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책 속으로] 한국경제 성장 금메달 감이지만 IT기업 의존도 너무 커

인터뷰 │『애프터 크라이시스』 펴낸 현장경제 전문가 루치르 샤르마
애프터 크라이시스

애프터 크라이시스

애프터 크라이시스

왜 한국·대만에 주목하는가
세계 190개 국가 중 선진국은 40곳
개발도상국 영구히 벗어난 건 기적

학자들 ‘경제 장기 전망’은 한계
10년 이상 잘할 나라 예측은 불가능
책상서 보는 시각은 실용 가치 미흡


루치르 샤르마 지음
이진원 옮김, 더퀘스트
 
1970∼80년대 인기를 끈 종속이론은 세계를 중심부와 주변부로 나눴다. 일부 종속 이론가들은 종속 때문에 저개발국가가 선진국이 되는 것이 불가능하며 세계적인 차원의 사회주의 혁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대만이 이 종속이론에 내상을 입혔다. 종속이론과 전혀 다른 학문 배경과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을 비롯한 극소수 국가만이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주인공이 바로 모건스탠리의 신흥시장 총괄대표 루치르 샤르마(43)다.
 
샤르마는 『브레이크아웃 네이션』(2012)으로 일약 세계적인 현장경제 전문가로 부상했다. 이 책에서 그는 신흥경제라는 하나의 범주 분석이 아니라 국가별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브레이크아웃(breakout)’은 탈출·도약을 뜻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비슷한 또래 국가보다 경제 위기를 빠른 속도로 극복하고 한 단계 높은 경제수준으로 도약하는 나라가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이다. ‘도약 국가’라고 번역할 수도 있겠다.
 
최근 그의 두 번째 역작인 『애프터 크라이시스: 위기 후 10년, 다음 승자와 패자는 누구인가』가 우리말로 번역됐다. 새 책에서 그는 세계 경제의 새로운 승자와 패자를 결정할 10대 규칙을 제안했다. 25년간에 걸친 연구와 현지 경험을 바탕으로 뽑은 규칙들이다. 개혁적 지도자의 존재 여부, 불평등 문제 등이 규칙에 포함된다. 블룸버그가 그를 201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으로, 포린폴리시가 2013년 ‘100대 글로벌 사상가’로 선정했다. 샤르마의 세계 경제 진단이 궁금해 6일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루치르 샤르마는 거대이론 보다는 자신처럼 실제로 자산을 운영하는 투자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샤르마는 2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직접 운영한다. [사진 더퀘스트]

루치르 샤르마는 거대이론 보다는 자신처럼 실제로 자산을 운영하는 투자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샤르마는 2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직접 운영한다. [사진 더퀘스트]

당신은 장기 예측을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아프리카나 중남미 등 모든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제3세계) 국가가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이 되어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들 중 극소수만이 ‘브레이크아웃 내이션’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나라는 성공이 제한적이다. 많은 나라가 한동안 잘하다가도 오랫동안 아무것도 이룩하지 못한다. 한국이나 대만처럼 개발도상국 상태를 탈피해 영구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드는 나라는 극소수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통계를 내는 190여 개 시장 중에서 선진국은 40개도 안 된다. 대부분의 신흥시장도 영원히 흥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책과 전작의 관계는?
“나는 첫 책에서 ‘브레이크아웃 내이션’을 규정했고, 이 책에서는 미래에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이 될 국가를 판별하는 10개 규칙을 제시했다. 향후 5년에서 10년 동안 잘 나갈 나라들이다. 앞으로 5년, 10년 동안 잘할 나라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고, 10년·20년·30년·50년 동안 잘할 나라를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내 이론이다. 나는 수십 년을 예측하는 이론들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번 책에 대한 반응은?
“미국·인도 등 주요 영어권 국가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수주 동안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책이 성공을 거둔 이유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뛰는 전문가(practitioner)’가 각국 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 방법을 몹시 궁금해 하기 때문이다. 경제 진단에 대한 책은 대부분 학자가 쓴다. 실용적 가치가 미흡한 책들이다. 내 책의 성공 비결은 이론과 현장 사이의 간격을 메우는 실용성에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세계가 어느 방향으로 가건 한국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동의하는가.
“나는 한국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전작에서 한국을 ‘성장의 금메달리스트(the gold medalist of growth)’라고 표현했다. 한국이 전후 세계에서 끊임없이 성장한 것은 엄청난 성취다. 부정적인 면도 있다. 최근 한국의 성장은 IT기업 등 테크놀로지 부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매우 중요한 부문인 테크놀로지 부문에서 성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테크놀로지 이외의 부문에서는 한국의 성장이 매우 느리다.”
 
