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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하드포크가 뭐길래...고교생 신변 보호까지 하나

“그러게 누가 사랬냐 숏 개꿀띠(‘공매도를 통해 꽤 괜찮은 수익을 올렸다’는 의미).”
 

비트코인플래티넘 분할 놓고 논란
“이런 데 투자하는 게 잘못” 글 올려
개발진 주장 단체는 “사기 아니다”

미확인 정보 판치고 처벌 규정 없어
‘규제 사각지대’ 암호화폐 피해 속출

10일 오후 6시가 안 된 시각. 비트코인플래티넘(BTP) 공식 트위터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이전까지는 영어로만 공식 대화가 오갔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어로 비트코인 투자자를 조롱하는 듯한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BTP는 비트코인에서 떨어져 나온(하드포크)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다. 하드포크는 일종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다. 하드포크를 통해 암호화폐 결제 처리 속도 등을 개선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암호화폐 생태계 참여자들 간의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면 새로운 암호화폐가 떨어져 나오기도 한다. 지난 8월 비트코인에서 떨어져 나온 비트코인캐시가 대표적이다.
 
당초엔 암호화폐 가격을 지탱하는 근본 가치인 참여자들의 신뢰가 깨졌다는 점에서 하드포크로 인한 새로운 암호화폐 탄생은 악재로 인식됐다. 그런데 비트코인캐시가 하드포크된 이후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올랐고, 투자자들에겐 비트코인캐시가 덤으로 생겼다. 곧 하드포크가 일종의 ‘암호화폐 배당(crypto dividend)’으로 여겨졌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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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는 여러 개의 비트코인 하드포크가 예정돼 있었다. 비트코인 선물 출시와 함께 비트코인 가격을 2400만원까지 밀어올린 주요한 이유다. 10일로 예정된 BTP 하드포크 때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으면 동일한 수량만큼의 BTP를 받을 수 있다. 비트코인캐시 전례를 봤을 때 못해도 100만원의 추가 수익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하드포크 직전에 BTP 공식 트위터에는 “기술적 오류로 하드포크를 연기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놀란 투자자들이 무슨 일인지 영어로 묻자 갑자기 한국어로 이런 식의 답변이 올라왔다. 이상한 낌새를 챈 투자자들은 인터넷 주소(IP) 등을 추적해 이 글을 올린 사람의 신원을 확인했다. 현재 고등학생 A(18)군이었다.
 
A군은 “BTP 사기를 이용한 공매도로 하락장에서 5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했다. BTP 하드포크 직전에 BTP를 배당받으려는 매수세가 몰리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가는데, 이때 비트코인 공매도를 하고 하드포크 연기로 가격을 떨어뜨려 돈을 벌었다는 얘기다. 그는 항의하는 투자자들에게 “이런 데 투자한 사람들이 잘못이지 내가 잘못한 게 뭐 있느냐”고 답했다. 
 
그런데 11일 오전 BTP 개발진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공식 트위터 계정에 해명 글을 올렸다. BTP는 사기가 아니며, 자신들은 그런 글을 올린 적이 없고, 하드포크는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내용이었다.
 
A군은 경찰에 신변 보호 요청을 했고 서울 강남경찰서는 A군을 신변 보호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A군에게 신변 보호용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아직까지 뭐가 진실인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해프닝은 암호화폐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다.
 
암호화폐 관련 투자 정보나 보고서는 사실상 없다. 제도권 금융회사나 연구기관은 보고서를 내지 않는다. 암호화폐 투자자 대부분이 개인 블로그나 관련 카페에서 나오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하는 이유다. 주식처럼 가격 조작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마땅한 규정이 없다 보니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가격 조작이 빈번하게 이뤄진다.
 
일부에서는 그나마 투자자들을 위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거래소가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BTP 같은 암호화폐 지급을 결정했다는 점을 비판한다. 앞서 국내 일부 거래소는 BTP 하드포크 시점에 비트코인을 보유한 이들에게 BTP를 제공하겠다고 공지했다.
 
주요 거래소 가운데 BTP 지급 공지 입장을 밝히지 않은 신원희 코인원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당장 하드포크된 암호화폐를 지급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비난하고 거래소를 떠난다”며 “거래소가 검증을 철저히 하고 지급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당장 손실이 뻔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A군이 사기극을 벌였어도 처벌할 마땅한 규정도 없다. 애초에 비트코인이 화폐나 금융상품 등의 법적 지위가 없기 때문이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다.
 
제도권 밖에 있다 보니 거래 과정에서 피해도 속출한다. 거래소가 구청에 4만5000원만 내면 설립이 가능한 통신판매업자의 지위에 불과하기 때문에 금융회사 수준의 보안이나 투자자 보호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막말로 고객 비트코인을 들고 해외로 도망가도 투자자가 이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암호화폐는 중앙 기관이 가치를 보증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들의 신뢰에서 가치가 나온다”며 “투자자를 보호할 장치가 없는 만큼 어떤 정보가 참이고 거짓인지 냉정히 판단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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