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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문재인 정부는 왜 중국의 홀대를 받나

이상하지 않나. 여러모로 중국과 입장이 비슷해 ‘친(親)중국’ 이야기까지 듣는 문재인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홀대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반대도 그렇고, 북한 핵 해법과 관련해서도 문재인 정부와 중국 당국은 닮은 점이 많다. 특별 대접을 받아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 대우가 야박하기 이를 데 없으니 이를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유독 문재인 정부에 무례하고 오만한 중국의 속내는 어디서 비롯되나.
 
중국의 문재인 정부 홀대는 6월의 이해찬 특사 파견부터다. 하대 논란이 나왔다. 7월과 11월의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회담도 개운치 않았다. 시진핑이 발끈하며 “선혈로 맺어진” 북·중 관계를 운운했고 사드와 관련해선 “역사적 책임”을 거론하며 훈시성 발언을 이어갔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번 문 대통령 방중은 마치 중국 박대의 결정판 같다. 공항에 차관보급 인사가 나오고 공동성명도 내지 못했으며 내년을 ‘한·중 상호 방문의 해’로 지정하자는 우리 측 제안이 묵살되는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지만 그건 ‘사드 앙금’으로 치자.
 
하지만 우리 요청에도 불구하고 리커창 총리와의 오찬까지 거부당한 건 참으로 민망하다. 먹는 걸 하늘로 여기는 중국에서 손님을 접대할 때 가장 먼저 신경 쓰는 게 밥 먹는 문제가 아닌가. 너른 대륙에서 생존하려면 친구 하나 더 갖는 게 상책이다.
 
그래서 ‘친구 하나 더 있으면 길 하나가 더 생긴 것(多一個朋友 多一條路)’이란 말도 있다. 이 친구를 사귀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언가. 식사를 같이하는 것이다. 이는 밥만 먹는 걸 뜻하지 않는다. 중국인들이 아주 좋은 음식이라고 여기는 술이 오르게 마련이다.
 
밥과 술이 어우러지며 쌓이는 게 정(情)이고 이는 중국 내 성공 여부를 가름하는 잣대가 된다. 중국은 법(法)을 따지기에 앞서 정을 생각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중국에선 밥 먹는 자리를 ‘판쥐(飯局)’라 일컬으며 중시한다.
 
게다가 문 대통령 방중 공식 방문단에 포함된 취재진에 대한 집단 구타는 홀대와 무례를 넘어 행패다. “까칠하게 대하라”는 지시가 있지 않고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주먹과 발로 손님을 맞이하나. 문재인 정부는 왜 중국의 홀대를 받나.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먼저 신의가 없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이 입버릇처럼 ‘언필신(言必信) 행필과(行必果)’를 외우는 배경이다. 말은 신용이 있어야 하고 행동엔 결과가 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다. 중국은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반대’가 ‘사드 철회’로 이어질 것으로 믿었던 모양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중국은 실망 또한 컸다. 이후 철회할 수 없다면 사드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켜 주기를 원했고, 그 결과가 중국이 말하는 이른바 ‘3불1한(三不一限)’을 ‘약속’하는 합의로 나타났다.
 
한데 한국에서 ‘주권 훼손’ 역풍이 일자 문재인 정부는 ‘약속’이 아니라고 물러섰다. 중국은 한국이 말을 자주 바꾸고 말한 걸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의심을 갖게 됐다. 면전에서 오간 말이 돌아서면 잊혀진다는 것이다. 시진핑과 리커창 등 중국 지도자들이 문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사드를 거론하는 이유다.
 
두 번째는 허약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의 힘은 어디서 나오나. 중국이 볼 때 한국 자체는 그다지 두려울 게 없다. 중국은 대신 늘 한국의 등 뒤에 어른거리는 미국의 그림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신경을 쓴다.
 
한·미가 굳건한 동맹 관계를 구축하고 있을 때 중국은 한국이 부담스럽다. 그러나 미국과 엇박자를 내는 건 물론 각까지 세우는 걸 마다 않는 한국은 중국에 특별한 관심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루기 쉬운 상대가 된 것이다.
 
중국이 상대를 다루는 방법은 그 상대의 강약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강한 상대는 융숭하게 대접한다. 적의 예봉을 피하기 위해서다. 좋은 말과 대접으로 어른다.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상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반면 약자에겐 거칠게 나온다. 종종 하대하거나 무시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상대의 기를 꺾고 주눅들게 한 뒤 협상에 임해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여긴다. 우리 정부를 대하는 중국의 태도는 두 번째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가벼이 보인다는 점이다. ‘기(氣)싸움’이란 게 있다. 국가와 국가 간에, 또 리더와 리더 간에도 기싸움이 있다. 흔히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오른 사람들끼리 서로 만나게 되면 회의나 식사 등 여러 자리에서 말과 몸짓을 섞으며 서로의 기세를 살피는 기싸움이 전개되곤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억센 악수’가 그런 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다. 26년생인 장쩌민 국가주석이 “우리 고향에선 5년 터울은 친구로 지낸다”며 24년생인 김 대통령의 반응을 살폈다. 이에 DJ는 “한국식 예법은 그렇지 않다”고 응수했다. 농담을 주고받은 것 같지만 사실 ‘국가의 격(格)’까지 담보로 하는 치열한 ‘전쟁’을 벌인 것이다.
 
한데 문재인 정부는 중국에 너무 쉽게 보이고 있다. 중국으로선 한국과 일합(一合)을 겨룬 뒤 한국이 쑥 밀리는 점을 간파했다. ‘3불’ 합의는 대표적인 예다. 사드 갈등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하는 건 우리나 중국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어떤 명분을 내세우고 어떻게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느냐였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우리 정부에 자신이 원하는 것 모두를 요구했고 또 쟁취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 정부는 안보 주권 훼손에 해당하는 이 모든 것을 수용했다.
 
아마추어 외교의 극치를 보여 준 사례로 꼽힐 것이다. 아마도 훗날 대(對)중국 외교 실패의 대표적인 케이스를 보여 주는 반면교사(反面敎師)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중국의 홀대를 받아도 이를 홀대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사가 하대를 받아도 “중국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말로 넘어간다. 시진핑이 정상회담에서 발끈해도, 역사 훈시를 해도 우리는 꿀 먹은 벙어리다. 중국 당 서열에서 정치국 위원 대열에도 들지 못하는 왕이 외교부장이 우리 대통령의 팔을 쳐도 “친분의 표시”라며 웃는다. 가벼이 보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국가의 자존(自尊)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남이 지켜주는 게 아니다. 상대의 부당한 행동과 대우에 대해선 단호하게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는 잘못을 검토하고 반성하며 수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제를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 한 중국의 홀대와 무례는 계속될 것이다.
 
유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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