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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베스트] 화성에서 달로 무대 옮긴 ‘우주 무협지’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11월 출간된 신간 중 세 권의 책을 ‘마이 베스트’로 선정했습니다. 콘텐트 완성도와 사회적 영향력, 판매 부수 등을 두루 고려해 뽑은 ‘이달의 추천 도서’입니다. 중앙일보 출판팀과 교보문고 북마스터·MD 23명이 선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마션』의 작가 위어 6년 만에 신작
달 최초로 건설된 도시 아르테미스
그 안에 실타래처럼 엮인 인간군상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실감나게 묘사

아르테미스

아르테미스

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RHK
 
‘서기 2000년이 오면 우주로 향하는 시간 / 우리는 로케트 타고 멀리 저들 사이로 날으리 / 그때는 전쟁도 없고 끝없이 즐거운 세상….’
 
1983년 큰 눈망울을 가진 가수 민해경은 ‘서기 2000년’에서 다가올 우주 세기를 이렇게 노래했다. 그러나 앞으로 70년 후의 달나라 세계는 ‘끝없이 즐거운 세상’과 거리와 멀다. 천상의 도시라지만 사바세계를 그대로 옮겨놨기 때문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억만장자와 노동자, 성매매, 마약. 그리고 범죄 등도 로켓을 함께 탄 탓이려니. 고된 일상을 마친 뒤 술집에서 한 잔으로 달래는 모습까지 지상과 똑같다. 다만 서민들이 마시는 술은 진짜가 아니라 지구에서 가져온 추출물을 물과 알코올로 환원한 것이란 점이 다르다.
 
2011년 『마션』으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른 앤디 위어가 6년 만에 들고 온 『아르테미스』에서 그려진 달세계다(물론 『마션』이 베스트셀러가 된 건 2014년 일이다). 전작을 한마디로 줄여 ‘식물학자 마크 와트니의 우주판 로빈슨 크루소’라고 한다면, 신작은 ‘여성 밀수꾼 재즈 바사라의 스페이스 활극’일 게다. 특히 후반부는 한 편의 액션 영화처럼 박진감이 흘러넘친다. 소설이라지만 마치 시나리오의 지문처럼 인물의 동작이 생생하고 배경이 자세하다. 물리친 줄 알았던 악당이 클라이맥스에 다시 나타나 주인공을 괴롭히는 점까지 할리우드 액션물의 문법을 따랐다. 영화사 20세기 폭스가 『마션』에 이어 『아르테미스』까지 영화화 계약을 맺었으니 망정이지, 이를 놓쳤더라면 담당자는 ‘배임’이 될 뻔했다.
 
『마션』의 작가가 달의 도시 아르테미스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아르테미스』를 펴냈다. [사진 RHK]

『마션』의 작가가 달의 도시 아르테미스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아르테미스』를 펴냈다. [사진 RHK]

제목은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에서 나왔다. 이것만 보면 소설이 신화와 과학을 뒤섞은 것 같다. 작가는 유튜브에 올린 티저 영상(이 또한 소설의 ‘영화’스런 면모다)에서 “아르테미스는 60년대 나사(NASA)에서 추진된 인간의 달 여행 계획 ‘아폴로(그리스 신화 속 태양신)’의 쌍둥이 남매”라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앤디 위어는 아폴로‘빠’이며, 소설은 아폴로 계획의 오마주로 보인다. 소설 속 달의 도시 아르테미스는 암스트롱, 올드린, 콘래드, 빈, 셰퍼드 등 다섯 개의 버블(거품 모양의 생활공간)을 이어 만들었다. 이 이름은 모두 아폴로 우주 비행사들에서 따왔다. 또 아르테미스에서 제일 많이 찾는 관광 명소가 아폴로 11호 착륙지다. 달 위의 아폴로 11호 관광 안내소는 이런 규칙이 있단다. ‘착륙선, 장비, 우주비행사의 발자국 등을 보호하기 위해 10m 안쪽에는 그 무엇도 접근할 수 없다.’ 할 말 다했다.
 
주인공인 재즈 바스라는 특이하게도 국적이 사우디아라비아다. 아빠는 독실한 무슬림이다. 그런데도 재즈는 제멋대로 행동하는 말괄량이로 술을 마시며 미니스커트도 입는다. 돈을 벌기 위해 밀수도 마다치 않는다. 그러나 고향인 아르테미스(6세 때 지구를 떠났단다)를 지키는 일에 기꺼이 나선다.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아르테미스』는 『마션』보다 훨씬 진화했다. 『마션』은 화성의 기지 안에서 마크 와트니 혼자 지껄이는 게 대부분이라면, 『아르테미스』는 달의 최초이자 유일한 도시 아르테미스의 다양한 군상이 복잡하게 얽혀져 있다. 상상 속 도시 아르테미스가 실감 나 보인 건 작가가 물리학·화학·경제학 등을 소설에서 잘 버무렸기 때문이다. 달의 표준 시간, 화폐, 통신 수단, 건물 구조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테슬라 모터스 CEO 일론 머스크가 반드시 읽어볼 만하다. 그는 2030년까지 화성에 8만여 명이 사는 도시를 건설하려 하는 야심가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 재즈 바스라의 재치에 유쾌했고, 그의 복수극에 통쾌했다. 그러나 상쾌하지는 않았다. 아르테미스가 생각보다 우울한 도시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소설에 나오는 환원식 맥주를 마신 듯 찜찜함이 남았다. 그러고 보니 출판사는 이 소설을 ‘SF 누아르 서스펜스 스릴러’라고 소개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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