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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 변협회장 vs '환호' 세무사회장 직격 인터뷰

지난 8일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30분 전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왼쪽 사진)은 간부들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삭발을 했다. 법안 통과 후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 있던 이창규 한국세무사회장(오른쪽 사진 앞줄 왼쪽)은 방청석에서 세무사회 간부와 손을 잡고 웃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30분 전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왼쪽 사진)은 간부들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삭발을 했다. 법안 통과 후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 있던 이창규 한국세무사회장(오른쪽 사진 앞줄 왼쪽)은 방청석에서 세무사회 간부와 손을 잡고 웃었다. [연합뉴스]

요즘 변호사는 사면초가(四面楚歌)다. 개업 변호사 수는 1만9640명(지난달 1일 기준)으로 10년 전(2007년 8143명)보다 2.4배 이상으로 늘면서 월 평균 수임 사건 수가 1.7건 수준으로 주저 앉았다. 동시에 “기득권을 내놓으라”는 법조 유사 직역의 압박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 8일 세무사법 개정은 변호사들에게는 이런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법 개정으로 등록만 하면 변호사도 세무사로 활동할 수 있었던 근거 규정이 세무사법에서 사라졌다.
 

김현 변협회장 "세무사법 개정 국회 폭거"
"헌법소원 제기하고 변호사법 개정 투쟁"
이창규 세무사회장 "세무사 자존심 세워"
"세무사의 소송 참여도 가능해져야"

현재 국회에는 근로감독관의 조사과정에서 공인노무사가 진술을 대리하게 하는 공인노무사법 개정안, 특허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변리사가 변호사와 함께 공동 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계류중이다. 행정자치부는 20만 명이 넘는 행정사에게 행정심판을 대리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사법 개정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소액 민사사건에서 소송 대리를 하게 해달라는 것은 법무사들의 숙원이다. 부동산 거래 분야에선 공인중개사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김현 변협 회장 "의사가 주사놓으려 간호사 자격 따야 되나"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던 지난 8일 김현(61)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국회 앞으로 달려가 삭발을 했다. 지난 12일 중앙일보와 만난 김 회장은 쓰고 있던 중절모를 벗어놓고 열변을 토했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은 "패장으로 할 말이 없다. 변협이 대대로 국회를 등한시한 결과다. 남은 임기 동안 건설적인 법안들이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를 견제하고 견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김현 대한변협 회장은 "패장으로 할 말이 없다. 변협이 대대로 국회를 등한시한 결과다. 남은 임기 동안 건설적인 법안들이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를 견제하고 견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정치인들은 여론에 반응한다. 215대 9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나.
변호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많이 왜곡돼 있다고 느낀다. 전문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 중 언론의 집중적 견제를 받는 것은 변호사가 유일하다. 변호사들은 스스로를 '공익의 대변자'라고 여기며 각종 공익활동에 자발적 또는 의무적으로 참여한다. 하지만 언론에는 일부 전관 변호사들의 부패상만 집중 보도된다. 변호사에 대한 인식이 좋을 리 없다. 변협은 변호사들의 일탈을 막기 위해 매년 회원들을 숱하게 징계하고 있다. 세무나 특허 분야에서도 국세청이나 특허청 공무원 출신 세무사·변리사에 대한 전관예우 문제가 심각하지만 문제가 제기된 적 있나.
 
이미 2003년 세무사법 개정으로 그 이후 변호사가 된 사람들은 세무사로 등록할 수 없지 않나. 이번 개정이 이미 세무사로 등록한 사람들의 기득권을 해치는 것도 아니다.
2003년 세무사법에 대해선 서울고법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헌재가 심리중이다. 위헌 폐지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더 위헌적인 법률이 통과된 것이다. 이번 법 처리로 젊은 변호사들과 로스쿨 재학생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크다. 로스쿨을 통해 각 분야별 전문 변호사를 키워 법률서비스 시장을 전문변호사 중심으로 가겠다는 게 법조 인력 정책의 뼈대다. 그렇게 되면 법조 유사직역들은 이 체계에 흡수될 수 밖에 없다. 이번 법 개정은 시대에 역행한다.
 
