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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의 직격 인터뷰] 미 대사관 옮기면 예루살렘에 지옥의 문 열릴지도

불붙은 예루살렘 분쟁 … 중동 전문가 최영철 회장
최영철 중동학회 회장은 지난 13일 ’지금은 별다른 폭력사태가 일어나지 않지만 미국 정부가 대사관 이전에 착수할 경우 예루살렘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우상조 기자]

최영철 중동학회 회장은 지난 13일 ’지금은 별다른 폭력사태가 일어나지 않지만 미국 정부가 대사관 이전에 착수할 경우 예루살렘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우상조 기자]

3000년 고도(古都)인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 세계 3대 유일신 종교인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모두의 성지(聖地)이자 중동의 화약고다. 중세 십자군 이래 이곳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으로 수많은 이가 피를 흘렸다. 이런 예루살렘의 운명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폭탄선언을 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밝힌 것이다. 그간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자신들의 수도라고 주장해 온 반면 팔레스타인은 이를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 선언으로 중립적 입장을 지켜 온 미국이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 준 셈이 됐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지옥의 문이 열렸다”며 결사 항쟁을 선언했다. 이렇듯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인 예루살렘 사태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지난 13일 이스라엘 전문가인 최영철 한국중동학회 회장을 만나 현황과 전망을 들었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가 아니었나.
“국제사회는 지난 70년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았다. 현재 이스라엘에 있는 86개국 외국 대사관 모두 텔아비브에 위치해 있다. 이스라엘은 의회·대법원·대통령관저 등 모든 주요 행정기관을 예루살렘에 두고 있지만 이곳을 수도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트럼프가 이런 상황을 깬 것이다.”
 
팔레스타인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무슬림의 입장에서 너무나 중요한 성지이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은 선지자 무함마드가 이곳에서 승천했다고 해 메카·메디나에 이어 세 번째로 중요한 성지다. 심지어 첫 18개월 동안 무슬림들은 메카가 아닌 예루살렘을 향해 절을 해야 했다. 무슬림 역시 구약을 믿기에 자신들도 유대인처럼 아브라함의 자식으로 생각하고 예루살렘을 향해 절을 했던 것이다.”
 
유대인에게도 중요한가.
“솔로몬 시대 때부터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을 어느 곳보다 중요한 성지로 여겨 왔다. 유대교 자체가 성전 중심이며 예루살렘에 가장 중요한 성전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유대교에서는 솔로몬 성전을 제1성전, 헤롯 성전을 제2성전이라고 하는데 둘 다 예루살렘에 있었다. 무슬림들이 예루살렘을 정복한 후 솔로몬 성전 자리에 황금 돔 사원을 건설했다. 그 후 1400년 동안 예루살렘은 무슬림들이 지배했지만 그럼에도 유대인들은 이곳에 찾아와 예배드리는 것을 종교적 의무로 생각해 왔다. 이런 이유로 유대인들로서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성지인 것이다.”
 
트럼프가 왜 이런 선언을 했을까.
“그는 과거의 미국 대통령과는 달리 기업인 출신이다. 따라서 전임자들과는 정치적 성향이 달라 이런 결정을 했다고 본다. 미국에서는 대선후보가 되면 유대인 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 모임에 가는 게 관례로 돼 있다. 조지 W 부시도 그랬고 버락 오바마도 그랬다. 거기에 가면 모두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한다. 유대인들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도 이번 대선 때 똑같은 약속을 했다. 하지만 과거 대통령들은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예루살렘 문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자 간 협상에 의해 결정한다는 공감대가 국제사회에 형성돼 있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실행에 옮기려 한다.”
 
정치적 지지자들의 요구도 작용했을까.
“트럼프에게 거액을 준 유대인 거부뿐 아니라 또 다른 지지세력인 백인 기독교 복음주의자들도 이번 선언이 나오도록 했을 것이다. 이들은 이스라엘 유대인들보다 더 강경한 시온주의자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건국과 예루살렘 점유 자체를 하느님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예루살렘을 무슬림에게 양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위가 유대인이란 점은 상관없을까.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는 유대인 사회의 부자들과 가깝다. 유대인들의 의견이 트럼프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 10월 쿠슈너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난 것을 보면 둘 사이에서 예루살렘 문제가 얘기됐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트럼프의 개인적 성향에다 정치적 배경, 가족 관계가 작동했다고 봐야 한다.”
 
이슬람 국가들이 일제히 크게 반발하지 않을까.
“중동의 현 정치 상황은 부시·오바마 때와는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아랍세계가 분열돼 있다. 특히 이란과 갈등을 빚고 있는 사우디로서는 트럼프의 지지가 필요해 은근히 이스라엘 편을 들어주고 있다. 여기에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등장으로 비롯된 시리아 내전, 이라크전쟁 및 아랍의 봄 등으로 많은 중동 통치자의 권력기반이 무너진 상태다.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을 전폭적으로 지지할 상황이 아니다.”
 
