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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한달 … 대피소의 이재민들 “집에 돌아가기 무서워”

1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 실내체육관. 402명의 이재민이 모인 이곳엔 “점심 식사 시간이에요”라는 자원봉사자들의 밝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양산불교연합회 회원 18명과 함께 이재민에게 짜장면을 대접한 정경자(57)씨는 “다들 오랜 대피소 생활에 지쳐 있는 게 느껴진다.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우리라도 웃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고 뒤 심각한 트라우마 시달려
시, 임시주택 등에 무상입주 계획
1440억 투입 건물 복구 작업 활발
직격탄 맞았던 지역경제도 회복세

지난달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덮친 포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최대 1797명(지난달 17일 오전 11시 기준)이었던 이재민 수는 이날 567명까지 줄었다. 이재민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늘었다. 텐트가 쳐져 있어 서로의 사생활을 보호했고 빨래방·아이돌봄방도 설치됐다.
 
이재민들이 거주할 임시 조립식 주택. [백경서 기자]

이재민들이 거주할 임시 조립식 주택. [백경서 기자]

하지만 남은 이재민들은 여전히 지진의 후유증 속에 추운 겨울을 맞았다. 대피소 텐트 안에서 만난 김영애(68)씨는 “집은 사실 많이 파손되지 않았는데, 바깥양반 때문에 돌아가지 못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씨의 남편은 오른쪽 다리를 잃고 의족을 끼운 상태다. 지진 당시 혼자 집에서 침대를 세워놓고 바닥 청소를 하다가 지진이 나는 바람에 침대에 깔렸다고 한다. 김씨는 “홀로 몇 시간을 그 상태로 있어서 그런지 정신적 트라우마가 심해 집에 못 가겠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함께 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피소에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이재민을 위해 상담 부스가 따로 마련돼 있다. 하지만 “가서 상담하면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하는데 치료비가 어디 있느냐”는 게 김씨의 말이다. 10년 전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고은정(63)씨도 “한번 큰 사고를 당한 데다가 지진까지 겪어 트라우마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치료비가 지원되지 않으니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흥해실내체육관 대피소 입구에서 지난 12일 자원봉사자가 한 이재민에게 안마를 해주고 있다. [백경서 기자]

흥해실내체육관 대피소 입구에서 지난 12일 자원봉사자가 한 이재민에게 안마를 해주고 있다. [백경서 기자]

자원봉사자들은 이재민들의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려 노력하고 있다. 포항시자원봉사단은 대피소 한편에서 오랜 대피소 생활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안마 봉사를 하고 있다. 주갑식(62)씨는 “원래 포항 지역 경로당을 다니는데 지진 이후에는 이리로 온다. 어르신들에게 안마를 해주고 얘기도 들어주는 게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웃었다. 주씨는 이날 이재민의 하소연을 한참이나 들어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포항시는 대피소 생활을 하는 이재민의 수를 순차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앞서 200가구 476명의 이재민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등 장기 주거시설로 입주했다. 이어 13일 오전에는 북구 흥해읍 성곡리 조립식 임시주택 5채에 이재민이 입주를 시작했다. 포항시가 전국재해구호협회로부터 1~2년간 지원받아 설치한 임시주택이다. 포항시는 조립식 임시주택 75동과 컨테이너 주택 42동 총 117동에 순차적으로 집이 전파·반파된 이재민을 무상 입주시킬 계획이다. 원룸 구조인 내부엔 화장실과 가스레인지 등이 마련돼 있다.
 
지진으로 파손된 건물의 응급복구는 완료된 상태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진으로 파손된 공공·민간 건물은 총 3만1282곳이다. 지진 이전과 같을 수는 없지만 무너질 위험이 있는 건물에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등 응급복구는 끝났다. 중대본과 포항시는 1440억원을 투입해 건물 내·외부 수리 등 본격 복구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직격탄을 맞은 포항 경제도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2일 오후 포항 북구 죽도시장엔 평일인데도 손님으로 붐볐다. 지진 직후 첫 주말에 만났던 과메기집 사장의 표정도 전보다 한결 가벼워 보였다. 김외준(59) 경주상회 상인은 “예년 매출의 80%까지 올랐다. 아직 관광버스 단체손님은 오지 않지만 포항 과메기 맛을 잊지 않고 오실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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