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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習 주석 '한국시'에 '한시'로 답한 文 대통령 베이징대 연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한국과 중국이 같은 마음으로 함께 힘을 합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이루어 내는데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베이징대 강연…"한·중 '역지사지' 발전 기대"
왕안석 한시 인용…"서로 알아주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
2013년 허균 고대시 인용한 시 주석 대한 '한시' 답변

 
 
 
문 대통령은 이날 중국 국립 베이징대학 연설에서 “중국과 한국의 관계가 역지사지(易地思之·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하며 서로를 알아주는 관계로 발전하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중국 베이징대학교를 방문해 '한중 청년의 힘찬 악수, 함께 만드는 번영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연설에는 교수와 교직원, 학생 300여명이 참석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중국 베이징대학교를 방문해 '한중 청년의 힘찬 악수, 함께 만드는 번영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연설에는 교수와 교직원, 학생 300여명이 참석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현직 대통령의 베이징대 연설은 2008년 5월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9년여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의 핵심인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를 몇 가지 한자성어로 압축해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주역(周易)』에 나오는 ‘이인동심 기이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 동심지언 기취여란(同心之言 其臭如蘭)’이라는 문장을 인용했다.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 하면 그 날카로움이 쇠도 끊을 수 있으며, 하나된 마음에서 나온 말은 난초와 같은 향기가 풍긴다’는 뜻이다.  
 
 
 
그는 북한에 대한 한·중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말을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북한과의 대립과 대결이 아니다”라며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경우 국제사회와 함께 밝은 미래를 제공할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마음을 함께하면, 그 날카로움은 쇠를 절단할 수 있다(二人同心, 其利斷金)’는 말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원칙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 양국은 북한의 핵보유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할 수 없으며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며 “또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며 북핵문제는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데 대해서도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중국 베이징대학교를 방문해 '한중 청년의 힘찬 악수, 함께 만드는 번영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기 전 환영에 답례하고 있다.문 대통령의 연설에는 교수와 교직원, 학생 300여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중국 베이징대학교를 방문해 '한중 청년의 힘찬 악수, 함께 만드는 번영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기 전 환영에 답례하고 있다.문 대통령의 연설에는 교수와 교직원, 학생 300여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한·중 관계 경색의 원인이 됐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에 대해서도 직접 언급 대신 고사를 인용한 우회적 표현으로 대신했다. 문 대통령은 “왕안석의 시 명비곡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며 “‘인생락재 상지심(人生樂在相知心)’, 서로를 알아주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이다”라고 말했다. 왕안석(王安石)은 중국 송나라 때의 개혁정치인으로, ‘당·송 8대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문 대통령은 이 말을 인용한 뒤 “중국과 한국의 관계가 역지사지하며 서로를 알아주는 관계로 발전하기를 바란다”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처럼 나라 사이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은 항상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수천 년간 이어진 한·중 교류의 역사는 양국 간의 우호와 신뢰가 결코 쉽게 흔들릴 수 없음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 나라가 모든 분야에서 마음을 열고 서로의 생각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진정성 있는 ‘전략적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며 “양국 간의 경제 협력만큼 정치·안보 분야의 협력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열린 MOU 서명식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열린 MOU 서명식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200자 원고지 45장 분량의 이날 연설문에는 이밖에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와 공자, 맹자 등 중국의 고전을 비롯해 고대사부터 현대사를 아우르는 한·중 양국의 문화·역사적 공감대에 바탕을 둔 표현이 다수 사용됐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저도 삼국지연의를 좋아한다”며 “가장 마음에 드는 내용은 유비가 백성들을 이끌고 신야(新野)에서 강릉(江陵)으로 피난을 가는 장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적에게 쫓기는 급박한 상황에서 하루 10리 밖에 전진하지 못하면서도 백성들에게 의리를 지키는 유비의 모습은 ‘사람이 먼저’라는 저의 정치철학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동묘를 비롯,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관우를 기리는 사당(관제묘)가 한국에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양국 관계와 관련해선 “양국은 경제에서 경쟁관계고 중국의 성장은 한국 경제에 위협이 될 거라고 전망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생각이 다르다”라며 “양국의 오랜 역사에서 보듯이 양국은 일방의 번영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운명공동체’이 관계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추켜세우며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 19차 당대회를 높이 평가한다. 시 주석의 연설을 통해 (중국이) 단지 경제성장뿐 아니라 인류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로 나아가려는 통 큰 꿈을 보았다”며 “중국 인민을 위해 생활환경을 바꾸겠다는 것뿐 아니라 인류가 나아갈 길에 중국이 앞장서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호혜상생과 개방전략 속에서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을 견지’하겠다는 시 주석의 말에 큰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는 국가다.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과 같다”며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서는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중 직전 지난 10월 중국 공산당 대회 개막식에서 시 주석이 했던 3시간 24분에 대하는 연설문을 정독하며 이번 방문을 대비해왔다.
 
시진핑 집권 2기의 시작을 알리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체대표대회가 18일 개막한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당대회에서 성과보고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시진핑 집권 2기의 시작을 알리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체대표대회가 18일 개막한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당대회에서 성과보고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014년 한국을 국빈방문했던 시 주석도 서울대에서 강연을 한 적 있다. 당시 시 주석이 강조한 말은 이날 문 대통령이 강조한 한·중 관계와 맥이 닿아 있다. 시 주석은 2014년 강연에서 “‘세 닢 주고 집을 사고, 천 냥 주고 이웃을 사며, 좋은 이웃은 돈으로도 바꿀 수 없다’는 말이 있다”며 신선을 찾아 제주도로 온 서복(徐福), ‘동국 유학의 대가’ 최치원 선생, 임진왜란에 참전한 진림·이순신 장군, 김구 선생 등 양국의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을 나열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고대 시인인 허균 선생이 쓰신 ‘간담매상조, 빙호영한월(肝膽每相照, 氷壺映寒月·간과 쓸개를 꺼내어 서로를 비추니, 항아리의 얼음 한 조각을 차디찬 달이 비추는듯 하다)’라는 시구는 양국 국민간의 우정을 표현한 매우 적합한 말”이라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국빈방한했던 2014년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강연을 마치고 나서며 참석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국빈방한했던 2014년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강연을 마치고 나서며 참석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시 주석은 당시 의리관(義利觀)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는 이익이 아닌 의로움을 이익으로 삼는다(國不以利爲利, 以義爲利, 예기(禮記)·大學(대학)’이라는 말을 인용해 “국제 협력에 있어 우리는 ‘이익(利)’도 중시해야 하지만, 그보다 ‘의로움(義)’에 더욱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문 교류를 강화하고 국민 간 감정 유대를 지속 증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번 방중 내내 ‘인적 교류 증진’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주장과 일치한다.
 
방한중인 시진핑 중국 주석이 서울대 글로벌공학센터 대강당에서 강연을 마치고 일정에 따라 서울대를 나가려 하자 밖에 있던 중국 유학생들이 주석을 보고 환호하고 있다.

방한중인 시진핑 중국 주석이 서울대 글로벌공학센터 대강당에서 강연을 마치고 일정에 따라 서울대를 나가려 하자 밖에 있던 중국 유학생들이 주석을 보고 환호하고 있다.

 
 
 
 
시 주석은 또 “남북한이 지속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프로세스를 추진해 나간다면, 한반도 국민이 갈망하는 자주평화통일의 숙원이 결국 실현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중국 국민은 한반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영원한 친구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전날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개항 중 ‘남북한 간의 관계 개선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4번째 항목에 반영됐다.

 
 
 
베이징=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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