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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콘에어 … 필리핀서 범죄인 47명 전세기로 수송

필리핀 현지 수용소에 수감돼 있던 범죄자 47명이 14일 오후 전세기 편으로 송환되고 있다. 이날 송환된 피의자들은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자 11명을 포함한 보이스피싱·마약·폭행범 등이다. [사진 경찰청]

필리핀 현지 수용소에 수감돼 있던 범죄자 47명이 14일 오후 전세기 편으로 송환되고 있다. 이날 송환된 피의자들은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자 11명을 포함한 보이스피싱·마약·폭행범 등이다. [사진 경찰청]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족 또는 친구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14일 오후 기이한 광경을 목격했다. 입국장 앞에 경찰관 30여 명이 인간벽을 쳤다. 그 뒤로 ‘3렬 종대’ 행렬이 펼쳐졌다. 150명가량이 단체로 이동했다. ‘3렬’ 중 가운데 사람들은 모자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경찰’이라는 문구가 적힌 검정 조끼를 입은 경찰관들이 양옆에서 팔짱을 끼고 이들과 함께 걸었다.
 
모자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은 가린 가운뎃줄 사람들은 필리핀에서 검거된 한국인 피의자 47명이었다. 이날 전세기로 집단 송환됐다. 보이스피싱 등과 관련된 사기 사범이 39명으로 그중 가장 많았다. 나머지 8명은 마약·절도·폭행 등에 연루된 피의자였다. 이들과 관련된 사건을 수사한 형사와 경찰청 외사국 소속 경찰관 등 120명이 호송 작업에 참여했다. 피의자와 호송단을 모두 합하면 167명이다. 항공기 안에서도 3렬 종대의 형태로 앉아서 왔다.
 
호송된 피의자 중에는 아이를 안은 젊은 여성도 있었다. 입국 장면을 지켜본 원모(20)씨는 “처음엔 몇 명만 나오나 했는데 계속 줄줄이 나와서 놀랐다. 아이를 안은 엄마도 있어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고 했다. 기모(50)씨는 “죄를 지었다면 잡아 오는 게 맞다. 경찰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세호 충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이날 공항까지 범죄자들을 ‘마중’ 나왔다. 그가 쫓고 있던 박모(36)씨 등 보이스피싱 조직원 21명이 송환자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지난 5월 사무실 겸 숙소로 쓰던 필리핀 마카티 시티의 한 콘도에 있다가 경찰청 소속 코리안데스크(한국인 사건 처리 전담 경찰관)와 필리핀 이민청에 의해 동시에 검거됐다. 체포 당시 이들은 5개 방에 흩어져 머무르고 있었다고 한다. 노세호 대장은 “21명 모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나머지 피의자 26명도 모두 자신에 대한 수사를 맡고 있는 경찰서로 이송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피의자들은 호송 직전까지 필리핀 현지 외국인 수용소에 수감돼 있었다. 이후 필리핀 이민청 수사관 120명과 함께 차량 20대에 나눠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오전 11시35분(현지시간)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보잉 737’ 전세기에 몸을 실었다. 항공기 임대 비용은 한국 경찰이 냈다. 한국 경찰관들은 기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범죄자들을 전세기로 ‘집단 수송’한 것은 한국에서는 전례가 없다. 흡사 영화 ‘콘에어(Con Air·Convict Airline)’를 연상케 한다. 1997년 개봉한 콘에어는 미국 각지의 형무소에 흩어진 악명 높은 흉악범들을 따로 수용하기 위해 준비한 ‘죄수 수송기’를 소재로 다뤘다.
 
지난달 말까지 올해에만 필리핀으로 도피한 한국인 범죄자는 144명이다. 전체 국외 도피 사범의 약 3분의 1이 필리핀으로 간다. 이날 송환된 47명을 제외하고 50명 안팎의 한국인 피의자가 필리핀에 체포돼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지에서의 수사가 덜 끝났거나 다른 범죄 연루 가능성이 있는 이들은 이번 송환 대상 명단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범죄자들을 떼로 실은 ‘죄수 수송기’를 소재로 한 영화 ‘콘에어’의 한 장면. [영화 ‘콘에어’ 캡처]

범죄자들을 떼로 실은 ‘죄수 수송기’를 소재로 한 영화 ‘콘에어’의 한 장면. [영화 ‘콘에어’ 캡처]

송환된 피의자 가운데 인터폴 적색수배 범죄자는 11명이었다. 그중 가장 오래 필리핀에 체류한 피의자는 1997년에 출국한 폭력 사범이다. 그는 이날 19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경찰청은 9월부터 필리핀 당국과 범죄자 집단 송환을 협의했다. 경찰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송환하는 것에 비해 28% 정도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절차가 다소 복잡해 앞으로는 가급적 집단 송환은 피하려 한다. 대신 범죄인 인도에 속도를 더 내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한영익·조한대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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