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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런 어른을 보고 싶었다"···'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임대형 감독 인터뷰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임대형 감독 / 사진=라희찬(STUDIO 706)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임대형 감독 / 사진=라희찬(STUDIO 706)

[매거진M] 모금산(기주봉)은 충남 금산에 산다. 15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하나뿐인 아들 스데반(오정환)이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서울에 간 뒤로 이발소를 지키며 혼자 살고 있다. 아침에 면도하다가도, 저녁에 TV 앞에서 강냉이를 삼키다가도 불쑥 외로움이 덮친다. 설상가상, 암 선고까지 닥치자, 금산은 별말 없이 스데반과 그 연인 예원(고원희)을 불러 뭔가를 내민다. 찰리 채플린 스타일의 무성영화 시나리오다. 
 
그렇게 시작된 금산과 스데반, 예원의 영화 만들기 여행. 고독과 죽음으로부터 출발하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12월 14일 개봉, 이하 ‘메크모’)는 시적인 흑백 영상과 담백한 유머로 끝내 삶의 작은 기적과 위로를 그려 보인다. “비겁한 선택이 아닌, 비범한 선택을 하는 소시민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임대형(31) 감독의 첫 장편이다. 그렇게 말하자면, 이 작품이야말로 ‘비범한 영화’다. 
 

 
-시한부 인생, 고향을 지키는 외로운 중년 남자, 무명 영화감독의 아버지. 그간 한국영화에서 많이 본 클리셰다. 그런데도 모금산은 특유의 담백한 분위기 때문에 새롭게 느껴진다.
“이 영화를 만들기 전에, 다른 장편을 준비했었는데 엎어졌다. 그 시나리오에 모금산이라는 조연 캐릭터가 있었다. 여러 면에서 지금과 아주 다른데, 파수꾼처럼 뭔가를 지키고 바로잡아 주는 중년 남성이라는 점이 이 영화로 이어졌다. 모금산이 이발소에 온 꼬마 손님(이광진)에게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물으면서 비뚤어진 고개를 바로잡아 주는 장면이 있지 않나. 그 이미지에서 출발해, ‘금산에서 살아가는 금산이라는 평범한 소시민의 이야기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다.”
 
-지키고 바로잡는 인물을 왜 그리고 싶었나.
“모금산은 과거를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과거라고 하면, 자라나는 아이들을 바르게 이끌어 주는 어른스러운 존재가 생각난다(웃음). 그게 옳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내 기억 속에 그런 어른이 있는 것도 아닌데 참 이상하지. 그런 어른을 보고 싶은 마음에 이 영화를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바로잡는 어른’이지만 모금산은 훈계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꼰대’가 아니랄까.
“맞다.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 대신, 두고 지켜보고,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 준다. 금산이 스데반의 카메라 앞에서 ‘내가 아무리 엉성해도 이렇게 연기할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 주는 것처럼. 오히려 그런 모습이, 영화 일이 잘 안 풀려 의기소침한 스데반에게 어떤 교훈을 주지 않을까. 평범한 소시민이 힘든 현실 속에서도 비겁한 선택이 아닌 비범한 선택을 하는, 그래서 자기 자신으로 계속 살아가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그 선택이 꼭 도덕적으로 올바르다거나 위대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모금산은 스데반, 예원과 함께 채플린 스타일의 영화 ‘사제 폭탄을 삼킨 남자’를 찍는다. 왜 찰리 채플린인가.
“2015년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찰리 채플린 회고전을 했을 때 가서 영화를 봤다. 이 영화를 구상하던 때였다. 채플린의 무성영화를 극장에서 본 감동이 매우 컸다. 그래서 ‘모금산을 무성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 자연스럽게 모금산 주연의 무성영화가 어느 극장에서 상영되는 장면이 떠올랐고, 그러기 위해서는 극 속에서 모금산이 그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 줄 필요가 생겼다. 그것이 그냥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인물들의 사적인 생각과 가치관이 드러나는 과정이 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런 맥락에서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봐 주면 좋겠다.”
 
