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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우리 집안 다 경찰인데!”…음주단속 백태

음주운전 사고는 꾸준히 줄고 있다. 2006년 2만 9990건이던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지난해 1만9769건으로 35% 감소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도 같은 기간 920명에서 481명으로 절반 가까이로 줄었다. 경찰의 단속 노력과 음주 운전 폐해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반영된 결과다.

경찰 음주운전 단속 동행 취재
단속 1시간 30분만에 7명 적발
"음주운전은 경찰에게도 위협"

 
하지만 경찰은 1만9769건은 여전히 많은 수라고 얘기한다.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교통과 경찰관들의 음주단속에 동행했다. 수요일에서 목요일로 넘어가는 평일이었기에 단속에 걸리는 운전자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1시간 30분 만에 7명(면허 취소 1명, 면허 정지 6명)이 단속에 걸렸다.
## 7일 오전 1시 30분, 영등포경찰서 교통안전센터

“오늘은 어디에서 단속할까?”
오전 2시로 예정된 음주단속을 앞두고 나광일 교통안전3팀장은 팀원들과 단속 장소를 토론했다. “영등포 삼거리가 낫지 않을까요?” “여의교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라는 팀원들의 의견이 나왔다.  
 
“아까 관할 구역을 순찰해 보니, 여의교 통행량이 다른 데 보다 많아 보였는데 거기로 가자.” 나 팀장은 단속에 나가기 앞서 어디로 나가면 좋을지 ‘핫 스팟’을 순찰하고 왔다고 했다. 장소가 정해지자 팀원 7명은 순찰차 4대에 나눠타 출동했다.
 
## 오전 2시, 여의교(여의도에서 대방역 방면)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은 일사불란했다. 대방역 방면 4차선 도로 중 양 끝 차선에 각각 순찰차 2대를 정차해 막았다. ‘음주단속’ 입간판을 세우고 라바콘으로 바리케이드를 쳤다. 
7일 오전 2시 영등포경찰서 교통과 경찰관들이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음주단속을 하는 모습. 김준영 기자

7일 오전 2시 영등포경찰서 교통과 경찰관들이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음주단속을 하는 모습. 김준영 기자

단속 시작 5분 만에 첫 음주 운전자가 적발됐다. “맥주 두 잔밖에 안 마셨어요.” 여의도에서 친구들과 연말 모임을 갖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는 박모(31)씨가 담배를 물고 말했다. 음주 측정 결과 박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9%였다. 100일간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수치다. 0.05~0.1%는 면허 정지, 0.1~0.2%는 면허 취소, 0.2% 이상은 면허 취소에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형 범죄다. 면허를 정지당한 박씨는 대리기사를 불러 자리를 떠났다.
 
박씨가 경찰과 승강이하는 사이에 검정색 산타페를 탄 젊은 남성 김모(23)씨가 적발됐다. 만취한 것으로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는 경찰들에게 “우리 가족이 다 경찰인데! 걸려서 X됐네!”라고 소리쳤다. 김씨는 “어디로 가는 길이었냐”는 경찰관 질문에 “여자친구랑 모텔 갈 건데, 모텔 이름을 대라고요?”라고 반문했다. 측정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095%, 면허 정지였다. 면허 취소인 0.1%에 0.005%p 모자랐다. 
영등포경찰서 교통과 경찰들이 음주단속에 걸린 운전자 두 명을 각각 조사하는 모습. 단속에 걸린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 안취했다"고 주장하며 경찰과 승강이를 벌였다. 김준영 기자

영등포경찰서 교통과 경찰들이 음주단속에 걸린 운전자 두 명을 각각 조사하는 모습. 단속에 걸린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 안취했다"고 주장하며 경찰과 승강이를 벌였다. 김준영 기자

 
그 사이 여자친구를 뒤에 태우고 오토바이를 몰던 배모(25)씨도 걸렸다. 배씨와 여자친구는 둘 다 술에 취한 상태였다. “안 취했다”는 배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6%로 면허정지 수치였다. 측정기에 면허 정지 수치가 나오자 그는 “취했으니까, 경찰님이 오토바이 알아서 주차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여자친구도 여기에 거들었다. 조민기 순경이 하는 수 없이 직접 100m가량 오토바이를 끌고 간 뒤 공터에 주차했다. 조 순경은 “자신이 끌고 갈 수 있으면서, 괜히 심술내는 것 같다. 음주 운전자들 중엔 ‘배 째라’ 식으로 도로 한복판에 차를 두고 떠나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오토바이를 타다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배모(25)씨와 여자친구가 경찰관(오른쪽)에게 오토바이 주차를 맡기고 떠나는 모습. 김준영 기자

오토바이를 타다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배모(25)씨와 여자친구가 경찰관(오른쪽)에게 오토바이 주차를 맡기고 떠나는 모습. 김준영 기자

이후 음주 운전자들이 속속 걸려들었다. 그 와중에 한 BMW 차량은 여의교 길목에서 불법 유턴을 하고 도망갔다. 이를 가장 먼저 발견한 최재영 경사가 순찰차를 타고 뒤쫓았지만, 일찍이 도망가버린 상태여서 허탕을 치고 돌아왔다. 최 경사는 “죽기 살기로 도망가는 차량을 뒤쫓다 보면, 진이 다 빠진다. 잡는 일이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단속한 지 한 시간이 지나 슬슬 끝나갈 무렵 소형차를 타고 온 남성 이모(44)씨가 걸렸다. 만취 상태였다.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4%로 면허 취소에 해당했다. 그는 이 수치를 믿을 수 없다며, 인근 병원으로 채혈하러 떠났다. 채혈의 경우, 병원 기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를 맡긴 뒤 결과가 나오면 경찰 처분이 나온다.
 
##오전 3시 30분, 영등포경찰서 교통안전센터
단속을 마친 경찰 중 일부는 바로 순찰을 나갔고, 일부는 교통안전센터로 돌아왔다. 단속한 정보를 경찰 내부망에 입력해야 한다고 했다. 팀원들이 정보를 입력하는 동안 나광일 팀장은 “매일 나가는 단속이지만, 그래도 매일 걱정되는 게 있다”고 말했다.  
 
“겨울철엔 ‘블랙아이스’(기온이 갑작스럽게 내려갈 경우 검은색 아스팔트 도로 위에 녹았던 눈이 얇은 빙판으로 얼어붙는 현상)로 인한 교통사고가 많아요. 안 그래도 도로가 미끄러운데 음주 운전자가 사리분별 없이 달리면 도로 한복판에 있는 경찰이 크게 다칠 수도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2년 전 영등포경찰서의 교통경찰 2명이 출동을 나갔다가 블랙아이스로 인해 승합차에 받혀 중상을 입은 사고가 있었다.  
 
나 팀장은 “음주운전은 본인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단속 경찰에게도 위험하다. 과거보다 줄긴 했지만, 여전히 음주운전을 별일 아닌 것처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릴라식 단속으로, 음주운전 근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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