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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Picture] ‘글로벌 민주주의 위기’ 극복에 한국이 나서자

김환영 논설위원

김환영 논설위원

주기(週期, cycle)라는 것은 도대체 왜 있는 것일까. 모든 조직과 개인은 잘나갈 때와 못 나갈 때가 있다. 국가들도 흥망성쇠를 겪는다. 연예인들은 제1 무명시절, 제1의 전성기, 제2 무명시절, 제2의 전성기를 겪는다. 국가건 개인이건 전성기와 전성기 사이에는 ‘찬밥 신세’다. 경기에는 불황과 호황의 주기가 있다. 사주명리학에서는 운이 10년, 5년, 1년, 매월, 매일, 심지어 초 단위로도 바뀐다고 말한다.
 

세계화에서 민주주의·시장경제는
동전의 양면처럼 밀접한 과정
민주주의는 미국·유럽에서 위기
민주강국 코리아로 국격 높여야

지금 세계는 세계화(globalization)에서 역(逆)세계화(deglobalization)로 넘어가고 있다. 새로운 세계화 주기가 시작되고 있다. 세계화는 민주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하버드대 새뮤얼 헌팅턴(1927~2008) 교수가 이론화한 ‘민주주의 제3의 물결’과 대체적으로 일치했다. 세계화가 퇴조하면서 민주주의 또한 위기를 맞고 있다. 역(逆)민주화(de-democratization), 민주주의 역전(democratic reversal)이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우리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해 민감하다. 당장 수출이 안 되고 실업률이 높아지며 소득이나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글로벌 민주주의 위기’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둔감하다.
 
하지만 범세계적 차원의 민주주의 위기가 덜 중요한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의 세계화와 시장경제의 세계화는 세계화의 양대 축이요 동전의 양면이다.
 
경제와 달리 정치는 수치화하는 게 쉽지 않다. ‘글로벌 민주주의 위기’가 과연 실재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과 투자가 조지 소로스는 민주주의 위기가 있다는 입장이다. 아난은 9월 13일 아테네 민주주의 포럼에서 ‘민주주의 위기’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우리 모두 민주주의의 옹호자가 되자”고 역설했다. 소로스는 지난해 12월 28일자 프로젝트신디케이트 칼럼에서 세계 도처에서 “엘리트들이 민주주의를 도적질했다”고 주장했다. 수치를 중시하는 연구소들은 연구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 위기에 대해 상반된 결론을 내놓고 있다.
 
Big Picture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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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민주주의 위기’가 실재한다는 입장은 중국과 러시아 같은 비민주적 국가,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좌파·우파 포퓰리즘의 득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위기의 원인이나 징후로 꼽는다. 세계의 주요국들이 민주주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세계 민주주의를 선도해야 할 유럽과 미국이 ‘제 코가 석 자’다. 그래서 세계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가 운신할 공간이 넓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주요 강대국은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민주주의 위기에 대해 수수방관할 처지도 아니다. 우리가 세계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면 우리나라 국격이 높아지고 소프트파워가 증가한다. 글로벌 역민주화 추세를 소프트랜딩시키고 새로운 사이클의 글로벌 민주화를 앞당기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해야 한다. 한·미 동맹은 군사 동맹뿐 아니라 민주주의 동맹을 요구한다. 미국의 학자들이나 관료들이 우리에게 넣는 ‘압력’이다.
 
‘한국은 한 세대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유일한 나라’라는 말은 이제 상투적 표현(cliché)이 됐다. 하지만 우리는 민주주의가 엄청난 자산이라는 사실을 종종 망각한다. 한국은 세계적인 민주주의 전도사, 민주주의 수출국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민주주의 현주소를 점검해 보면 그늘이 보인다. 우리 또한 민주주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9년간에 걸친 민주주의 퇴조기를 ‘적폐청산’을 통해 극복하는 과정이라는 의견도 있고, 법치주의가 유실된 새로운 권위주의 시대에 돌입했다는 의견도 있다.
 
확실한 것은 우리나라가 아직은 명실상부한 경제 선진국이 아니듯이 정치 선진국도 아니라는 점이다. TV와 지면으로 뉴스를 보고 듣는 시청자와 독자들 대부분이 그렇게 느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방중 기간에 홀대를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중국은 우리를 과거의 속국이자 미래의 속국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민주주의 강국 코리아’는 우리의 주권을 지키는 최상의 도구다.
 
언젠가는 중국도 ‘민주화 홍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속국이었던 한국도 민주주의 저렇게 잘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는가’란 말이 중국에서 나오게 하자.
 
이를 위해서는 ‘적폐청산’이 정치 보복이 아니라 민주주의 제도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 ‘혁신성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민주성장’이다. 주기의 변화는 새로운 승자와 패자를 낳는다. 우리가 ‘글로벌 민주주의 위기’의 승자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김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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