세무사들이 이 법 개정으로 얻는 것은 뭔가.
세무사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준사법절차인 조세심판과 조세소송에서 소송 대리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회를 상대로 지속적 로비를 벌여왔다. 국회의원들이 법조 시장 혼탁 문제나 법률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권리 등 공익은 생각지 않고 후원금 열심히 내던 세무사들을 챙기는 데 급급했다.
 
법 개정이 위헌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변호사에게 법률적 사무인 세무 조정 업무를 못하게 하는 것은 변호사에게선 직업 선택의 자유를, 국민들에게선 법률 서비스 선택권을 빼앗아 가는 것이다. 세무조정 단계부터 변호사를 선임해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던 국민들은 이제 세무 행정 대응에는 세무사를 쓰고 소송단계에선 변호사를 따로 선임하면서 유ㆍ무형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 처음에 잘못 꾄 단추를 바로잡는데 곤란을 겪는 일이 늘어날 것이다. 국회 처리 과정도 불법이다. 법사위가 ‘아무 이유 없이’ 심사를 지연할 때에만 ‘법사위 패싱’이 가능한 게 분명한데 법사위의 법안 심사가 한창 진행중인 법안을 직권 상정했다. 국회의장의 폭거다.
 
‘법률 서비스 선택권’은 세무사나 변리사에게 유리한 주장 아닌가.
소송을 맡는 변호사들이 그 전 단계의 법률 사무를 다루는 것은 당연하지만, 소송 이전 단계의 부분적 업무만을 할 수 있는 법조 유사직역들이 소송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잘못이다. 간호사가 주사를 잘 놓는다고 의사가 주사를 놓으려면 따로 간호사 자격증을 따야하나. 소송은 외과 수술과 같다.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아무리 유능한 변호사라도 결과를 뒤집기 어렵다. 선무당에게 일을 맡겼다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공존의 길은 없나.
개인적으로 법조 유사직역 폐지를 전제로 한다면 현재 다른 전문 자격증 소지자들에게는 제한된 분야에서 송무를 할 수 있도록 특수한 변호사 자격을 부여할 수도 있다고 본다. 궁극에는 선진국처럼 변호사와 회계사만 남겨야 한다. 법조 유사직역은 초기 변호사 수가 극히 적어 편의상 도입된 것이다. 지금은 개업 변호사만 2만 명이다. 회원들의 동의와 다른 직역과의 대타협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변호사 시장의 과밀을 해소하는 게 먼저 아닌가.
변호사 수를 줄이는 문제와 변호사가 당연히 할 수 있는 업무를 유사직역에 내주는 것은 다른 문제다.
 
대한변협은 22일 변호사 총궐기 대회를 주최할 예정이다. 이날 모든 회원들에게 동맹휴업에 나설 것을 권고해 둔 상태다. 김 회장은 "개정법의 적용으로 세무사 등록을 할 수 없는 사법시험 47회와 로스쿨 7기들이 시장에 나오면 바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는 자유롭게 세무 관련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변호사법 개정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이창규 한국세무사회장 "의료전문변호사라고 의사 면허 주나요"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이 의결된 후 이창규(69) 한국세무사회장은 "가슴이 벅차다"고 했다. 15년째 한국세무사회장 선거에서 공약 1순위였던 '숙원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13일 서울 서초동 한국세무사회관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는 동안 책상 위에 둔 이 회장의 스마트폰이 연신 울렸다. 축하 메시지에 일일이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법안 통과 비결을 묻는 타 직역 단체의 연락도 온다고도 했다.  
이창규 한국세무사회장은 13일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는 조항을 삭제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세무사의 숙원을 이룬 것이자 자존심을 지켜낸 일"이라고 자평했다. [사진 한국세무사회]

이창규 한국세무사회장은 13일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는 조항을 삭제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세무사의 숙원을 이룬 것이자 자존심을 지켜낸 일"이라고 자평했다. [사진 한국세무사회]

국내 세무사는 1만 2531명(지난 8월 기준), 그 중 변호사는 26명(0.2%)뿐이다. 법 개정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있나.
별로 없다. 2004년 이후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변호사들은 세무사 명칭을 쓸 수 없었다. 변호사들의 업역은 이번 법 통과 전이나 후나 같다. 변호사 자격으로 세무대리 업무 중 '법률 사무'는 수행할 수 있다. 
 
