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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 끔찍했던 지휘자 … 그의 음악은 위대했다

세계적 오케스트라 공연 매니저가 본 지휘의 리더십
세계적 매니지먼트사인 IMG에서 오케스트라 투어를 담당하는 해럴드 클락슨 수석 부사장. [사진 대구 콘서트하우스]

세계적 매니지먼트사인 IMG에서 오케스트라 투어를 담당하는 해럴드 클락슨 수석 부사장. [사진 대구 콘서트하우스]

“그동안 같이 일해 본 지휘자가 몇 명 정도 되나”는 질문에 해럴드 클락슨(68) IMG 수석 부사장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26년 동안 매해 20~30회 오케스트라의 투어 공연을 주관했으니 아주 많을 것”이라고만 했다. “1990년대 이후의 거의 모든 지휘자와 일한 것으로 보면 되나”라고 재차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클락슨은 “같이 일해보지 않은 지휘자도 있다”고 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와는 투어 공연을 한번밖에 안 했고, 버나드 하이팅크도 한 번 함께 공연했다. 사이먼 래틀과도 투어를 해보지 않았다.”

IMG 수석 부사장 클락슨 인터뷰
테크닉은 별로였던 아르농쿠르
정확한 설명으로 색다른 연주

연주자 수준에 맞췄던 클라이버
지휘할 때와 멈출 때 정확히 알아
미숙한 리더는 거꾸로 하는 실수

최근 뜨는 두다멜·세갱·쿠렌치스 …
동영상 올리고 채팅, 팬들과 소통

 
공연을 함께 해보지 않은 지휘자를 꼽는 편이 더 빠른 매니저, 해럴드 클락슨이다. 대형 매니지먼트 회사인 IMG에서 전세계 오케스트라들의 투어 공연을 기획하고 개최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본래 첼리스트였던 그는 1985년 캐나다 오타와의 국립 예술센터 오케스트라의 매니저로 출발해 1991년부터 독일의 매니지먼트사 슈미트에서 오케스트라 투어를 담당했다. IMG로 옮겨온 것은 2005년이다.
 
그가 만난 수많은 지휘자는 각 오케스트라의 리더다. 클락슨은 “지휘자들의 각기 다른 리더십을 보면 ‘좋은 리더십’이란게 뭔지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26년 동안 클락슨이 본 수백명 지휘자 중 리더십의 길을 알려주는 이들의 이야기를 서울에서 만나 들었다. 그는 “지휘자는 두가지를 알아야 한다.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언제 지휘하지 않을지다”고 했다. 클락슨은 지난 6·7일 대구콘서트하우스가 주최한 2017 국제 오케스트라 심포지엄에 발제자로 참여했다.
 
어떤 지휘자의 리더십이 기억에 남나.
“로린 마젤(1930~2014)을 들 수 있다. 마젤은 테크닉이 완벽한 지휘자였다. 단원들 얘기를 빌리면 ‘악보가 약간이라도 복잡할 때 마젤은 언제나 거기에 있다’. 조금이라도 어려운 부분에서는 늘 정확한 지시를 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어떻게 가능한가.
“오케스트라 모든 악기의 모든 악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악보의 A부분부터 다시 합시다’라는 지시를 하며 동시에 악보를 넘기지 않고도 정확하게 지휘봉을 들었다. 단원들은 그를 존경하고 따를 수밖에 없다.”
 
바로크·고전 음악의 새로운 해석을 보인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바로크·고전 음악의 새로운 해석을 보인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지휘자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단 뜻으로도 들린다.
“반대로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1929~2016)는 기술적으로 완벽한 지휘자는 아니었다. 지휘봉의 놀림이 정확하지 못했다. 나는 아르농쿠르와 그의 오케스트라인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과 12년 동안 투어 공연을 함께 했다. 그는 언제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지휘자이지만 축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놀라울 정도다. 그는 ‘설명하는 지휘자’였다. 단원들에게도 음악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정확하게 설명한다. 그래서 다른 식으로 연주하게끔 만든다.”
 
지휘자 리더십의 핵심은 무엇인가.
“지휘자는 두 가지를 알아야 한다. 첫째, 내 앞에 있는 연주자들이 누구인가. 둘째, 언제 지휘하지 않을 것인가. 카를로스 클라이버(1930~2004)는 이 둘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음악이 나오면 약간의 제스처만 하고 거의 지휘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빈필 같이 좋은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때는 지휘를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력이 별로인 오케스트라는 열심히 지휘했다. 앞에 누가 있는지 아는 것이다. 대부분의 젊은 지휘자가 거꾸로 하는 실수를 범하는 부분이다. 그들은 좋은 음악이 나오면 과하게 지휘를 해서 단원들을 짜증나게 만든다.”
 
