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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베스트] 세상엔 아직도 ‘김지영’이 너무 많다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11월 출간된 신간 중 세 권의 책을 ‘마이 베스트’로 선정했습니다. 콘텐트 완성도와 사회적 영향력, 판매 부수 등을 두루 고려해 뽑은 ‘이달의 추천 도서’입니다. 중앙일보 출판팀과 교보문고 북마스터·MD 23명이 선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현남 오빠에게

현남 오빠에게

현남 오빠에게
조남주 외 지음
다산책방
 
페미니즘 소설을 읽는 것이 남자들만 불편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자들에게도 힘든 일이다. 이 책을 쓴 작가 7명과 동년배인 3040 여성이라면 더욱 그렇다. 활자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경험이 전혀 낯선 것이 아니어서, 되레 너무 익숙해서다. 애써 나는 괜찮다고 웃어넘기며 봉합해둔 상처들을 후벼 파야 하는 일은 꽤나 괴로운 일이다.
 
이를테면 표제작 ‘현남 오빠에게’ 속 나는 10년 사귄 남자친구의 청혼을 받고 이별을 고한다. 오빠가 정해준 수업을 듣고, 오빠가 골라준 집에서 살고, 오빠가 원하던 직장을 다니다 그제야 이것이 나의 인생이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페미니즘 문학 열풍을 불러일으킨 조남주 작가의 전작 『82년생 김지영』처럼 그보다 다섯 살 어린 주인공은 담백한 말투로 우리가 그동안 늘 불편했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읊조린다.
 
먹고살 만한 요즘 애들 얘기라고? 그렇지 않다. 최은영의 ‘당신의 평화’의 표면적 주인공은 남동생의 결혼을 앞둔 유진이지만 진짜 주인공은 1남 1녀를 둔 엄마 정순이다. 김이설의 ‘경년’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엔조이 성관계로 푸는 중2 아들을 둔 엄마의 이야기다. 어머니가 일평생 짊어지고 온 짐을 며느리에게 대물림하거나 딸이란 이유로 다시 그 복잡다단한 감정을 이어받아야 하는 등 ‘바로 내 이야기’라고 느낄 만한 요소가 도처에 널려 있다.
 
최은영은 작가노트에서 ‘가부장제는 말랑말랑한 심장을 딱딱한 돌덩어리로 만드는 독 같다’고 했다. 그 표현을 빌자면, 이 소설은 그걸 깨기 위한 망치 혹은 연화제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출간 40일 만에 2만5000명이 괴로움을 무릅쓰고 읽은 것이 아닐까. 그 아팠던 기억과 화해하기 위해, 혹은 앞으로는 조금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말이다. 그러니 누군가 이 책을 선물한다 해도 너무 놀라지 말고 찬찬히 읽어보길 바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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