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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선언’ 골든타임 잡아라… 불붙는 이·팔 외교전

11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이스라엘 수도' 선언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여성 시위대가 반미 구호를 외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이스라엘 수도' 선언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여성 시위대가 반미 구호를 외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건드린 ‘예루살렘 화약고’가 중동을 넘어 세계 전역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군사 충돌은 물론 미국·유럽 각지도 테러 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네타냐후 총리, EU 방문 지지 호소에도
EU "2국가 해법이 최선…대사관 이전 없다"

팔레스타인 압바스, 이집트·터키 연쇄 방문
푸틴 "트럼프 움직임, 중동 평화 도움 안돼"

 
이에 따라 국제사회 여론을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기 위한 이·팔 두 당사국의 외교 행보도 바빠졌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는 트럼프의 선언이 실제 효력을 발휘하기 전 ‘골든 타임’ 내에 우군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최대 후원자인 유럽연합(EU)을 제 편으로 돌리기 위해 설득전에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총리로선 22년 만에 처음으로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EU 외교장관들과 회동했다.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를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가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를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가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는 이 자리에서 “평화는 현실 인식에 기반한다”면서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한 트럼프의 결정에 대해 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구했다고 CNN 등 외신이 전했다. 그는 또 “머지않아 유럽 국가들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대사관을 예루살렘에 옮기며 우리와 함께 안보·번영·평화를 이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EU 국가들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EU의) 어느 나라도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다는 미국의 계획을 따라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갈등의 유일한 해결책은 2국가를 토대로 예루살렘을 양국 모두의 수도로 하는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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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타냐후 총리는 EU와의 만남에서 예루살렘 문제뿐 아니라 중동에서 이란의 부상과 그로 인한 주변국의 안보 위협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서방의 대이란 제재가 풀린 후 EU와 이란이 경제 분야에서 밀월 관계를 형성해 온 데 우려를 피력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취임 이후 EU와 이스라엘 간에 쌓여온 갈등이 예루살렘 문제로 심화되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팔레스타인 역시 반대 여론전에 나섰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은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13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이슬람협력기구(OIC) 긴급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특히 OIC 회의를 주최하는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당사국인 팔레스타인 못지않게 강한 반기를 들면서 아랍·이슬람권 규합을 주도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터키 앙카라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터키 앙카라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주목할 것은 이런 ‘중동 갈등’을 파고드는 러시아의 행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터키 앙카라를 방문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은 중동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어려운 이 지역 상황을 되레 불안하게 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이집트 엘시시 대통령을 만나서도 "예루살렘 지위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직접 대화 재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의 선언(6일) 직후에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통화하며 사태 추이를 논의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사태 등 중동 분쟁에서 미국 등 서방과 날선 대립을 보이며 적극적인 군사개입을 해왔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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