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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새해의 빛깔

이후남 문화부 차장

이후남 문화부 차장

해마다 이맘때면 지난 한 해를 돌아보거나 다가올 한 해를 내다보는 다양한 언어가 등장한다. 교수신문이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가 한 예다. 올해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는데, 대통령 탄핵이 이뤄진 지난해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 백성을 물에, 임금을 배에 빗대 물(백성)이 화가 나면 배(임금)를 뒤집을 수 있다는 의미다.
 
새해를 전망하는 각종 트렌드 보고서는 이와 반대로 신조어가 빈번히 등장한다. 지난 연말 소개된 ‘욜로’가 올 한 해 꾸준히 활용됐다면 요즘 나오는 2018년 트렌드 전망에는 ‘워라밸세대’(워크&라이프 밸런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세대)나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같은 신조어가 눈에 띈다.
 
이와 좀 다른 언어, 예컨대 말이 아니라 색채라는 언어로 새해를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색채 전문 기업 팬톤은 며칠 전 2018년의 색으로 ‘울트라 바이올렛’을 선정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보라색을 보면 기괴하다거나 불안정하다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팬톤의 발표문은 그 긍정적 성격을 한껏 부각한다. “우리는 창의성과 상상력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며 이 신비로운 색채가 지닌 미래지향적 성격을 다양한 수사로 강조했다. 프린스, 데이비드 보위, 지미 헨드릭스 같은 대중음악의 전설적 인물들을 예로 들며 보라색이 통념을 벗어난 문화의 상징이었단 점도 지적했다. 적어도 팬톤이 2017년의 색으로 선정했던 녹색 계열의 ‘그리너리’에 비하면 좀 더 역동적 느낌이 드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사실 말이든 색이든 그 상징성이 과하면 사용이 쉽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빨강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빨강은 좌익 이데올로기, 레드 콤플렉스 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색이었다. 놀랍게도 2002년 한·일 월드컵과 응원단 ‘붉은 악마’의 활약으로 하루아침에 이미지가 달라졌다. 2012년 대선 무렵에는 당시 박근혜 후보의 한나라당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며 당의 상징색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요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가면 또 다른 빨강을 볼 수 있다. 임흥순 작가의 개인전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의 일환으로 미술관 내부 큼직한 벽면 하나를 빨강으로 칠해 놓았다. 태극기의 빨강과도, 붉은 악마의 빨강과도 좀 다른 색이다. 듣자니 빨강은 전시에 소개된 인물 중 올해 세상을 떠난 할머니 한 분이 좋아한 색, 좋아한다고 하면 제주 4·3사건을 겪은 개인사 때문에 오해를 살까 두려워했던 색이라고 한다. 촛불 이후 탄핵과 새 정부 출범까지, 현대사에서 또 한 번 격변기를 거치고 맞는 새해는 더 다양한 색이 색안경 없이 빛을 발하기를 바란다.
 
이후남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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