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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렁구시렁을 중국어로 어떻게 옮기지?

지난 11일 경북 청송에서 열린 ‘제1차 한중시인회의’. 양국 시인 평론가들이 시 번역의 어려움을 논의했다.

지난 11일 경북 청송에서 열린 ‘제1차 한중시인회의’. 양국 시인 평론가들이 시 번역의 어려움을 논의했다.

지난 11일 경북 청송 대명리조트에서 흥미로운 ‘문학실험’이 벌어졌다. 한국과 중국의 이름 있는 시인들이 상대 언어로 번역된 서로의 시 작품을 번갈아 읽은 다음 문학평론가와 함께 작품 품평을 하고, 시 번역이 제대로 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종의 워크숍이었다.
 

제1차 한중시인회의
양국 대표 시인, 평론가 한자리
‘번역의 이상과 현실’ 주제로
워크숍통해 시 번역의 어려움 공유

가령 짧은 시 ‘섬’으로 유명한 정현종(78) 시인의 작품 ‘이슬’의 한국어 원본, 중국어 번역본을 나란히 앞에 두고, 국내에도 시집이 소개된 중국의 수팅(舒婷) 시인과 문학평론가 우쓰징(吴思敬·수도사범대 교수)이 차례로 감상 소감을 밝혔다. ‘번역의 이상과 현실’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1차 한중시인회의의 풍경이다. 서늘한 감동을 전하는 시 작품이 흔히 바다처럼 넓다고 표현되는 번역의 장벽을 뛰어넘어 외국어로 제대로 번역될 수 있는지를 집단적으로 살피는 전례 없는 문학 이벤트였다.
 
덕담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던 워크숍은 오전 행사의 마지막 순서인 이시영(68) 시인의 작품 번역을 검토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중국어로 번역·소개된 이씨의 두 작품 가운데 ‘당숙모’라는 짧은 시가 문제라면 문제였다.
 
‘비 맞은 닭이 구시렁구시렁 되똥되똥 걸어와 후다닥 헛간 볏짚 위에 오른다
 
그리고 아주 잠깐 사이 눈부신 새하얀 뜨거운 알을 낳는다
 
비맞은 닭이 구시렁구시렁 미주알께를 오물락거리며 다시 일 나간다’.
 
한국 참가자들에게 이씨의 ‘당숙모’는 어려울 게 없다. 표면적으로는 알 낳는 암탉을 묘사하고 있지만 정작 당숙모를 그렸다는 점을 파악하는 게 감상 포인트. 문제는 ‘구시렁구시렁’ ‘되똥되똥’ ‘오물락거리며’ 같은, 한국어 특유의 의성어·의태어를 어떻게 중국어로 옮겼느냐다. 이 시를 번역한 이는 난징대 한국어문학과 쉬리밍(徐黎明) 교수로 이시영 시인의 시를 10년 넘게 연구하며 번역해왔다. 그는 ‘구시렁구시렁’은 ‘잔소리하다’는 뜻의 중국어 ‘唠叨(làodao)’로, ‘되똥되똥’은 ‘비틀거리다’라는 뜻의 ‘踉跄(liàngqiàng)’으로 각각 번역했다고 소개했다. 중국 측 참가자들은 이날 소개된 8편의 한국시 가운데 ‘당숙모’가 가장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설득력 있는 번역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인이 ‘구시렁구시렁’ 등에서 느끼는 익살과 푸근함을 중국 독자들도 느낄 수 있는 번역인지는 미지수다. 오전 행사를 진행한 문학평론가 김주연(전 한국문학번역원장)씨도 그런 점을 고려해 “시 번역에 있어, 방언이나 의성어, 의태어, 비교언어학, 음성학, 음운론, 이런 것들과 관련된 문제가 대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게 오전 회의의 수확이라면 수확”이라며 “오늘 같은 회의가 많아져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첫 한중시인회의는 2007년부터 11년간 한중작가회의를 이끌었던 홍정선씨와 청송 객주문학관 명예관장인 소설가 김주영씨가 합작해 발족했다. 교류 위주에서 탈피해 내실을 꾀하자는 취지다. 청송군(군수 한동수), 한국문학번역원이 후원했다. 쉬리밍 교수는 “아무리 노력해도 원본과 차이 없는 이상적인 번역은 불가능하리라는 점을 뼈아프게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자는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평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 문학 사이에서 자신이 그런 역할을 하겠다는 얘기였다. 
 
청송=글·사진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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