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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40억짜리 R&D 투자...4년 전 것 또 재탕?

과기정통부가 13일 발표한 독거노인을 위한 지능로봇 프로젝트.

과기정통부가 13일 발표한 독거노인을 위한 지능로봇 프로젝트.

[현장에서] 멀고먼 20조원 국가 연구개발(R&D) 개혁
 

과기정통부, 고령자 삶의 질 향상 위한 디지털 컴패니언 과제 선정
"독거노인 위한 곰돌이 모양 지능로봇 개발"
동반자 말벗도 되고, 위급상황엔 전화도
2013년 끝난 1000억원 국가과제 지능로봇사업과 판박이
"곳곳에 중복과제 뿌려지고, 성과없는 성공작품 쏟아져"
" 한국의 국가 R&D는 난치병을 앓고 있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3일 ‘과학기술로 독거노인 고독사 해결 나선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사회문제 해결형 기술 개발 사업’이라는 취지의 이 신규 과제는 ‘고령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디지털 컴패니언(companionㆍ동반자) 개발을 위해 올해 말부터 2020년까지 4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이다.   
 
쉽게 풀면 독거노인들을 위해 곰돌이 인형 크기의 지능로봇을 개발하겠다는 얘기다. 과기정통부의 설명에 따르면 곰돌이 로봇은 꽤 쓸모 있어 보인다. 곰돌이 로봇의 얼굴에는 사물을 알아볼 수 있는 눈과 통신 기능이 장착된 스마트기기가 달려있다. 같이 있는 사람이 오랫동안 움직임이 없으면 “너무 오래 앉아 계신 것 같아요. 차 한잔할까요”라며 활동을 제안한다. 캘린더 속의 지난 일정을 기억하고 말을 걸기 전에도“아드님께 전화를 걸어볼까요”하고 전화통화 권유도 한다. 갑자기 넘어지는 등 응급상황이 생기면 119에 신고도 걸어준다.  
 
환상적이다. 대당 2000만원 이상이라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감성로봇 '페퍼'가 울고 갈 정도다. 고령화 시대 1인 노인가구의 정서적 소외와 이로 인한 고독사가 한국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박 조짐까지 점쳐진다.
 
2010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를 빛낸 50대 발명품'으로 극찬한 KIST의 지능로봇. 10년간 1000억원이 들어간 국가 R&D과제 결과물이다.

2010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를 빛낸 50대 발명품'으로 극찬한 KIST의 지능로봇. 10년간 1000억원이 들어간 국가 R&D과제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 어디선가 본듯하다. 노인의 벗이란 뜻의 이름인 실벗이란 로봇을 기억하는 이가 있을까. 과기정통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교육과학부는 2004~2013년 10년간 총 1000억원짜리 국가 R&D프로젝트인 지능로봇사업단을 추진했다. 주관을 맡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영어교습 로봇 ‘잉키’와 노인을 위한 로봇 ‘실벗’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여기서 ‘성공적’이란, 정부의 R&D 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2010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커버스토리로 잉키와 실벗을 ‘올해를 빛낸 50대 발명품’으로 소개했고, 스웨덴 등 유럽 곳곳에 시제품이 팔려나갔다. 실벗 역시 곰돌이 로봇처럼 사람을 알아보고 같이 있는 사람과 대화도 나누고 화투와 같은 게임도 할 수 있다. 통신기능도 장착됐다.  
 
1000억원짜리 10년 과제가 끝난 2013년 이후 이 프로젝트는 어찌됐을까. 대기업들은 잉키와 실벗을 외면했다. 지능로봇사업단의 특허기술은 구구절절 사연 끝에 현재 로보케어라는 벤처기업에 흘러와 있다. 지난해까지 단 한 대의 로봇도 팔지 못했던 이 회사는 올 들어서야 수십대의 매출을 올리면서 회생의 시동을 걸고 있다. 국가 혈세 1000억원짜리 실벗 로봇기술을 보유한 이 회사와 2017년 말 과기정통부가 새로 40억을 투입한다는 고령자를 위한 디지털 컴패니언의 차이는 뭘까. 수년 전 이미 완성한 기술에 국가가 다시 세금을 쏟아붓는다는 얘기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비전과 전략이 수정되고, 그에 따라 국가 R&D 과제도 또 다른 이름으로 옷을 갈아입고 뿌려진다. 과제를 수행하는 관료는 고시 출신의 엘리트들이지만, 영혼을 가질 수 없다. 1년이 멀다고 자리를 옮기고, 새 정부의 시책에 맞춰 아름다운 정책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 R&D 20조원은 눈먼 돈이 아니다. 시민의 유리지갑에서 나온 눈물이며, 다음 세대를 위한 소중한 피다.
 
“실벗과 곰돌이 로봇뿐이 아니다. 정부부처 곳곳에서 중복과제가 뿌려지고, 성과없는 성공작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한국의 국가 R&D는 난치병을 앓고 있다.”
역시 국가 R&D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한 기업인이 기자에게 솔직히 털어놓는 푸념이다.    
 
최준호 산업부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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