경험이 적은 지휘자들은 어떤 식으로 리더십을 가질 수 있나.
“내가 오타와에 있을 때 오케스트라 단원 중 짓궂은 팀파니 주자가 있었다. 객원 지휘자가 오면 언제나 연습 중간에 손을 들고 물었다. ‘마에스트로, A부분에서는 느려지는 겁니까 아닙니까?’ 이 질문의 오답과 정답은 분명하다. 오답은 악보를 뒤적이면서 A부분을 찾아보는 거다. 정답은 ‘거기선 제 지휘를 보세요’ 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객원 지휘자 중 반 정도가 맞히고 나머지는 틀렸다.”
 
독일권 작곡가들의 교향악 작품 연주에만 집중했던 지휘자 귄터 반트.

독일권 작곡가들의 교향악 작품 연주에만 집중했던 지휘자 귄터 반트.

다른 음악가에 비해 지휘자는 특히 소통 능력이 필수일 듯하다.
“다른 예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좋은 지휘자가 반드시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귄터 반트(1912~2002)는 내가 만난 가장 끔찍한 사람이었다. 다른 이들에게 소리를 질렀고 심지어는 자신의 아내에게도 그랬다. 정말 불쾌한 사람이었지만 그가 지휘하는 브루크너를 들어보라. 위대한 지휘자다. 마젤 또한 좋은 사람이지만 따뜻한 사람은 아니었다. 지휘자들이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옳지 않아도 결과적으로 음악이 좋은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이후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스타 지휘자의 시대는 끝난 것 아닌가.
“좋은 지휘자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지만, 스타 지휘자의 시대는 끝났다고도 볼 수 있다. 내가 처음 매니저를 담당한 공연은 1991년 리카르도 무티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였다. 유럽 전역에서 12회 콘서트를 했는데 무티는 6주 전까지도 연주 곡목들을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매진이 됐다. 무티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유명한 지휘자’라 할 수 있는 이가 10~15명 있지만 ‘그라면 어떤 곡을 지휘해도 간다’고 할 수 있는 지휘자는 떠올리기 쉽지 않다. 사람들은 오케스트라 공연 외에도 즐길 거리가 아주 많고, 콘서트의 숫자는 확 늘어났기 때문이다.”
 
급진적인 해석으로 최근 급부상한 테오도르 쿠렌치스.

급진적인 해석으로 최근 급부상한 테오도르 쿠렌치스.

최근에는 어떤 지휘자들이 시대를 잘 읽고 있나.
“말 할 것도 없이 구스타보 두다멜, 야닉 네제 세갱, 앨런 길버트 등 젊은 세대다. 새롭게 떠오르는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는 성격이 사회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도 청중과의 소통에서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동영상을 올리고, 팬들과 채팅하는 것을 즐긴다.”
 
[S BOX] 제왕적 지휘자 카라얀이 다시 온다면 … “지금도 음악은 완벽할 것”
카라얀

카라얀

클락슨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사진)처럼 제왕적인 지휘자는 더 이상 설 곳이 없는 것이 최근의 현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적응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었기 때문에 현대의 오케스트라, 청중을 만나더라도 완벽하게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했다.
 
카라얀은 논쟁적인 지휘자였다. 빈 국립 오페라, 잘츠부르크 음악제, 라 스칼라 극장,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장을 겸한 절대 권력이었다. 오페라부터 대규모 관현악곡까지 청중의 입맛에 맞는 해석으로 요리했다. 하지만 대중적인 만큼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매끈한 음악 스타일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전용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인터뷰나 스냅 사진을 찍을 때도 돈을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나치당 가입, 여성 단원 입단 거부, 오만한 성격으로 수많은 적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완벽주의만큼은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음악평론가인 고(故) 안동림은 “오늘날 그만큼 완벽한 연주를 찾아보긴 힘들다”고 썼고(『안동림의 불멸의 지휘자』, 웅진지식하우스), 음악평론가 정만섭은 “속물적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카라얀만의 아름다움과 황홀함은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다. 내년은 카라얀 탄생 110주년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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