일부 한국 보수층은 현 정부의 ‘포퓰리즘’을 걱정한다. 한국이 그리스나 베네수엘라처럼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우려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런 예상은 너무 이르다. 한국이 그리스·베네수엘라처럼 된다는 예상은 국가가 통제불능 상태가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역대 한국 정부는 정부 부채나 지출에 대해 매우 신중한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한국의 소득 불평등, 지나친 부(富)와 권력의 집중 문제는 명백히 큰 문제다. 한국은 보다 많은 국민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재정보수주의(fiscal conservatism)는 역사적으로 한국의 강점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교정조치(corrective measures)를 시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나치게 크지 않아야 하고 지나치게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내 모국인 인도의 정부는 너무 큰 데다 간섭이 지나치고 돈을 쓸데없는 데 쓴다. 한국을 비롯해 모든 나라는 재정보수주의와 불평등 해소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
 
당신은 세계가 지금 세계화(globalization)에서 역(逆)세계화(deglobalization)로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세계 경제는 세계화와 역세계화 사이를 주기적으로 오고 갔다. 1980년대부터 2008년 세계 금융위기까지는 과도한 세계화가 진행됐다. 그 반작용으로 우리는 역세계화 시대를 맞고 있다. 재화와 용역, 자본, 사람의 흐름이 퇴조하고 있다. 역세계화의 3대 징후다.”
 
당신은 경제와 정치를 종합하는 사람(synthesizer)으로 유명하다. 문화라는 변수는 어떠한가. 문화도 중요한가.
“나는 문화가 장기적으로는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지평은 5년에서 10년이라 문화를 고려할 여지가 별로 없다. 다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문화와 관련된 정형화된 생각(stereotype)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 나라는 무슬림 국가이니 성공할 수 없다’ ‘이 나라는 남반부에 있는 나라이니 잘할 수 없다’와 같은 편견이다. 이러한 문화적인 스테레오타입이 장기적으로는 맞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내가 중시하는 5년, 10년의 ‘실용적 시계(視界)(practical time horizon)’에서는 문화가 핵심적이지 않다.”
 
당신은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단거리 달리기는 일종의 명상이다. ‘부정적인 에너지(negative energy)’를 날려보내고 집중할 수 있게 해주며 절제력을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에너지’란 무엇인가.
“마음에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면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버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긍정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새로운 책 집필에 착수했는가.
“아직 새 책 구상이 없다. 『애프터 크라이시스』가 나온 이후 내 생각을 바꿀만한 변화가 없었다. 당분간은 이 책에 나오는 아이디어에 대해 토론할 생각이다.”
 
◆ 루치르 샤르마는
‘루치르’는 인도어로 ‘호감이 가는 상냥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인도에서 경제·경영 분야의 최고 엘리트를 배출하는 스리람칼리지를 졸업했다. 자신보다 똑똑한 사람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깨달은 샤르마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경제와 정치를 접목하는 작업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17세부터 나이를 숨기고 인도 최대 경제지 ‘이코노믹타임스’에 경제칼럼을 썼다. 그의 칼럼에 주목한 모건스탠리가 1996년 그에게 현지 채용을 제안하는 바람에 미국 대학의 박사과정에 진학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2002년에는 뉴욕 모건스탠리 본부로 진출했다. 현재 루치르 샤르마는 모건스탠리의 신흥시장 총괄대표로 2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주무르고 있다. 샤르마는 매달 한 주 정도 세계 곳곳으로 출장을 떠나 국가원수, 최고경영자(CEO), 최상위 부자들을 만난다. 그는 출장에서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뉴욕타임스·파이낸셜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에 칼럼을 기고한다. 한국에는 2년에 한번 정도 방문한다. 지금까지 8, 9번 정도 왔다. 그는 한국이 소득 수준에 비해 정부의 복지 지출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투자와 집필 못지않게 샤르마에게 중요한 활동은 100미터 달리기다. 그에게 달리기는 명상이다. 샤르마는 장소를 불문하고 일주일에 6일은 꼭 달리기를 하는 스프린터다. 미국과 인도에는 전문 코치도 두고 있단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