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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올 한 해 뭘 했냐” 물으신다면

노진호 문화부 기자

노진호 문화부 기자

지난 주말 고향인 부산에서 서울로 향하는 무궁화호 기차에 올랐다. KTX 대신 무궁화호를 택한 건 ‘빨리 빨리’가 강박이 된 일상에 역행해 보자는 마음이 동해서였다. 기차에 올라 여유롭게 올 한 해를 돌아보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펜을 쥐고 올해 나는 뭘 이뤘나 생각해 봤는데, 역시나였다. 쓸 게 없었다.
 
매년 마지막 달, 한 해를 돌아보며 느꼈던 익숙한 느낌이었다. 나만 그런가 싶어 이달 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2017년은 무엇을 이룬 해냐”고 묻고 있다. 대답이 곧장 나오는 경우는 적었다. “너무 어려운 질문”이라거나 “한숨만 나온다”는 답이 많았다. 압권인 대답은 “그냥 살다 보니 지나갔지 이룬 게 뭐 있노”였다.
 
『엄마 반성문』의 저자 이유남 교장은 ‘성공’을 다르게 본다. 성장하고 이를 공유하는 것, 이게 성공이라고 말한다. 단순 말장난 같지만, 자신의 극성스러운 교육방식 탓에 자녀와 의절할 뻔했다가 겨우 관계를 회복한 엄마이기에 그 메시지가 주는 울림이 컸다. ‘잘되다’란 의미를 새롭게 정의한 이도 있다. 페이스북 등 SNS 페이지에 120만 구독자를 가진 ‘사연 읽어 주는 여자’의 조유미 작가는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잘되다’란 표현에는 성공하다·이루다·얻다 등 가치만 담고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실패하더라도 실패에 의연해질 수 있는 마음을 배우면 잘된 것이다. ‘잘된다’는 건 목표 달성 여부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마음과 생각이 자랐는지 여부로 결정되는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2017년은 해내지 못한 것이 많아 성공한 해라고 할 수 있겠다. 올해 목표였던 영어 공부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는데, 보통 각오만으로는 빡빡한 일상에서 꾸준히 공부해 나갈 수 없다는 깨달음을 또 한 번 느꼈으니 이 또한 나쁘지 않은 배움이다. 아들 낳고 뒤늦게 철들어 올해엔 부모님께 전화도 더 자주 드리고 살가운 아들이 되자고 다짐했는데 이 또한 실패했고, 내년엔 기필코 살가운 아들이 되자고 더 굳센 다짐을 하게 됐다.
 
아직도 2017년은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해라고 생각된다면 하나 제안하고 싶다. 2017년 무엇을 이루지 못했는지 반대로 써 보는 거다. 그리고 거기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생각해 보고 “2017년은 그걸 뼈저리게 느끼고 깨달은 뜻깊은 한 해였다”고 자부해 보면 어떨까. 경험만큼 큰 성장은 없으니까 말이다. 2017년이 기울고 있다. ‘그냥 살다 보니 지나갔지 이룬 게 뭐 있느냐’고 후회만 하기엔 우리는 이미 많은 걸 이루고 있다.
 
노진호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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