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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8시간 연장근로 허용해야” … 국회는 ‘근로시간법’ 처리 일정도 못 잡아

‘근로시간 단축법’의 연내 처리는 불가능해졌다. 게다가 여야 합의안과 경제계 주장이 서로 엇갈리면서 경제계·노동계가 혼란에 휩싸였다.
 
근로시간 단축법은 22일 올해 마지막 임시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여당 내 의견이 모이지 않고 있는 데다 환경노동위원회는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사실상 연내 처리는 물 건너간 것이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더는 늦출 수 없는 과제”(11일 수석·보좌관 회의)라고 강조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늦어도 내년 2월 임시국회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근로시간 단축 각계 입장 비교

근로시간 단축 각계 입장 비교

연내 입법화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자 경제계는 비상이 걸렸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근부회장은 14일 오전에 열린 경총 포럼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1000인 이상 기업부터 4단계로 나눠 적용하고 노사가 합의할 경우 주당 8시간의 특별 연장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현장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총의 주장은 국회 환노위의 여야 합의안과는 차이가 있다. 합의안의 골자는 ▶기업 규모별 ‘3단계’ 근로시간 단축(주당 68→ 52시간) ▶현행 휴일근무 할증률(50%) 유지 ▶연장근로 불인정이다. 이에 따르면 종업원 수 300인 이상인 기업은 내년 7월부터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중소·중견 기업계는 경총보다 한 단계를 더 둔 ‘4단계 단축’과 ‘연장근로 허용’을 호소하고 있다. 2015년 노사정 대타협에서 1000인 이상 기업은 개정 후 1년, 300~999인 기업은 개정 후 2년 등 4단계 걸쳐 유예를 한 것이 그 배경이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생존에 허덕이고 있는 영세기업들에 별다른 인력 수급 대책도 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하는 것은 채용공고를 내도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소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 내용에 이견을 보이면서도 경제계가 ‘입법화’를 촉구하는 건 결정적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휴일수당 지급 기준과 관련해 다음달 공개변론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대법원은 통상 공개변론 이후 2~3개월 뒤 판결을 내린다.
 
법조계에선 한국의 근로시간이 선진국 대비 길다는 점, 문재인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을 강조해 온 점, 최근 노동자의 권리가 보호받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대법원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기업들은 규모·업종과 관계없이 즉시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고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여기에 휴일 중복 할증까지 인정하면 휴일수당은 현행 1.5배에서 2배로 늘어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당장 근로시간 단축으로 재계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12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최대 걸림돌은 중복 할증 문제다. 민주당 소속 환노위원인 강병원·이용득 의원은 여전히 휴일근무 할증률을 100%로 올려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환노위 소속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14일 “근로시간 단축을 유예하고 휴일 연장근로에 종전처럼 50% 할증만 부과한다면 박근혜 정부와 달라지는 게 없다”고 반발했다.
 
환노위 측 여당 관계자는 “청와대와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반대파 의원들을 설득했지만 아직 큰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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