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서소문사진관]30년 전 낭만이 그대로... 서울의 옛날식 다방

서울 중구 서소문 고가 아래에는 ‘대보찻집’이란 다방이 있었다. 낡고 반질반질한 ‘ㄴ’자형 소파, 팔뚝만 한 물고기가 헤엄치는 어항, 테이블마다 UN 성냥통이 놓여있던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이었다. 그곳에선 갖은 약재로 끓인 ‘십전대보차’를 팔았다. 대접만 한 찻잔에 빛 고운 대추와 잣이 동동 띄워져 있던 차 한 잔이면 코앞까지 와 있던 감기도 놀라서 도망갈 뜨끈함이 느껴졌다. 찬바람이 불면 온기 머금은 그 한 잔이 그립다. 옛날식 다방을 찾아 길을 나섰다.  
 
 

을지다방

 
한 노신사가 다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차가운 기운이 따라온다. 주인장과 안부를 주고받고 천천히 신문을 읽기 시작한다. 습관처럼 찾는 오랜 단골에게 주문을 재촉하는 눈치는 없다. 나지막한 TV 소리와 신문을 넘기는 소리만 있다. 이곳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을지다방 내부모습. 장진영 기자

을지다방 내부모습. 장진영 기자

 
 을지다방 내부모습. 장진영 기자

을지다방 내부모습. 장진영 기자

깨친 창문에 예쁜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창 밖으로는 을지로 공업사 가게들이 보인다. 장진영 기자

깨친 창문에 예쁜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창 밖으로는 을지로 공업사 가게들이 보인다. 장진영 기자

박옥분씨(60)는 '을지다방'의 세 번째 주인이다. 1985년 이곳을 인수했다. 33년째 매일 아침 일곱 시 반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 문을 연다. 일요일 하루만 쉰다. “잘나갈 땐 주방장·전속 마담·홀 서빙·카운터까지 한 9명이 같이 일했었어. 주방장은 요즘으로 치면 바리스타지. 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용모단정은 물론 교양도 있어야 했어. 전화가 하도 많이 와서 카운터에는 전화만 받는 사람을 둬야 할 정도로 장사가 잘됐었어"
 
을지다방의 메뉴. 장진영 기자

을지다방의 메뉴. 장진영 기자

주방의 모습. 잔을 따뜻하게 데워 차를 담는다. 장진영 기자

주방의 모습. 잔을 따뜻하게 데워 차를 담는다. 장진영 기자

각 테이블 번호를 적어놓고 수동 포스로 사용했다. 빨간색은 커피, 노란색은 쌍화차를 표시한다. 장진영 기자

각 테이블 번호를 적어놓고 수동 포스로 사용했다. 빨간색은 커피, 노란색은 쌍화차를 표시한다. 장진영 기자

을지다방엔 그 시절 간판은 물론 소파·탁자·주전자도 그대로 남아있다. 쉴 새 없이 변하는 서울에서 유독 시간이 멈춘 듯한 곳, 늘 익숙한 풍경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쌍화차 한 잔을 주문했다. 물론 계란 노른자 동동 띄워서. 너무 뜨겁지 않은 적당한 온도. 알싸한 향. 고소하게 씹히는 견과류까지 모든 게 완벽하다. 비법을 물었다. “그런 걸 어떻게 공개해. 몸에 좋다고 무조건 많이 넣는 게 좋은 건 아니야. 오히려 맛이 없지. 적당히 적정량. 그게 비법이야”라는 모범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일하는 게 즐거워. 자부심도 있고. 돈도 벌면서 어떻게 하면 손님들께 좋은 것을 대접할까 그런 생각으로 장사하고 있어” 여주인의 비법은 바로 이런 영업철학이 아닐까?
계란 노른자가 들어간 을지다방의 쌍화차. 장진영 기자

계란 노른자가 들어간 을지다방의 쌍화차. 장진영 기자

 
주소/서울 중구 충무로 72-1. 연락처/02-2272-1886. 대표메뉴/다방커피 2500원, 쌍화차 4000원. 영업시간/07:30 ~ 19:00(일요일 휴무)

 
 

학림다방

 
대학로에 위치한 '학림다방'은 1956년에 문을 열었다. 올해로 61년째. 그간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다. 현재 4대 사장인 이충렬씨(62)가 1987년에 인수해 운영 중이다. 원래 학림(鶴林)이었던 이름은 서울대 문리대 축제 '학림제'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배움의 숲이란 뜻의 학림(學林)이 되었다. 문을 열 당시 서울대 문리대에 24개의 강의동이 있었는데 학림은 제25 강의실로 불리기도 했다. 
학림다방 입구. 장진영 기자

학림다방 입구. 장진영 기자

 
학림다방 내부전경. 장진영 기자

학림다방 내부전경. 장진영 기자

서울대 교수와 학생들의 아지트, 김승옥·김지하·황지우·고 이청준 등 문화예술인의 사랑방, 공안당국의 국가보안법 위반 조작사건인 ‘학림사건’의 시작점, 설경구·송강호·황정민 등 대학로를 주름잡던 연극배우들의 뒤풀이 장소,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촬영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인증샷 코스...... 학림을 대표하는 수식어는 수없이 많다. 오래된 이야기와 매력으로 서울시 '미래유산'(2013년)과 '오래가게'(2017년)에도 선정됐다. 만석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손님들이 많아져 최근에는 분점도 냈다. 커피 볶던 공간을 개조해 아담한 학림커피로 만들었다.  
 