-영화 속 영화 ‘사제 폭탄을 삼킨 남자’를 찍는 것이 또 다른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
“채플린의 영화를 보면서 특유의 표정·동작·연기 등을 연구하고, 촬영 전에 리허설도 많이 했다. 내 욕심 같아서는 16㎜ 필름으로 저속 촬영해 흑백 무성영화의 완성도를 제대로 구현하고 싶었다. 그런데 금산, 스데반, 예원이 캠코더로 영화를 찍는다는 설정을 생각하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되겠더라. 채플린의 냄새가 나는 정도의 흑백 무성영화를 만들어야 했다고 할까. 그래서 더 어려웠다. 기주봉 배우님도 몸을 훨씬 더 잘 쓸 수 있는데, 금산이라는 이발사가 채플린을 흉내 내는 수준으로 연기해야만 했다. 다음에는 흑백 무성영화를 진짜 제대로 찍어 보고 싶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임대형 감독 / 사진=라희찬 (STUDIO 706)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임대형 감독 / 사진=라희찬 (STUDIO 706)

-영화 만들기, 시한부 인생, 부자 관계 등 익숙한 모티브들을 새롭게 보여 주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클리셰를 피해 가는 게 아니라,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클리셰를 활용하고 또 돌파할까 고민했다. ‘클리셰를 모아 새로운 걸 만들 수 있다면 좋은 영화감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웃음).”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듯한 흑백 영상과 독특한 박자가 이 영화만의 고즈넉한 정서와 담담한 코미디를 만드는 데 큰 몫을 하는데.
“이 영화의 코미디는 인물과의 거리감을 통해 구현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실제 영화를 보면 미디엄숏(인물이 머리부터 허리 정도까지 나오는 숏) 이상으로 카메라가 인물에 가까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카메라가 인물에서 멀리 떨어지기만 해서도 안 됐다. 관객이 인물의 감정에 휘말려서 같이 울거나 박장대소하는 대신, 그들의 모습을 쓸쓸하게 느끼거나 풋, 실소를 터뜨리기를 바랐다. 딱 그럴 만큼의 거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시나리오를 쓸 때 블루스 음악을 들었다. 블루스는 리듬이 자유자재다. 어느 순간 폭발했다가 뚝 끊기기도 하는데, 그 안에 한이 서려 있다. 이 영화에 그 리듬이 깃들기를 바랐다. 편집할 때도 박세영 편집감독과 ‘이 영화를 음악이라고 생각하자’고 얘기했다. 시퀀스 별로 박자를 정해 놓고 그에 맞춰 장면을 끊고 잇는 방식이라고 할까. 물론 감정이 중요한 대목은 그걸 따라갔지만. 나중에는 ‘박자 편집’에 익숙해져서 편집감독님과 같이 박자에 따라 고갯짓을 하다가 ‘여기~!’ 이러면서 편집점을 정했다(웃음).”
 
-주인공 금산뿐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을 ‘소비’하지 않는다. 예원 또는, 금산과 같은 수영장을 다니며 우정을 나누는 자영(전여빈) 등 여성 캐릭터를 주체적으로 그리는 점이 특히 돋보인다.
“금산을 비롯한 모든 인물을 어떤 ‘대상’이 아니라, 한 명의 인격으로 그리고자 했다. 더욱이 ‘메크모’는 표면적으로 금산과 스데반, 부자의 이야기로 보이기 때문에, 여성 캐릭터가 누군가의 여자친구, 누군가의 엄마로 소비되고 끝날 위험이 컸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결국 ‘이런 상황에 나라면 어떻게 할까’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답답하게 구는 스데반의 뺨이라도 때리고 돌아서도 모자라겠지만, 예원은 그와 함께 금산을 만나러 간다. ‘예원은 이걸 이별 여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부모님이 영화 보셨나.
“아버지가 내 영화를 보고 ‘이해가 된다’고 하신 게 처음이었다. 극찬이다. 어머니가 더 좋아하셨다. 주인공이 누군가의 아버지고 이발사인 영화를 찍는다고 하니까 걱정을 많이 하셨던 모양이다. 주인공을 너무 우스꽝스럽거나 가혹하게 그릴까 봐. 우리 아버지가 이발사셨거든. 내가 영화감독이 되는 걸 반대하셨던 어머니가 이 영화를 보고 안도하시면서 ‘잘 컸다’고 하시더라(웃음). 
아, 기주봉 배우님의 친형인 기국서 대표님(‘극단 76’의 대표, 배우이자 연극 연출가)이 이 영화를 보시고, 엄지를 세우면서 기주봉 배우님께 ‘이 영화가 너한테 남을 것 같다’고 하셨다더라. 기국서 대표님이 원래 칭찬을 잘 안 하신다는데, 그날 기주봉 배우님이 ‘형님한테 인정받았다’고 정말 행복해하셨다. 그 모습을 잊기 힘들 것 같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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