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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의식없는 환자 갑자기 호흡곤란 … 30분도 못 앉고 밤샘근무

14일 새벽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 외상 중환자실에서 최문영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고 있다. 환자 3명을 밤새 살피려면 자리에 앉을 틈도 없다. 장진영 기자

14일 새벽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 외상 중환자실에서 최문영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고 있다. 환자 3명을 밤새 살피려면 자리에 앉을 틈도 없다. 장진영 기자

“잠깐 머리 들게요. 하나, 둘, 셋!”
“아이고, 또 이러시네. 그거 뽑으시면 안 돼요.”
 
간호사 2명이 등·엉덩이에 욕창이 생기지 않게 닦아 주는 동안 환자가 몸부림을 쳤다. 환자의 가슴·팔과 의료장비를 연결한 선이 빠질 것처럼 위태롭다. 환자가 선을 뽑으려 하자 급히 제지한다. 바로 옆 침대 환자가 기침을 심하게 하며 “간호사님! 간호사님!” 부르지만 갈 수가 없다.
 
지난 13일 강원도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 권역외상센터 2층 중환자실은 밤새 깨어 있었다. 20개 병상 중 19개 병상이 찼다. 중앙일보 취재진은 이날 오전 9시부터 14일 오후 5시까지 32시간 동안 이 병원 간호사와 함께했다.
 
“환자 여럿이 동시에 부를 때 가장 난감해요. 요청을 바로 들어주고 싶어도 손이 없거든요.”
 
최문영 간호사가 환자의 목에 호스를 연결해 가래를 뽑아내고 있다. 중환자들은 스스로 기침해 가래를 뱉어낼 수 없기 때문에 30분에서 1시간에 한 번씩 가래를 제거해줘야 한다. 장진영 기자

최문영 간호사가 환자의 목에 호스를 연결해 가래를 뽑아내고 있다. 중환자들은 스스로 기침해 가래를 뱉어낼 수 없기 때문에 30분에서 1시간에 한 번씩 가래를 제거해줘야 한다. 장진영 기자

이날 밤번 간호사 근무조 책임자인 최문영(43) 간호사가 이렇게 말했다. 간호사 경력 20년, 외상센터 4년의 베테랑이다. 외상센터에는 3개 조(조당 6~7명)가 3교대로 근무한다. 간호사 1명이 환자 3명을 돌보는 구조다. 아무리 신경을 써도 아찔한 상황은 생긴다. 일주일 전 일이다. 새벽에 50대 남성 환자를 체크하던 중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 환자의 의식이 갑자기 떨어지고 동공이 풀려 있었다. 팔·다리를 만져 보니 반응이 없었다.
 
“TICU(외상중환자실), 신경외과, 코드블루.”
 
최 간호사는 즉시 ‘코드블루(긴급 호출 신호)’ 방송을 했다. 외상센터 의료진이 급히 달려왔다. 환자는 수술대로 옮겨졌고 개두(開頭) 수술을 진행했다. 이 환자는 작업장에서 머리를 다쳐 후송됐다. 처음에는 상태가 그리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경과를 관찰하는 중이었다. 그새 병세가 악화돼 뇌출혈이 발생했고, 코드블루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최 간호사가 두 시간마다 동공반사를 점검하고 있던 중에 동공이 확대된 것을 보고 위급한 상황을 직감적으로 인지한 것이다. 최 간호사는 “만약 환자의 당시 상황을 감지하지 못했다면 사망에 이르렀을 수도 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환자는 응급수술 덕분에 위기 상황을 넘기고 지금은 회복해서 일반 병동으로 옮겼다.
 
오후 10시는 저녁조와 야간조의 근무 교대시간이다. 다음 근무조는 꼼꼼한 인수인계를 위해 실제 근무시간보다 일찍 출근해 회의를 가진다. 장진영 기자

오후 10시는 저녁조와 야간조의 근무 교대시간이다. 다음 근무조는 꼼꼼한 인수인계를 위해 실제 근무시간보다 일찍 출근해 회의를 가진다. 장진영 기자

최 간호사는 13일 오후 10시 일을 시작했다. 조장이라고 해서 데스크에 앉아 팔짱 끼고 있을 수 없다. 최 간호사도 3명의 환자를 맡는다. 오전 1시, 몸을 닦아 주는 ‘백 케어(back care)’ 시간이다. 한 환자가 침을 가득 머금고 신음했다. 최 간호사는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입 사이로 석션(흡입기)을 넣어 침을 빼줬다. 호스를 연결해 목에서 직접 가래를 빼냈다. “의식이 있어야 기침을 하는데 중환자들은 가래가 쌓여도 스스로 못 뱉어요. 수시로 제거해야 돼요.”
 
최 간호사는 새벽 5시에도 백 케어를 했다. 그사이에도 잠깐 눈을 돌릴 겨를이 없다. 환자의 호흡이 정상적인지, 침을 제대로 삼키는지 초 단위로 살펴야 한다. 대소변 처리도 필수적이다.
외상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3인 1조로 환자의 몸을 닦아주고 있다. 여러 군데가 부러지고 스스로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하는 환자를 돌보려면 혼자 힘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다. 장진영 기자

외상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3인 1조로 환자의 몸을 닦아주고 있다. 여러 군데가 부러지고 스스로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하는 환자를 돌보려면 혼자 힘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다. 장진영 기자

 
최 간호사는 “3명을 돌보기는 벅차요. 심정지가 발생하면 심폐소생술에만 30분이 걸리기도 해요. ‘코드블루’ 상황에 누군가 심정지가 왔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안 좋은 상황이 겹칠까봐 늘 불안해요”라고 말한다. 그는 밤새 30분도 앉지 못했다.
 
최 간호사는 “외상 중환자실 환자는 대부분 갑자기 사고가 난 사람이다. 안 좋았던 환자가 좋아지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최 간호사는 세 아이(중2, 초4, 초3)의 엄마다. 한 방송의 외상센터 프로그램에 나간 적이 있는데 아이들이 “엄마다!”라며 자랑스러워해 뿌듯했다고 한다.
 
“의사가 치료의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환자 옆을 지키는 건 간호사들입니다. 환자의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인 관리도 신경을 많이 써요. 환자의 회복에 장기적으로 도움을 주는 존재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요.” 
 
원주=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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