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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코드의 반전…40% 넘은 '황금빛 내 인생'의 흥행 비결

KBS2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의 한 장면 [사진 KBS]

KBS2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의 한 장면 [사진 KBS]

가난한 ‘흙수저’ 집안의 자식이 알고 봤더니 재벌가의 딸이었다는 ‘출생의 비밀’ 코드는 막장 드라마의 식상한 클리셰다. 온갖 핍박과 설움을 견디던 주인공은 결말 부분에 이르러 재벌가의 딸로 탈바꿈하면서 설움을 갚고 시청자에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콩쥐ㆍ팥쥐 판타지를 전해줬다.
 

KBS2 '황금빛 내 인생', 시청률 40% 넘어
2015년 '가족끼리 왜 이래' 이후 2년만
식상한 막장 코드 뒤틀며 흥미 높여
흙수저 자식과 짠한 장년층 공감 자아내

그런데 KBS2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50부작)은 이를 역으로 이용한다. 진부한 막장 드라마의 코드는 판타지를 실현하는 대신 혈연 중심적인 전통적 가족관을 꼬집는다. 이 반전을 바탕으로 빠르게 가져가는 서사는 황금빛 내 인생의 매력이다. 지난 9월 시청률 19.2%(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한 ‘황금빛 내 인생’은 8회 만에 시청률 30%를 넘겼고, 지난 10일 30회에서 시청률 41.2%를 기록했다. 드라마가 40% 시청률을 넘긴 건 지난 2015년 방송된 KBS2 ‘가족끼리 왜 이래’ 이후 2년 만이다.
 
◇진부한 줄거리에도 계속 보게 하는 '반전'
‘황금빛 내 인생’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신분 상승을 위해 노력하는 여 주인공 서지안(신혜선 분)이 오히려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바닥까지 추락한 뒤 자신의 본 모습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진부한 막장 드라마 코드인 ‘출생의 비밀’, ‘재벌 3세와의 로맨스’가 등장한다. 정규직으로 뽑힐 기회를 금수저 친구에게 뺏기는 등 ‘흙수저’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던 지안은 어느 날 자신이 재벌가의 딸임을 알게 된다. 기존 드라마였다면 여기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식의 해피엔딩을 맞았을 테다.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 [사진 KBS]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 [사진 KBS]

 
하지만 황금빛 내 인생은 ‘재벌가의 딸’이라는 판타지도 결국은 사적인 약속조차 마음대로 잡지 못하는 또 다른 굴레일 뿐이라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마저도 실제 재벌가의 딸은 지안이 아닌 자신의 이란성 쌍둥이 동생 지수(서은수 분)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또 한 번 반전을 거친다. ‘백마 탄 왕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던 재벌 3세(박시후 분) 또한 오히려 자신만의 길을 가기 위해 독립을 선언하며 밑바닥으로 내려온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는 “진부한 막장 코드를 이용해 극의 전개를 빠르게 가져가면서 시청자가 몰입해 드라마를 보게 하면서도 새로운 반전을 꾀하며 흥미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청자 동하게 한 흙수저 현실과 부모 세대의 가련함
흙수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안과 그런 자식들을 바라보며 늘 미안해하는 아버지 태수 등 등장인물의 모습은 다양한 연령층의 공감대를 자아내곤 한다. 지안은 같은 계약직 사원에게 “계약직끼리 우리가 어딨느냐. 우리는 우리가 아니어야 사는 거다”고 얘기하고,  부장의 개인적인 수발까지 들어주며 정규직이 되기 위해 2년간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하지만 결국 정규직을 꿰찬 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친구였다.
KBS2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의 한 장면 [사진 KBS]

KBS2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의 한 장면 [사진 KBS]

 
가장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 궂은일도 마다치 않던 태수는 늙으면 무리에서 쫓겨나는 사자에 빗대 “남자 인생이 사자야. 사지가 이렇게 멀쩡한데 내 식구 밥도 못 먹이면 죽어야지”라고 되뇐다. 자녀들에게는 “내가 니들 애비여서 미안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아버지에게도 아버지의 인생이 있는 법. 결국엔 “나 이제 이 집 가장 졸업이다. 나 당신(아내) 먹여 살리려고 태어난 거 아니다”라고 말하는 데에선 짠함과 함께 묘한 통쾌함이 일어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족극의 주 시청층인 중장년층이 퇴직 후 혹은 자녀들을 다 키우고 난 뒤 가지는 허망함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한다”고 말했다.
 
◇성추문 주연, 신인 주연 우려 떨쳐
통상 가족드라마가 주인 KBS 일일극이나 주말극은 미니시리즈보다 시청률이 높다. 미니시리즈보다 경쟁이 덜하기도 하고, 시청패턴 또한 정착돼 있다. 또 주 시청층인 중장년층이 다시보기 서비스나 다른 플랫폼 보다는, 현재 시청률 조사에 방영되는 실시간 TV시청으로 드라마를 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황금빛 내 인생'은 특히 2012년~2013년 '내 딸 서영이'의 극복을 맡았던 소현경 작가가 4년 만에 KBS로 복귀하는 작품이라 기대를 더욱 모았다. 소 작가는 '내 딸 서영이'에서 온갖 시련을 겪으며 아버지와 멀어졌던 주인공이 결국 아버지와 화해하며 가족애를 회복하는 장면을 그렸고,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47.6%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황금빛 내 인생’에 대한 우려가 없진 않았다. 성 추문을 겪었던 박시후가 남자 주인공으로 발탁되자 여론은 좋지 않았다. 박시후는 2013년 한 연예인 지망생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피소당했지만 신고자가 고소를 취하하며 일단락됐다. 관련 업계에선 당초 여주인공을 맡을 예정이었던 배우 유이가 이를 고사한 것도 박시후와의 호흡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얘기가 오갔다.
 
결국 ‘비밀의 숲’, ‘푸른 바다의 전설’ 등 다수 드라마에 출연하긴 했지만 주연은 한 번도 맡은 적이 없었던 배우 신혜선이 여주인공을 맡았고, 신인 주연에 대한 우려도 더해졌다. 하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신혜선 외에도 서은수, 이다인 등 신인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다른 익숙한 배우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편안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주며 보는 재미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배경수 KBS 책임 프로듀서는 "'황금빛 내 인생'은 지금 시대의 진정한 행복과 사랑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이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며 "기존 드라마와 달리 선이나 악 어느 하나로 정의되지 않은 양면성을 바탕으로 우리가 삶에서 느끼는 기쁨ㆍ갈등ㆍ고통을 현실감 있게 직시하면서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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