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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위안부 대응 평창올림픽 뒤로 미룬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지난 9월 7일 러시아에서 회담했다. 강 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19일 일본을 방문한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지난 9월 7일 러시아에서 회담했다. 강 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19일 일본을 방문한다. [연합뉴스]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 태스크포스(TF)의 검증 결과와 정부 대응을 분리하는 ‘투 트랙(two-track)’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TF 결과는 위안부 합의 체결 2주년이 되는 28일 전에 발표될 예정이지만 정부 후속 조치는 대략 내년 2월 이후에 내놓겠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위안부 합의 TF 결과는 12월 중 나오더라도 그에 따라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한두 달 후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평창 올림픽과 한·중·일 정상회의 등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며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 등 종합적 판단을 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또 다른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TF가 외교장관 직속 기구이지만 곧바로 정부의 입장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투 트랙 대응’ 방침을 확인했다. TF는 지난 7월 31일 위안부 합의 과정과 절차를 검증하기 위해 장관 직속기구로 출범했다.
 
일본 외무성도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일본을 처음 방문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같은 기조로 정부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과 각각 회담을 하는 강 장관은 과거사 문제 언급은 최대한 톤을 낮추고, 한·일 양국 간의 실질적인 협력방안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합의 TF의 검증과 정부 대응 분리 방침은 한·일 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켜선 안 된다는 현실적인 이유와 내년 1월 한·중·일 정상회의와 평창 올림픽 때 아베 총리의 방한 문제 등이 얽혀 종합적으로 내린 판단이라는 것이 복수의 외교소식통의 전언이다.
 
한 외교 당국자는 익명을 전제로 “위안부 이슈가 중요하지만 한·일 관계의 전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부로서는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 뻔한 위안부 이슈를 잠시 덮어둠으로써 한·일 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시간을 번 셈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검증은 민간(TF)에서 한 것이지 정부가 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TF가 장관 직속이고, 일부 외교부 인사가 참여하고 있음에도 TF 성격을 ‘민간’으로 규정한 것이다. TF가 부정적 결과를 내놓더라도 정부의 후속조치가 반드시 파기 또는 재협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여기엔 한·일 관계를 박근혜 정부의 지난 4년처럼 보낼 순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취임 후에는 ‘파기’나 ‘재협상’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 2018년은 ‘김대중-오부치 한·일 파트너십’ 20주년으로,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정부가 한·일 관계 관리에 나서는 측면도 있다.
 
당장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올림픽도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는 평창 올림픽에 아베 총리가 반드시 참석하게 한다는 입장인데, 그 전에 위안부 이슈가 부상할 경우 한·일 관계가 경색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국내 여론이 악화되면 아베 총리의 방한도 어렵다는 게 외교가의 분위기다. 아베 정부 측도 “한국이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아베 총리는 평창에 갈 수 없다”고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 내에는 파기, 재협상을 주장하는 강경한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 마지막 변수로 지적된다. 특히 청와대와 외교부 일각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재협상하는데 위안부 합의는 왜 재협상하지 못하느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대선 공약을 뒤집고 위안부 합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문 대통령으로선 쉽지 않은 선택이다. 정부가 일단 시간은 벌어둔 셈이지만 위안부 이슈는 언제든지 한·일 관계의 갈등 요소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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