동아리 활동도 왕성하게 하고 있다. 
 
한중석 임실군 관광기획팀장은 “김용택 시인의 인지도가 워낙 높고 집에 살고 있어서 (문학관 건립) 사업 전에도 자택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 왔는데 문학관을 지은 후에는 더 늘었다”고 말했다.    
 
화천·논산·수원·임실=박진호·신진호·김민욱·김준희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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