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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나이 60에 '소학'을 배우는 까닭

기자
송의호 사진 송의호
대구 도산우리예절원이 10여 년째 운영하는 '어른 소학 교실'. [사진 송의호]

대구 도산우리예절원이 10여 년째 운영하는 '어른 소학 교실'. [사진 송의호]

 
매주 목요일 저녁 대구 종로1가 4층 교실에서는 글 읽는 소리가 들린다. 배우는 학생은 대부분 50∼60대. 두루마기를 입은 ‘훈장’은 80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서는 옛날 방식대로 한문 경전을 소리 내어 읽는다. 운(韻)을 넣는 선비의 글 읽기 방식이다. 교재는 『소학(小學)』이다.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12)
사서오경과 역사서 등에서 몸가짐과 예절의 사례 인용
『소학』만 익히면 웬만한 명문은 다 섭렵할 수 있어
퇴계 "본 바탕 함양 위해 장성한 사람들도 읽어야 할 책”

 
뜻밖이다. 요즘 나이 들어 동양 경전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논어』 『대학』 등 사서나 『주역』 등으로 시작한다. 한문 실력과는 상관이 없다. 『천자문』 등을 배우지 않았어도 바로 고급 과정으로 뛰어든다. 『소학』 같은 건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주자(朱子)는 사람은 여덟 살이 되면 『소학』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더 지나치게 된다. 위신과 체면이 있지 이 나이에 아이들이 배우는 책을 공부할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12월 7일 공부한 '소학'의 외편 가언(嘉言) 상례(喪禮) 부분. [사진 송의호]

12월 7일 공부한 '소학'의 외편 가언(嘉言) 상례(喪禮) 부분. [사진 송의호]

 
그러면 4층 교실 학생들이 나이 60에 『소학』을 펼쳐든 까닭은 무엇일까.  

학생 가운데는 사서삼경을 거친 뒤 『소학』을 공부하는 이도 있다. 매력이 있어서다. 『소학』은 물 뿌리고 쓸며(灑掃) 남과 응대(應對)하고 나아가고 물러나는(進退) 등 몸가짐과 예절 등으로 시작한다. 어렸을 적 성격 형성에 필요한 것을 간추린 것이다. 그러나 이건 앞부분이다.
 
뒷부분은 다르다. 특히 외편의 ‘가언(嘉言)’ ‘선행(善行)’에 들어가면 몸가짐과 예절의 사례를 사서오경과 선현의 행적을 적은 문집과 역사서 등에서 인용한 글이 숱하게 등장한다. 『논어』 『맹자』는 기본이고 『사기』 『순자』 『효경』 『춘추좌전』 『법언』 『회남자』 등 출처가 다양하다. 고급과정 한문이다. 『소학』만 익히면 웬만한 명문(名文)은 섭렵할 수 있는 구조다.
 
일찍이 『소학』의 가치를 꿰뚫어보고 평생 『소학』을 파고든 대학자도 있다. 김종직으로부터 성리학의 도통을 이어받아 조광조에게 물려 준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 1454∼1504)이다. 한훤당은 평소 의관을 정제하고 항상 『소학』을 읽어 밤이 깊은 뒤라야 잠자리에 들었다.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리에 있는 도동서원. 조선시대 유학자인 한훤당 김굉필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고자 세운 서원이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리에 있는 도동서원. 조선시대 유학자인 한훤당 김굉필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고자 세운 서원이다. 프리랜서 공정식

 
그는 하늘의 이치를 깨우치려는 거창한 공부에 앞서 당장 어제 저지른 잘못을 깨닫고 부모에게 제대로 효도하는 일상의 공부를 중시했다. 그리고는 스스로를 ‘소학동자(小學童子)’로 자처했다. 사람들이 나라 일을 물으면 언제나 “『소학』이나 읽는 동자가 어찌 큰 의리를 알겠는가” 하고 답했다. 퇴계(退溪) 이황(李滉)은 “옛날 사람들은 『소학』을 읽어 본 바탕을 함양했다”며 “장성한 사람들도 읽어야 할 책”이라고 강조했다. 『소학』의 세계는 이렇게 넓고 깊다.
 
 
『소학』은 집 지을 터 
 
『대학』과는 어떤 관계일까. 주자는 『소학』은 집을 지을 때 터를 닦고 재목을 준비하는 것이며 『대학』은 그 터에 재목으로 집을 짓는 것이 된다고 비유했다.
 
 
'소학'의 표지. [사진 송의호]

'소학'의 표지. [사진 송의호]

 
최근 경북도청에서 공무원으로 정년 퇴직한 김모(61)씨는 “『소학』에 성년식인 관례(冠禮)를 언급하면서 사마온공(司馬溫公)은 서양의 육체적인 성장과 달리 정신적인 책임 지우기로 의미를 부여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즉 관례는 갓을 씌우면서 아들로서 효도하고 아우로서 공경하고 국민으로서 충성의 책무를 지운다는 것이다.
 
10여 년째 어른을 대상으로 『소학』을 가르치는 도산우리예절원 이동후(79) 명예원장은 “일상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것을 가르치는 『소학』을 배우는데 어찌 노소의 구분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중앙일보 객원기자 yeeh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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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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