현재 팔레스타인 상황은.
“1990년대에 비해 저항세력이 많이 약화돼 있다. 팔레스타인 저항단체가 파타와 하마스로 분열돼 있는 데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이끌었던 야세르 아라파트 같은 영향력 있는 지도자가 없는 탓이다.”
 
예루살렘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까.
“악화될 것 같다. 사우디와 이란이 갈등 관계에 있지만 그래도 무슬림으로서는 트럼프의 선언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2000년 9월 때처럼 대규모 폭력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지만 그럼에도 어떻게 발전할지 아무도 모른다. 이런 상황임에도 트럼프가 자신의 선언을 실행해 옮기려 하면 더 위험해진다.”
 
이·팔이 타협할 수 있지 않나.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성이 낮다. 결정적으로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에 그런 평화협상을 할 지도력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극적인 평화협정 타결이 가능한 적도 있었다. 2000년 아라파트가 살아 있을 때가 그랬다. 이 당시 이스라엘 측에서는 가장 많은 타협안을 제시했는데 당시 총리가 강경파로 유명한 에후드 바라크였다. 강경파였기에 과감한 타협안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언제 위험한 상황이 올까.
“트럼프의 선언 자체는 큰 충격을 주지 않지만 미 행정부가 대사관 건물 설계를 발주하는 등 구체적인 실행에 들어가면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동 지역 내 반미 감정은.
“과거보다는 줄어든 느낌이다. 무엇보다 IS의 영향이 크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IS를 낳게 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IS에 대한 극심한 반감이 상대적으로 반미 감정을 누그러뜨렸다.”
 
이스라엘의 대(對)팔레스타인 전략은.
“점령 지역을 계속 유지하면서 야금야금 이스라엘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충돌이 계속되고 국제사회의 제재 가능성이 커질 게 분명하다. 21세기에 다른 나라를 식민지처럼 대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베냐민 네타냐후는 ‘단일국가 해법(one state solution)’을 주장한다. 지금처럼 팔레스타인 지역을 계속 점령하면서 한 나라로 만들자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정책을 펴면 이곳 사람들에게도 시민권을 줘야 한다. 이럴 경우 팔레스타인인들의 출산율이 훨씬 높아 문제가 된다. 앞으로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인이 다수가 되는 것이다. 이걸 이스라엘이 허용하겠느냐.”
 
바람직한 해결책은.
“‘양국체제 해법(two state solution)’이 맞는 방향이다. 하나의 국가이지만 정상적인 국가가 아닐지라도 독립적인 국가가 되면 달라진다. 이스라엘이 마음대로 들어올 수 없게 된다. 이렇게 한 후 팔레스타인을 경제적으로 발전시킨 뒤 나중에 독립시키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중동 정세에 끼치는 영향은.
“지금까지 이슬람 과격파들이 수세에 몰려왔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중동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사우디는 곤란해질 수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팔레스타인은 물론 요르단·레바논 등 주변 지역에서도 격렬한 반대 움직임은 없어 이스라엘이 충분히 막아 낼 수준이다. 이스라엘 입장에선 현재의 정치 상황이 좋은 편이다. 중동 국가가 분열돼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 등 다른 중동 국가들 역시 난민 등 국내 문제로 서로 단합해 이스라엘을 압박할 처지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까.
“큰 이해관계가 걸린 일은 아니다. 다만 현재 한·이스라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 중인데 이스라엘 측은 타결 조건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해 달라고 한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 시대를 겪은 우리로서는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각별하게 볼 수밖에 없다. 물론 국익도 따져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도 중요하고. 따라서 우리로서는 여러 상황을 고려한 균형 잡힌 접근을 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계가 악화되면 우리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가 에너지를 수입하는 사우디 등은 온건한 국가여서 우리와 이스라엘 간의 관계가 좋아진다고 보복하진 않을 것이다.”
 
미국의 관심이 이스라엘로 쏠리는 건 아닐까.
“북핵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로서는 뭔가 보여 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북핵 등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줄어든다는 면에서 부정적일 수 있다.” 
 
최영철(64) 회장은 …
14년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공부하고 활동했던 중동 전문가. 이스라엘 현지 학교에서 강의할 정도로 히브리어에 능통하다. 예루살렘의 히브리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현재 장신대 교수로 중동학회 회장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중동정치의 이해 1·2·3』 『현대 중동국가의 형성과 발전』 등 10여 권의 중동 관련 서적을 썼다.
 
남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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