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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시장 돈 빨아들이는 암호화폐

서울 여의도 에스트레뉴 건물 3층에 있는 ‘코인원 블록스’. 국내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 거래업체 코인원이 만든 장소다. 가운데 암호화폐 시세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대형 전광판이 있고 주변에 소파와 탁자가 자리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사 객장 사라졌지만
암호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하루 30~40명 방문
비트코인 열풍, 국내 주식시장 조정기와 맞물려
정부 과열 대책에도 암호화폐 관련주 반등

과거 여의도 증권회사에서 쉽게 볼 수 있던 객장의 암호화폐 버전이다. 13일 점심시간인 낮 12시30분쯤 80㎡ 남짓 넓지 않은 객장 안에 7명 고객이 곳곳이 앉아 얘기를 나누거나 시세를 확인하고 있었다. 
 
직장 동료 셋과 함께 객장을 찾은 김정민(34·가명)씨는 “지난해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했다. 관심 있는 동료에게 비트코인에 대해 설명해주려 여길 찾았다”고 말했다. 
 
김진영 코인원 팀장은 “지난 9월 문을 연 이후 하루 평균 30~40명씩 고객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며 “보통 절반은 문의하러 온 기존 고객이고 나머지 절반은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ㆍ호기심에 방문한 주변 직장인”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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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시세 전광판과 소파로 대표되는 증권사 객장은 여의도에 이제 없다. 마지막으로 운영했던 대신증권은 지난해 12월 본사를 여의도에서 명동으로 이전하면서 객장을 없앴다. 찾아오는 손님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암호화폐 투자 열기는 여의도에서 멸종한 객장을 부활시켰다.
 
암호화폐가 국내 자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정부에서 13일 ‘가상통화(암호화폐) 투기 과열 긴급 대책’을 발표했지만 열기를 가라앉히진 못했다.
 
이날 암호화폐 거래정보업체 코인에스(대표 왕건일, www.coinass.com)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1911만4461원을 기록한 12일 국내에서 5만6503개가 거래됐다. 하루 사이 1조1000억원 가까운 돈이 비트코인 거래대금으로 오갔다. 연초 60억원대에 불과했던 일일 거래 규모는 올 들어 무섭게 성장했다.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 개시로 기대감이 한껏 부풀었던 10일 비트코인 거래 규모는 3조7000억원 안팎을 기록했다. 코스닥 일일 거래대금(올해 평균 3조6000억원),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5조3000억원)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컸다.
 
 서울 중구 무교동의 암호화폐 거래소 시세판. 장진영 기자

서울 중구 무교동의 암호화폐 거래소 시세판. 장진영 기자

이마저도 정확한 통계가 아니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국내 3개 암호화폐 거래소(빗썸ㆍ코인원ㆍ코빗) 거래량만 합산한 수치다. 국내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나 소규모 국내 거래소를 통해 사고판 비트코인 규모는 잡히지 않는다. 비트코인 이외의 이더리움ㆍ라이트코인ㆍ리플ㆍ대시 같은 다른 암호화폐 거래대금도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신 암호화폐의 ‘위력’은 다른 자산시장 통계로 확인된다. 국내 비트코인 일일 거래량 10만 개 기록이 연이어 터지기 시작한 건 10~11월께다. 코스닥ㆍ코스피 조정 시기와 맞물린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의 타격이 특히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닥은 연말 ‘산타랠리’는커녕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에서 암호화폐와 관련해 ‘금융이 아니다’ ‘거래 금지 검토’ 같은 강경 발언이 나온 것도 발표를 앞둔 코스닥 활성화 대책에 암호화폐가 찬물을 끼얹고 있어서란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암호화폐는 증권업계에 애증의 대상이 됐다. 주식시장을 위협하는 경쟁자이자 탐나는 신시장이란 양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금융 당국의 엄포에 조심하는 분위기다. 
 
일부 증권사엔 ‘암호화폐 함구령’도 내려졌다. 미래에셋대우는 준법감시인 명의로 “고객들이나 지인 상대로 가상화폐 관련한 투자 상담 행위, 가상통화 매매 중개ㆍ주선ㆍ대리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전 직원에게 이메일로 공지하기도 했다.  
 
암호화폐의 자산시장 잠식은 한국 만의 현상은 아니다.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선물 거래 시작과 함께 국제 금값이 하락세를 탔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 통계를 보면  온스당 금값은 8일 1245.2달러에서 11일 1243.7달러, 12일 1238.5달러로 내렸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변동성 지수(VIX)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금ㆍ원유의 변동성이 작아지며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단기 가격 움직임, 변동성을 가지고 이익을 내야하는 투자자ㆍ트레이더에게 비트코인 선물이 새로운 유망한 상품으로 주목 받는다”고 짚었다.
 
그러나 기관투자가, 전문 투자자 중심으로 비트코인 관련 상품이 개발ㆍ거래되는 유럽ㆍ미국은 한국과 상황이 다르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은 개인 투자자가 주도하고 있다. 코스닥 같은 개인 중심 시장이 영향을 받는 배경이다. 
 
미국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아시아에서 과열 조짐을 보이는 ‘비트코인 현상’을 “암호화폐 비트코인 열풍은 금융지식을 갖지 않은, 아시아의 평범한 개인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식이나 펀드, 예금과 달리 최소한의 안전 장치도 없는 암호화폐 시장이 과열과 거품 붕괴로 이어질 경우 충격은 가늠하기 어렵다. 
 
이날 정부는 13일 서울정부청사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가상화폐 관련 긴급 차관회의를 열고 ▶암호화폐 투자 수익 과세 ▶미성년자ㆍ외국인 계좌 개설, 거래 금지 ▶매출액 100억 이상 거래소 인증 의무화 ▶금융사의 가상통화 보유, 매입, 지분투자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 내용이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또 ‘거래소 인증’ 같은 사실상 암호화폐 거래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것으로 풀이되는 내용까지 포함되며 암호화폐 열기에 기름을 더 부은 꼴이 됐다. 이날 옴니텔(9.3%), 비덴트(16.3%), SCI평가정보(29.9%) 등 암호화폐 관련주는 급반등하며 거래를 마쳤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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