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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J노믹스의 희망고문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란 희망을 품었을 사람들이 많다. 헬조선이란 말이 나올 만한 청년실업과 서울 집값의 고공행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못살겠다”며 세상을 바꿔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꿈꾼 대로 세상은 굴러가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이 일제히 정규직이 되고, 일자리를 지키면서 최저임금도 오르고, 내집 마련의 문턱도 많이 낮아졌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오히려 정치적 구호에 가까웠던 공약들은 희망고문이 되고 있다.
 
정규직 전환이 대표적이다. 기간제 교사 4만6000명,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1만 명,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5378명을 비롯한 비정규직 670만 명은 희망고문을 당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들 상당수는 법적이든 예산 때문이든 정규직 전환이 난망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두 번째 희망고문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소득이 늘고 소비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첫 신호탄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청년실업이다. 미국·일본은 구직자가 회사를 따져가며 고를 만큼 완전고용에 가깝지만 한국은 체감 청년실업률이 22%에 달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코앞에 닥치자 “직원을 줄이겠다”는 소상공인과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겠다”는 중소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실업률의 고공행진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부동산 대책도 희망고문이 계속될 것같다. 6·19, 8·2, 9·5, 10·24까지 벌써 네 차례 대책이 나왔지만 무엇이 달라졌나. 달라진 게 있다면 만성적 수요 초과 현상이 빚어지는 강남 집값의 고공행진 정도랄까다. 어째 노무현 정부 때의 데자뷔처럼 “강남 부자들만 좋아졌다”는 속삭임만 퍼진다. 전문가들은 “수요가 있는데 거래가 줄어드니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풀이한다. 그러자 집권세력 일각에선 보유세 카드를 만지작거린다고 한다. 이래서는 부동산의 양극화만 가속화하고 서민이 내 집 마련할 길만 멀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역대 정부에서 증시든 주택이든 수요와 싸워서 이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런 희망고문은 “소득을 늘려 경제를 살린다”는 J노믹스(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정책방향에서 비롯되고 있다. 여기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공공부문 정규직화에도, 공공임대주택 확대에도 돈이 들어간다. 최저임금은 내년에만 3조원을 쏟아붓는다. J노믹스 전체를 위해선 5년간 178조원+α가 투입된다. 재정은 악화할 수밖에 없고 그 짐은 2030 젊은 층이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한다.
 
문제는 이같이 ‘소득 주도’라고 쓰고 ‘부채 주도’라고 읽어야 하는 정책이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희망고문이 계속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적어도 내년 6·13 지방선거까지는 그럴 것 같다. 기초연금이 오르고 아동수당 지급이 시작되면 소비와 생산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출로 먹고사는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국내에 돈 좀 푼다고 경제가 좋아질 리 있겠나.
 
더 큰 문제는 희망고문이 계속되면 성장동력 회복의 골든타임을 영영 놓쳐버리고 일자리의 질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다. J노믹스는 소득의 원천인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구조개혁과 노동개혁에는 미온적이다. 한국을 찾아 “개혁은 정부 주도로 해야 한다”는 슈뢰더 전 총리의 조언도 한 귀로 흘려버리고 있다. 그 결과 30년 전 낡은 규제에 발목 잡힌 국내 기업들은 그냥 주저앉아서 중국 기업에 덜미를 잡히고 있다.
 
J노믹스 주창자들은 J노믹스를 끝까지 감싸고 돌 것 같다. 높은 지지율에 취하고 반도체 하나 달랑 잘되는 착시에 빠져 있어서다. 구조개혁과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한국 경제는 진짜 희망을 잃게 된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경제만큼은 보수 진영의 얘기를 듣는 탕평책을 썼으면 좋겠다. 희망고문은 이만하면 충분하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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