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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선고 CEO의 생전 장례식 … 1000명과 일일이 감사 악수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게재된 안자키 사토루 전 코마츠 사장의 '생전장례식' 안내 광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게재된 안자키 사토루 전 코마츠 사장의 '생전장례식' 안내 광고.

 
안자키 사토루. [연합뉴스]

안자키 사토루.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사회면의 작은 광고 하나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일본 건설기계 분야 대기업인 고마쓰의 안자키 사토루(安崎曉·사진) 전 사장이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는 내용이었다.

안자키 전 일본 고마쓰 사장 이별법
직접 본인 장례식 광고 내고 준비
“죽는 건 힘들지만 인생 충분히 즐겨
삶의 질 중요해 연명치료 않을 것
회비나 조의금은 불필요하며
복장은 평상복으로 와주십시오”

참석자들 “내 삶 돌아봐 오히려 감사”
SNS서도 “능동적 마침표” 큰 반향

 
손바닥만 한 광고에는 “10월 초 암이 발견돼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는 안자키 전 사장의 고백이 담겨 있었다. 그는 “연명 효과가 조금 있겠지만 부작용 가능성도 있는 방사선이나 항암제 치료는 받고 싶지 않다”며 “아직 건강할 때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강조한 것은 “남은 시간 동안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우선시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약 3주 뒤인 지난 11일 도쿄 시내 한 호텔에서 ‘감사의 모임’이라는 이름의 생전 장례식이 열렸다. 한 시간 전부터 회사 관계자, 학교 동창생 등 지인 약 1000명이 모였다.
 
모임은 안자키 본인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했다. 신문 광고의 문구, 날짜, 형식도 직접 정했다. 식장은 지인들과 추억이 담긴 사진으로 꾸며졌다. 중앙 스크린엔 안자키 전 사장이 중국 TV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영상, LA 다저스의 마이크 피아자 선수와 기자회견을 했던 영상 등 안자키 전 사장의 현역 시절 활약상이 흘렀다. 그의 출신지인 도쿠시마(德島)현의 전통춤 공연도 펼쳐졌다.
 
[일러스트=김회룡기자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기자 aseokim@joongang.co.kr]

안자키 전 사장은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감사 편지’를 통해 “반년 전까지만 해도 건강한 생활을 즐겨온 제가 예기치 못한 암 진단을 받았다. 남은 수명은 오직 신만이 알겠지만 아직 건강할 때 여러분에게 감사의 기분을 전하고 싶을 뿐”이라고 밝혔다.
 
휠체어를 탄 안자키 전 사장은 테이블을 돌면서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를 나누고 인사를 했다(그림). 그의 대학 후배라는 한 남성은 “자신의 인생을 인간관계를 통해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안자키 전 사장은 올해 여든 살. 히토쓰바시대 졸업 후 1961년 고마쓰에 입사해 국제 부문을 주로 담당해왔다. 95년 사장에 취임한 뒤 회장을 거쳐 2005년 현역에서 물러났다. 국가공안위원회 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장례식 뒤 기자회견에서 “‘슈카쓰(終活·죽음을 준비하는 활동)’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삶을) 마감하듯 하는 게 싫어서 다같이 즐거울 수 있는 모임을 열었다. 많은 사람이 와줘서 솔직히 조금 피곤하기도 했지만 직접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죽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인생을 충분히 즐겨왔고 수명에도 한계가 있다. 마지막까지 몸부림치는 것은 내 취향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문 광고에서 밝힌 ‘삶의 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건강하게 걸을 수 있으면 되는 건지, 암이 나으면 되는 건지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마음, 능력, 신체(心·技·體)’의 정신으로 내 나름의 목표를 갖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안자키 전 사장의 ‘생전 장례식’은 일본 사회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전에도 유명인이 ‘생전 장례식’을 치른 사례는 있었지만 주로 연예인들이 이벤트 형식으로 여는 경우였다. 그러나 안자키 전 사장의 사례는 ‘슈카쓰’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로 확대되고 있다.
 
‘생전 장례식’에 온 참석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고마쓰의 전 사원이라 밝힌 한 남성은 “정말 즐거운 모임이었다. 나도 병이 있는데 삶의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정말 깔끔한 삶의 방식으로 안자키답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는 참석자도 있었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그의 결단을 높이 사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인생의 끝이라기보다 능동적인 인생의 마침표다. 조금이라도 교본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슈카쓰 전문가인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 고타니 미도리(小谷みどり) 연구원은 마이니치신문에 “생전 장례식은 향후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일반인 중에도 생전 장례식이 종종 있다고 한다. 그는 “자녀가 장애인이어서 ‘내가 죽은 후에도 아이를 잘 부탁한다’거나 독신의 경우 장례식을 하지 않고 친구들을 불러 감사의 모임을 여는 케이스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편화되기엔 시기상조인 측면도 있다. 특히 초청받는 사람이 부담을 갖는 경우가 많다. 고타니 연구원은 “칠순잔치라면 기쁘게 가겠지만 생전 장례식은 좋아할 수도 없고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난감하다는 반응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안자키 전 사장이 낸 생전 장례식 광고(상단 사진)
감사의 모임 개최 안내. 저 안자키 사토루는 10월 초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니 예상치 못하게 담낭암이 발견됐습니다. 게다가 담도, 간장, 폐 등에 전이돼 수술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저는 남은 시간을 Quality of life(삶의질)를 우선시하고자, 다소의 연명효과는 있겠으나 부작용 가능성도 있는 방사선이나 항암제 치료는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1961년 고마쓰에 입사해 85년 대표이사가 된 뒤 95년 사장에 취임, 회장을 거쳐 2005년 현역에서 은퇴했습니다. 40여 년간 여러분들께 공적으로 사적으로 대단히 신세를 져서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은퇴 후 여생을 함께 즐겨주신 많은 분에게 대단히 감사하고 있습니다.
 
아직 기력이 있을 동안 여러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아래와 같이 감사의 모임을 열고자 하니 참석해주시면 저의 최대의 기쁨이겠습니다.
 
회비나 조의금은 불필요하며 복장은 평상복 혹은 캐주얼복으로 해서 와주십시오.  
 
고마쓰 전 사장 안자키 사토루
◆슈카쓰(終活)
인생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으로 일본에서 2010년대 들어 활발해졌다. 장례식 준비를 미리 해두거나, 주변을 정리하며 실질적인 임종 준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슈카쓰인데 젊은 층에서도 관에 미리 들어가 보는 등의 체험을 통해 죽음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기도 한다. 죽음에 대비해 연명 치료의 여부, 장례 절차, 지인에게 전달할 편지 등을 기록하는 엔딩노트가 유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슈카쓰산업 시장 규모는 연간 1조 엔(약 10조원)대로 추정된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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