난간에는 음악가들의 흑백사진이 걸려 있다. 왼쪽부터 미샤 마이스키, 주세페 시노폴리, 마우리치오 폴리니, 기돈 크래머, 게오르그 솔티. 장진영 기자

난간에는 음악가들의 흑백사진이 걸려 있다. 왼쪽부터 미샤 마이스키, 주세페 시노폴리, 마우리치오 폴리니, 기돈 크래머, 게오르그 솔티. 장진영 기자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나온 이 테이블이 가장 인기 있는 자리다. 장진영 기자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나온 이 테이블이 가장 인기 있는 자리다. 장진영 기자

자연스레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 사장은 변화가 반갑지만은 않다. “사실 지금은 붕 뜬 것처럼 느껴져요. 이후가 걱정되기도 해요. 떠들썩하게 하지 말고 가만히 두는 게 오히려 이곳을 오래 지키는 방법이 아닐까요”라며 “벌써 운영한 지 30년이 넘었어요. 소중한 생각과 추억들이 켜켜이 쌓여있기에 그것들의 가치가 이어져 나가면 좋겠어요. 그게 바람이에요"라고 말했다.
오른쪽은 DJ박스가 있던 자리. 지금은 계산대로 사용중이다. 장진영 기자

오른쪽은 DJ박스가 있던 자리. 지금은 계산대로 사용중이다. 장진영 기자

 
학림다방의 인기메뉴 비엔나커피와 크림치즈케이크. 장진영 기자

학림다방의 인기메뉴 비엔나커피와 크림치즈케이크. 장진영 기자

그래도 학림은 학림이다. 시인 황동일은 학림 입구에 이렇게 적었다. “.......이 초현대, 초거대 메트로폴리탄 서울에서/ 1970년대 혹은 1960년대로 시간 이동하는/ 흥미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데가/ 몇 군데나 되겠는가?/ 그것도 한 잔의 커피와/ 베토벤쯤을 곁들여서….”
분점 '학림커피'의 외관. 장진영 기자

분점 '학림커피'의 외관. 장진영 기자

 
주소/서울 종로구 대학로 119 2층. 연락처/01-742-2877. 대표메뉴/비엔나커피 6000원, 치즈케이크 6000원. 영업시간/10:00 ~23:00(연중무휴)

 
 

브람스

 
안국역 사거리 2층. 근엄한 표정의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 얼굴이 그려져 있다. '브람스'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채우던 공간이었다. 음악을 듣기 위해 문 열기 전부터 줄을 서기도 하고 금세 만석이 되어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곳은 클래식을 좋아하던 젊은 부부가 시작했다. 두 번 주인이 바뀌었어도 그때의 분위기가 한결같이 유지되고 있다. 삐걱거리는 마룻바닥과 분홍색 벨벳 의자는 3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브람스'는 안국역 사거리 2층에 위치한다. 장진영 기자

'브람스'는 안국역 사거리 2층에 위치한다. 장진영 기자

조마리아 사장은 클래식의 매력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클래식 전문가는 아니지만, 변화무쌍한 클래식의 매력에 빠져 있어요. 한 곡을 기쁠 때, 슬플 때, 누군가 그리울 때... 그때그때 느끼는 기분에 따라 달리 들을 수 있잖아요. 낭만과 여유가 여기에 있죠. 요즘 사람들은 너무 바쁘고 경쟁적이에요. 점심 먹고 잠시 앉을 새도 없이 커피 한 잔 사 들고 사무실로 들어가잖아요. 이곳에 오면 클래식을 잘 알지는 못하더라도 정서를 같이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테이블, 의자 등은 망가진것을 빼고는 3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장진영 기자

테이블, 의자 등은 망가진것을 빼고는 3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장진영 기자

브람스 내부전경. 장진영 기자

브람스 내부전경. 장진영 기자

브람스는 선율에 담긴 추억이 재생되는 장소다. 이곳에서 소개팅했던 남녀는 이십 년 후 딸과 함께 처음 만났던 자리에 같이 앉았다. 택시를 타고 가다가 아직 남아있는 브람스를 보고 내려서 들어오는 손님도 있다. 매해 12월 31일마다 오던 커플은 작년엔 결혼해서 찾았다. 조 사장은 “올해는 새 식구와 함께 올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기호에 맞게 설퇑과 프림 양을 조절하는 '다방커피'. 장진영 기자

기호에 맞게 설퇑과 프림 양을 조절하는 '다방커피'. 장진영 기자

가장 인기있는 창가 자리. 장진영 기자

가장 인기있는 창가 자리. 장진영 기자

브람스의 내부전경. 장진영 기자

브람스의 내부전경. 장진영 기자

 
브람스는 ‘옛날식 다방커피’를 판다. 진한 원두커피에 따로 내어주는 설탕 둘, 프림 둘 넣고 휘휘 저어주면 세월이 흘러도 그 자리에 남아있는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브람스의 초상. 장진영 기자

브람스의 초상. 장진영 기자

주소/서울 종로구 율곡로 61 2층.  연락처/02-743-2059. 대표메뉴/다방커피 4500원, 대추차 6000원. 영업시간/평일 11:30 ~24:00, 주말 13:00 ~ 22; 00(설, 추석 당일만 휴일)

 
 
 
 
 
 
 사진·글·동영상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