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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마지막 자동차 공장 폐쇄 … 호주 발목 잡은 세계 최고 최저임금

문희철 산업부 기자

문희철 산업부 기자

지난 9월 한국법인 대표로 부임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1995년 호주 GM홀덴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하지만 제네럴모터스(GM)에서 그의 ‘첫 직장’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10월 20일 생산 라인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1년새 GM·포드 잇따라 철수
교육·정치안정 최상위권이지만
과도한 고용비 부담에 제조업 몰락

GM홀덴은 호주 역사상 마지막 자동차 제조공장이었다. 최근 1년 새 호주 자동차 공장은 전부 가동을 멈췄다. 10월 3일 도요타자동차는 자사 1호 해외공장이던 알토나공장을 폐쇄했고, 호주 최초 현지 수입차 제조사였던 포드자동차도 멜버른공장·질롱공장의 컨베이어벨트를 지난해 10월 완전히 멈춰 세웠다. 일찍이 2012년 미쓰비시자동차 공장도 호주에서 발을 뺐다.
 
영국 정부는 ‘국가별 자동차산업 국제경쟁력 비교’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한국의 노동경쟁력이 25개국 중 24위라고 평가했던 보고서다. <중앙일보 12월 8일자 1면>
 
영국 정부는 호주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궁금했다. 37개 세부 지표를 살펴보니, 의외로 호주는 경쟁국보다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국가리스크 등 정치적 안정성은 세계 최고(1위)고, 부패지수(2위)·중등교육등록률(2위) 등 다양한 지표가 최상위권이었다. 단 1개만 빼면 하위 25% 안에 드는 지표가 아예 없었다. 자동차 공장을 가동할 때, 사실상 모든 여건이 경쟁국보다 낫다는 의미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지표가 경쟁 국가 중 꼴찌였다. ‘피용자보수비’라는 항목이었다. 피용자보수는 자동차 공장을 운영하는 제조사가 근로자 1명을 고용했을 때 1시간에 어느 정도 비용이 드는지 조사한 수치다. 근로자에게 직접적으로 지급하는 시급은 물론이고, 근로자를 고용할 때 간접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사회보장비용·노동관련세금·퇴직연금·사망보험·생명보험 등을 1시간 기준으로 평균한 금액이다.
 
영국 정부 보고서를 보면 피용자보수비에서 호주(47.7달러)는 세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근로자 1명을 고용하면 멕시코(6.4달러·1위)에서 공장 돌릴 때보다 8배 가까이 많이 돈을 지출하고 있다는 의미다. 인건비가 비싼 것으로 유명한 영국(31.2달러)·프랑스(39.8달러)보다 더 높다.
 
호주의 시간당 최저임금(18.29호주달러·1만5860원)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최저임금위원회가 역대 최고 수준(16.%↑)으로 내년 최저임금(7530원)을 인상했지만, 호주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된다. 또 호주에서는 주당 정규 근로시간이 38시간에 불과하다. 하루에 7시간36분만 근무하면 그다음부터는 무조건 추가수당이 붙는다.
 
결국 아무리 자동차 사업하기 좋은 ‘천혜의 요건’을 갖춘 국가도 고용부담이 과도하면 견디지 못하고 사업을 포기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91년간 자동차를 생산했던 호주는 이제 100% 자동차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모든 조건이 유리했지만, 오로지 고임금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가 ‘전멸’했다.
 
물론 노·사 모두에게 막심한 손해다. 다만 사측은 여전히 호주에서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저비용 국가에서 차량을 수입하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GM은 한국·태국법인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호주에서 판매 중이다. 문제는 일자리다. 노조 입장에서는 5만여 명의 일자리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4월부터 반년 넘게 임금을 올려달라고 투쟁 중인 한국 자동차 노동조합이 반면교사(反面敎師)할 부분이다.
 
문희철 산업부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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