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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난방기 고장난 캠핑카 시린 등골 데워준 '이것'

기자
장채일 사진 장채일
캠핑카 난방 시스템이 고장 났다. 밤사이 기온은 뚝 떨어져 캠핑카 안이 냉골이다. 지금부터 이탈리아 북부 베네치아를 거쳐 그 춥다는 알프스 지방으로 가야 하는데 걱정이다.
 
설상가상으로 멀쩡하던 차에 갑자기 경고등이 들어왔다. 마침 지나던 휴게소에서 쉬고 있던 대형 트레일러 운전기사들에게 도움을 청하니 대뜸 엔진오일을 바꾸란다. 그러나 엔진오일 한 통을 다 먹고도 경고등은 멈추지 않는다. 오늘은 더 이상의 운행은 안 되겠다 싶어 근처의 캠핑장을 찾아 머물면서 렌터카 회사에 SOS를 보내기로 했다.
 
 

[사진 장채일]



 
발칸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핑장
 
지도를 펼쳐놓고 찾아보니 가장 가까운 캠핑장이 스플릿에 있다. 스플릿과는 인연인가 보다. 발칸으로 올 때도 예정에 없이 들렀고 갈 때도 계획했던 여정과 다르게 1박까지 하게 되었으니. 뭔가 잘 안 풀리는 느낌에 기분이 좀 침울했던 우리는 캠핑장에 도착하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바닷가에 위치한 캠핑장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안내 데스크에 보니 2017년 발칸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핑장으로 선정이 되었다는 팸플릿이 놓여 있었다.
 
캠핑카를 주차한 후 주변부터 둘러보았다. 캠핑장 바로 옆이 해변이다. 만으로 둘러싸여 호수처럼 잔잔한 바닷가 숲속에서 아이들과 자전거 하이킹을 하는 아빠, 모래사장에서 공 던지기를 하는 가족, 낚시하는 노인, 캠핑카 밖에 의자를 펼쳐놓고 한가롭게 책을 읽는 사람들….
 
 

[사진 장채일]

[사진 장채일]

[사진 장채일]

 
“여보, 여행하면서 쭉 느낀 건데, 이곳 사람들은 우리보다 근심 걱정이 덜 한 거 같아. 행복해 보이지 않아?”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보고 겪었던 유럽 사람들이 대체로 그랬다. 겁에 질려 굼벵이 운전을 했던 아말피 해안도로에서 뒤따라오던 차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유럽 도심의 좁고 굽이진 길에서는 마음이 급해 자주 시동을 꺼뜨렸다. 하지만 누구 하나 빵빵거리지 않고 여유 있는 미소로 친절하게 기다려 주었다. 길거리나 시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모습도 대체로 평화롭고 행복한 모습이었다. 그들이 우리보다 더 잘 살기 때문일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사진 장채일]

[사진 장채일]

 
언젠가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구호를 본 적이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빨리’가 일상화된 모습에서 한국은 분명 역동적일 것이다. 그러나 역동성은 경쟁의 또 다른 표현이지 않을까? 치열한 경쟁의 틀 안에서 개개인이 불행하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역동성인가?
 
 
[사진 장채일]

[사진 장채일]

 
모든 삶에는 각자의 색깔이 있기 마련이다. 빨강이 노랑보다 못하거나 파랑보다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듯이 각각의 색에는 서로 비교할 수 없는 자기만의 개성과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색이 초록이면 어떻고 짙푸른 코발트색이면 어떤가? 중요한 건 자기가 좋아하고 행복하면 차별 없이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진 장채일]

[사진 장채일]

 
오늘 밤 추워서 어떻게 자지?” 쌀쌀한 바닷바람에 더 추울 밤을 생각하니 태산같이 걱정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가져온 전기장판이 번득 떠올랐다. “캠핑카 안은 히터만 틀면 후끈후끈하다던데 무겁게 그걸 왜 가져가?” 하며 인터넷으로 전기장판을 사려는 아내에게 핀잔을 주었던 생각이 났다. 
 
내 성화에 아내는 조그만 일인용 장판을 사 왔다. 장판을 펼쳐보니 딱 한 사람이 누울 면적이다. “당신이 써. 난 괜찮아”라고 쿨하게 말하고 옆에 누웠지만, 등골이 시리다. 아내가 모로 누워 자리를 내준다. “맞아. 많다고 행복한 건 아냐. 나눠야 행복이지.”

 
 
[사진 장채일]

[사진 장채일]

 

장채일 스토리텔링 블로거 blog.naver.com/jangchai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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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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