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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호의 이나불?] 성희롱·여혐으로 돈 벌겠단 웹툰 작가, 제정신인가

웹툰 작가 귀귀의 그림 '페미니스트 선언합니다'

웹툰 작가 귀귀의 그림 '페미니스트 선언합니다'

최근 웹툰 작가 귀귀(본명 김성환)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그림은 충격적이다. 여성 혐오와 성희롱, 페미니즘(페미니스트)에 대한 조롱으로 점철된 탓이다. (※공론화하기에도 외설스럽고 수준 낮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인지도 있는 웹툰 작가이며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공개돼 있다는 점에서 전하고자 합니다.)

 
지난 12일 '귀귀'는 자신의 블로그에 '페미니스트 선언합니다'란 제목의 만화를 하나 올렸다.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만화에서 그는 'GIRLS Do Not Need A PRINCE(여성은 왕자가 필요 없다)'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와 "전 사실 페미니스트입니다. 증거로 이 티셔츠를 입었고요"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욕설을 섞어가며 "내가 페미 선언해서 실망했다고? XX놈들아?. 니들(남성) 믿다가 열혈초(본인 만화) 단행본도 후원 안 돼서 실패했고. 개XX들아"라고 말한다. 이후 표정을 바꿔 "자! 페미 동지 여러분! 페미 귀귀의 상품이 나왔습니다"라고 외친 뒤 실제 자신이 판매하고 있는 (캐릭터)상품을 소개한다.
 
이어지는 그림에 비하면 표현 수위가 약과라 할 수 있지만 페미니즘에 대한 비아냥과 적개심이 잔뜩 묻어난다. 페미니즘 뿐 아니라 남성 페미니스트 창작자들을 '구매력 높은 여성들에게 잘 보이려는 생계형 페미니스트'라며 비꼬는 식이다.
 웹툰 작가 귀귀의 그림 '페미니스트 선언합니다' 속 한 장면.

웹툰 작가 귀귀의 그림 '페미니스트 선언합니다' 속 한 장면.

 
다음은 더 심각하다. 대놓고 성희롱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FEMI'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한 여성이 하의를 벗은 채 다리를 벌리고 누워있는 모습을 그렸다. 그리고는 주요 부위에 여성의 성기를 연상시키는 '전복' 사진을 올려뒀다. 여기에는 '페미니스트 되기 마지막 관문! 페미니스트 X빨'이라고 적고 있다. 'X빨'은 여성에 우호적인 행위를 외설스럽게 비하하는 표현이다. 해당 만화는 그림 속 주인공이 전복에 침을 뱉는 모습, 이후 '어찌 됐든 침이 묻었으니 페미니스트로 인정한다'는 여성 캐릭터의 모습을 담으며 끝맺는다.
 
귀귀 작가는 선정성·폭력성 등으로 이미 숱한 논란을 겪었던 인물이다. 가끔 그가 평범하게 만화를 그리면 "너무나 만화가 정상적이라서 논란"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소위 'B급 정서'를 자극해 적지 않은 매니어층을 확보하고 있다.
 
2015년 네이버에 연재됐다 논란이 된 웹툰 '낚시신공'

2015년 네이버에 연재됐다 논란이 된 웹툰 '낚시신공'

그가 겪었던 대표적 논란은 2012년 불거졌던 '열혈초등학교' 논란이다. '열혈초등학교'는 포털사이트 야후에 당시 그가 연재했던 만화다. 나이 제한 없이 누구나 접할 수 있었던 웹툰이었음에도 주인공이 할복하거나, 왕따가 피를 튀기며 가혹하게 폭행당하는 모습 등이 희화화돼 그려지면서 폭력성 논란이 일었다. 2012년 '인터뷰' 편에서는 남성의 성기에 끼운 다이아몬드 반지에 환호하는 여성 등을 외설스럽게 담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5년 네이버에 연재했던 '낚시신공'의 41화 '피바람편'에선 등장인물의 살점이 뜯기고 손목이 잘려 피가 튀기는 등 고어물에 가까운 장면이 담겼다. 논란이 되자 당시 네이버는 해당 화를 삭제한 뒤 "향후 사전 검수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선정성과 폭력성이 과도한 콘텐트가 노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21조 1항),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22조 1항)고 규정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표현 수위나 정도에 함부로 경계를 긋다 보면, 오히려 사상적 다양성과 예술적 상상력을 제한하기에 십상이다. 
2012년 귀귀 작가의 웹툰 '인터뷰' 편

2012년 귀귀 작가의 웹툰 '인터뷰' 편

 
하지만 이러한 표현의 자유가 무한정 허용되지는 않는다. 표현의 자유가 다른 이의 기본권을 심대하게 침해하거나 인간으로서의 존엄 및 가치를 훼손할 땐 특히 그렇다. 이승현 연세대 법학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논문  '여성 혐오적 표현과 표현의 자유의 한계'에서 "혐오 표현이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공론장에 존재할 때 대상 구성원은 인격발현으로서의 표현행위가 차단되고 잠식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왜곡·편견이 전체 사회로 확대될 위험성도 상존한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논의의 경우, 그렇지 않아도 공론장에서의 담론이 불가능할 정도로 혐오적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김치녀, 메갈녀, 한남충 등이 그 예다. 혐오 표현은 이성적이고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문제를 감정의 영역으로 쉽게 치환시켜버린다. 여성에 대한 혐오를 가득 담고 있는 이번 게시물에도 14일 오전 이미 2700여 개의 댓글이 달렸고, 이성적 목소리 대신 적대적인 성(性) 대결만 이어지고 있다. 김성환 작가의 블로그 내용을 뒤늦게 확인한 판매 중개 업체가 13일 그의 상품에 대한 펀딩을 중지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수많은 비판에도 여전히 그의 그림은 블로그에 남아있다. 14일에는 "미개한 한남충 귀귀! 4.4센치 X 잡고 재기 합니닷!' 등 표현이 담긴 그림으로 펀딩 중지에 대한 입장을 올려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여성학자인 정희진은 "혐오는 타인뿐 아니라 자신의 인간성까지 훼손한다(『낯선 시선』)"고 말한다. 지금 귀귀 작가에게 가장 필요한 문구다. 그의 그림이 비하하는 대상이 비단 여성뿐일까.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노진호의 이나불?]은 누군가는 불편해할지 모르는 대중문화 속 논란거리를 생각해보는 기사입니다. 이나불은 ‘이거 나만 불편해?’의 줄임말입니다. 메일, 댓글, 중앙일보 ‘노진호’ 기자페이지로 의견 주시면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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