실질적인 변화가 없는데도, 법 개정이 세무사회 숙원 사업이었던 이유가 뭔가.
법 체계의 모순을 바로 잡았다는 의미, 세무사들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의미 두 가지다. 이미 2003년 변호사가 세무사 명칭을 쓸 수 없게 법이 바뀌었다. 세무 일은 못 하는데 자격만 준다는 것은 모순이다. 몇 년 동안 세법만 공부한 세무사들과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 국세청에서 10년, 20년 일한 공무원들도 시험을 다시 본다. 세법은 매년 바뀌고, 국제화로 회계·세무 업무가 굉장히 복잡해졌다.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다.
 
이미 국민은 세금 문제가 있을 때 변호사보다 세무사를 찾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법 통과에 매달린 이유가 쉽게 이해가 안 간다.
명의대여가 늘어날 우려도 있다. 세무 실무를 하는 변호사들은 거의 없다. 변호사 사무실처럼 세무사 사무실에서도 자잘한 실무는 사무장들이 맡아서 한다. 세무사 자격이 없지만, 실무를 잘 아는 사무장들이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에게 돈을 주고 명의만 빌리는 일이 빈번해질 우려도 있었다.
 
이 회장은 법안 개정으로 희비가 엇갈린 김현 대한변협 회장과 서울대 공과대학 최고산업전략(AIP) 과정 동기다. 매일 국회에 출근 도장을 찍으며 마주쳤고, 반갑게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8일 이후로는 서로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변호사들은 세무 기장부터 행정 소송까지 원스톱으로 변호사에게 맡길 수 없게 돼서 국민의 법률 서비스 선택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는데.
오히려 국가 자격시험을 통해 세무 전문성을 검증받은 세무사에게 서비스가 일원화됐다는 점에서 국민은 양질의 세무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세무 기장 등 사실 사무는 전문가가 해야 된다. 또 비용 측면에서도 세무사 사무실의 문턱이 낮다. 세무사는 상담 정도는 무료로 해주지만 변호사는 일단 착수금부터 받지 않나. 변협이 주장하는 세무 업무의 전문성, 국민의 서비스 선택권 모두 우리가 그대로 갖다 쓰고 싶은 주장이다. 세무에 관한 전문성은 우리 세무사를 따라올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한다. 변호사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빼앗겼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 뺏긴 건 없다. 나중에 로스쿨 출신들 후배들이 먹고 살 시장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생각 아닐까 싶은데, 의학전문변호사로 진로를 잡는다고 의사 면허 주는 건 아니지 않나? 변호사 시험에서 세법 과목을 선택하는 응시생은 1%도 안 된다. 세무 전문 변호사를 지망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변리사, 법무사 쪽에도 변호사 업무 영역을 뺏길 수 있다는 걱정이 있는 것 같다.
 
세무 실무에서 더 나아가 행정 소송까지도 세무사가 맡아야 한다고 보나.
내 임기 중에 해결할 문제는 아니지만 '조세소송 대리는 전문가가 해야 한다'는 얘기는 세무사들이 계속 하던 이야기다. 사실상 예전부터 변호사들이 해오던 고유의 법률 업무를 떼어낼 수는 없다. 다만 모든 사회가 전문성을 지향하지 않나. 조세 심판에서 져서 소송까지 가게 되면 변호사에게 맡겨야 한다. 착수금만 1000만원 이상이다. 소액 소송은 그냥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본은 소송보좌인 제도가 있다. 재판에 변호사와 세무사가 함께 들어간다. 세무사 일을 하면서 심판에서 억울하게 진 건을 법정에서 더 따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법조계처럼 세무사 업계에서도 국세청 출신 전관예우가 강하다는 비판이 있다.
옛말이다. 우리 젊을 때야 국세청 선배가 얘기하면 뭐가 됐지만, 요즘은 아니다. 국세청 직원 절반이 여성이라 접근도 잘 안된다. 납세자들이 경력이 많은 세무사를 찾아가는 차원이라고 본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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