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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시간도 임금 지급"…아파트 경비원 손 들어준 대법원

아파트 경비원이 야간 근무 중 쪽잠을 자는 휴게시간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었다면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야간 휴게시간 임금 산정서 제외 반발
1·2심, "휴게시간은 근로시간 아냐"
대법원, "긴급 대비한 대기시간" 판단
최저임금 인상 맞물려 감원 가속 우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3일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 강모씨 등 5명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아파트에서 24시간 격일제로 근무해온 강씨 등은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원들에게 주어진 심야 휴게시간(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을 근로시간에서 제외하자 소송을 냈다. 강씨 등은 "야간 휴게시간에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경비실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하면서 대기했던 것이므로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경비원들이 야간 휴게시간을 이용해 자유롭게 쪽잠을 자거나 식사를 해 근무시간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1·2심은 "야간 휴게시간에 순찰업무를 수행한 것은 초과근무에 해당하지만 나머지 시간은 ‘사용자(입주자대표회의)의 실질적인 지휘·감독하에’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경비원들이 청구한 임금 중 약 10분의 1 정도만 초과근무로 인정했다.
9월 15일 대전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이 아파트 경비원과 청소노동자, 시설관리직 관계자들이 '우리의 급여를 볼모 삼지 말라'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월 15일 대전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이 아파트 경비원과 청소노동자, 시설관리직 관계자들이 '우리의 급여를 볼모 삼지 말라'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경비원들의 야간 휴게시간은 자유로운 휴식·수면시간으로 보기 어렵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긴급상황에 대비하는 대기시간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 아파트에 경비원들을 위한 별도의 휴게장소가 없어 부득이 지하실에서 식사하거나 휴식을 취한 것으로 두고 "경비원들에게 휴게장소를 제공했다거나 휴게장소의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경비원들이 근무초소 외에 독립된 휴게공간을 제공받았는지, 휴게시간에 자유롭게 수면 등을 취했는지, 휴게시간에 경비 또는 순찰을 지시받거나 근무상황을 감시받았는지 등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대법원의 판단이 새로운 건 아니다. 2006년 11월 대법원은 24시간 격일제 근무하는 경비원의 야간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해 달라는 임금 소송에서 휴게시간과 심야 수면시간을 근로시간에서 제외한 원심을 파기했다. 당시 재판부는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 실제로 작업을 하지 않는 대기시간이나 휴식시간이라 하더라도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지 않고,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놓여있다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의 1심 법원도 이 같은 과거 판례를 참고했지만 판단은 정반대였다. 1심 재판부는 참고인으로 출석한 경비원들이 "1일 6시간의 휴게시간을 사용하고 있고, 휴게시간에는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지휘·감독도 받지 않는다"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경비원들이 휴게시간 중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주 6일 중 4일은 휴게시간에도 한 시간씩 순찰업무를 수행한 사실을 인정해 이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법원은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법조계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해고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4시간 맞교대 형태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 아파트 경비원들의 특성상 심야에 주어지는 휴게시간도 임금 산정에 포함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을 적용해 하루 4시간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경우 1인당 월 45만원 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노동계도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는 '서울지역 아파트 경비노동자 처우안정·처우개선 추진위원회'는 내년에 인상된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전국적으로 약 1만 명 정도의 경비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이 서울지역 경비 노동자들을 대면 조사한 결과 감원 예상 비율은 약 5.9% 정도다. 추진위는 직영화 유도 등 경비원들에 대한 편법적 해고를 막을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야간에 주로 작업을 하는 설비관리 등 다른 직종에서도 심야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해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이 뒤따를 가능성도 크다. 노동사건을 주로 다루는 양제상 우리로법률원 변호사는 "사용자가 늘어난 임금 부담을 피하려고 경비원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며 "무조건 일자리를 빼앗기보다 근무시간 체계를 조정하는 식으로 법적 기준을 준수하면서 추가 비용 발생을 최소화할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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