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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中 '국익 반하는 행위시 한국 뜻대로 안될 것' 메시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열린 MOU 서명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열린 MOU 서명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우려했던 ‘대형 사고’는 없었지만, 두드러지는 성과도 없었다.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양 측은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집중했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나 북핵 문제 등 현안에 있어서는 이견이 드러날 수 있는 구체적인 논의를 피했다.
 
 
 
◇여전히 불씨 남긴 사드 봉합=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방중 직전 시 주석이 사드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꼽았지만, 이런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은 회담 뒤 공개한 언론발표문 앞머리에서 시 주석이 “모두 다 아는 이유로 중·한 관계가 일련의 풍파를 겪었는데, 이는 양 측이 상호 핵심 이익을 존중한 기초 아래 양국 관계의 미래를 어떻게 개척할지에 대해 시사점을 제공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발표문 끝머리에서 사드 문제는 한 번 더 나왔다. 시 주석이 사드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천명하고 “한국이 지속적으로 적절히 처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수위 조절’은 있었다. 시 주석은 언론에 공개되는 회담 모두발언에서는 사드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았다. 또 회담 중에도 한국의 ‘3불(不)’ 입장(^미국의 MD 체제에 편입하지 않으며 ^사드 추가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드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시 주석이 10·31 협의결과 발표 이후 관계 개선을 위한 ‘최고의 모멘텀’이 확보됐다는 긍정적인 발언을 했다. 지난달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났을 때보다 사드 관련 발언이 완화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시 주석이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문 대통령에게 ‘지속적인 적절한 처리’를 희망한 것은 기존의 3불 입장을 지키라는 요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APEC 때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 것보다 더 명확히 행동을 요청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열린 MOU 서명식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열린 MOU 서명식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플레이도 여전했다. 중국 CCTV는 양국 정부의 공식 발표 전 ‘시 주석이 사드 문제의 적절한 처리를 희망하다’는 제목으로 중국 측 발표문을 먼저 보도했다. 그러면서 정작 메인뉴스에서는 한·중 정상회담 보도에 2분 정도만 할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중 당시 관련 소식을 10여 분간 보도한 것과는 차이가 났다.  
 
 
 
이정남 고려대 중국연구센터장은 “시 주석의 발언은 한국 측이 ‘말한 대로’ 사드 문제를 처리할 것인지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나름대로 배려한 부분도 있지만, 사드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사드 문제에 대해 보다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추가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 중 사드 보복에 대한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다. 양측이 경제·산업 분야 협력 강화에 합의했을 뿐이다. 정부는 발표문에서 “양국 국민 간 상호 이해 제고 및 정서적 공감대 확대가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했다.
 
◇북핵에선 기존 입장만 확인=정부는 양측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4원칙(^한반도 전쟁불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 견고히 견지 ^북핵 문제는 대화와 협상으로 평화적 해결 ^남북관계 개선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에 공감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공통의 입장 확립이라기보다는 기존의 원칙 확인 수준이다. 중국은 무핵(無核)·무전(無戰)·무란(無亂)을 한반도 3원칙으로 삼고 있다.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라고 표현한 것은 북핵 폐기 뿐 아니라 한국도 전술핵을 재배치하지 않겠다는 점을 문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직접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정작 구체적인 북핵 해결 접근법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회담 중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북한의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도발 중단을 어떻게 유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자체가 없었다는 뜻이다.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지난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직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통화하면서 “시 주석에게 더 강력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방중 직전 “정상회담에서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요구하는)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원유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중국의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한다는 취지로만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유 중단은 중국이 결정할 문제이고,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지키는 상황에서 그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가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새로운 안보리 결의에 넣어야 한다고 중국에 요청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것은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발표에는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협력한다’고 돼 있지만, 중국 측 발표문에는 제재와 압박은 빠진 채 ‘오로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돼 있다. 외교가 소식통은 “문 대통령은 안보리 결의 채택 전 시 주석과 가장 오래 면대면으로 대화할 기회가 있는 국가 정상이었기 때문에 미국도 문 대통령이 같은 목소리를 내주길 기대했었다”고 전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북한이 참가하는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겠다는 의지가 강한 문 대통령에게 시 주석의 지지 확보를 얻은 것은 성과다. 한국 측 발표문에선 “양 정상은 평창 겨울올림픽 및 패럴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 및 동북아 긴장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했다.
 
 
 
◇부각된 대미·대일 메시지…향후 정책 부담 우려=정재흥 연구위원은 “시 주석이 난징(南京) 대학살을 문 대통령이 애도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고, 일대일로 전략에 대한 한국의 협력을 강조한 것은 한국 측의 성의를 중국이 충분히 이해하고 호의로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두 정상이 친분 관계를 두텁게 하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 연구위원은 “향후에 한·미·일 안보 공조에서 딜레마적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동전의 양면’도 우려했다. 문 대통령이 방중 기간 동안 공개적으로 세 차례나 난징 대학살의 희생을 애도하며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한 것은 일본에 ‘과거사 펀치’를 날린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한·중이 ‘반일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모양새가 한·미·일 안보 협력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외교가에서는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북대청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국민의례를 앞두고 서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북대청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국민의례를 앞두고 서있다. [연합뉴스]

 
 
일대일로 문제도 경제 협력 차원에서만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아시아 기조인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기조’에 대해 청와대는 대중 견제 성격이 있다는 이유로 참여에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이 강력히 추진하는 유라시아 대외전략인 일대일로에 대해서만 협력을 강조하는 것은 쏠림처럼 비칠 수 있다. 중국은 발표문에서 “문 대통령이 일대일로에 적극적인 참여를 원했다”며 기정사실화에 나섰다.
 
 
정부가 중국과 한반도 4원칙을 합의했다고 밝히며 한반도 비핵화보다 전쟁불가 원칙을 더 앞에 내세운 것도 대미 메시지 성격이 크다. 미국의 군사 옵션에 대한 강한 반대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양국이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도 합의했는데, 한·중의 안보 이익이 상충하는 부분이 많고, 중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다 미·중 간 대립 구도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남 센터장은 “이번 회담은 경색된 것을 털고 한·중 관계가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과제도 많다”면서도 “북핵 문제에 있어 향후 미국 등과의 조율이 관건이고, 중국이 이번에 보여준 의전 상의 무성의 등을 보면 중국은 ‘우리 국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양국 관계가 앞으로 한국이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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