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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문 대통령, 시 주석과 ‘사드’ 아닌 ‘북한 급변사태’ 논의할 때

문재인 대통령이 내일 중국 방문에 나선다. 비단길이 되진 않을 것 같다. 중국의 ‘3불(三不)’ 공세 탓만은 아니다. 북핵 문제로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주한미군 가족 철수’ 이야기가 나오고, 중국 언론은 핵 피폭(被爆) 시 대응 요령을 보도 중이다. 모두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서울을 찾은 중국 학자들이 한목소리로 한반도 급변사태 대비를 강조하는 건 이례적이다. 
 
중국과의 수교 25년 세월을 통해 우리가 알게 된 몇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우리가 아무리 원해도 중국이 호응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든 이루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교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국은 노태우 정부로부터 무수한 러브콜을 받았다. 그러나 냉담했다. 그런 중국의 마음이 돌아선 건 1989년 천안문(天安門) 사태 때문이었다. 미국 등 서방이 제재를 가하자 중국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이웃 국가들과 적극 수교에 나섰고 여기에 한국이 포함됐다.
 
평소 중국의 문을 두드리는 노력을 계속하다가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잡아채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이런 경험에 근거할 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최근 중국의 변화에 따라 동북아시아의 암 덩어리인 북핵 문제 해결의 기회가 오고 있지 않느냐 하는 점이다.
 
북핵은 북한을 제외하곤 모두가 반대하는 것이다. 우리와 미국은 물론 중국도 결사반대다. 북핵 문제를 푸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상정할 수 있다. 하나는 전쟁과 같은 물리력 사용이지만 이는 모두가 반대하는 바다.
 
다른 하나는 강한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 같은 외교적 해법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로 중국의 북한 감싸기가 거론된다. 중국은 왜 미적거리나. 북한이 핵을 갖는 걸 찬성해서가 아니다. 북한이 핵을 갖게 되면 한국이나 일본, 심지어 대만 등에서도 핵무장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아시아 역내에서 우두머리가 되려는 중국꿈은 물거품이 된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한반도 비핵화 없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도 없다”고 말한다. 북핵을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런 중국이 왜 북한의 생명줄인 원유 파이프라인을 잠그지 못하고 있나.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어서다.
 
하나는 북한 정권이 붕괴된 이후 전개될 한반도 상황이 과연 중국에 유리할 것인가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주도로 통일될 경우 미군이 압록강까지 들어와 중국과 직접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른 하나는 중국이 앞장서 북한을 압박할 경우 양국 관계가 원수처럼 변할 수 있는데 미국과 한국이 이 기간 물밑에서 북한과 거래하면 중국만 왕따가 된다는 의심을 갖고 있다.
 
이런 사고에 기초해 중국은 오랜 기간 북한을 ‘전략적 자산’이라고 인식해 왔고, 북한이 아무리 나쁜 짓을 하더라도 북한 정권이 붕괴될 정도의 강수는 두지 않은 채 ‘대화로 문제 해결’이라는 공자 말씀만 되풀이해 왔다.
 
한데 최근 중국도 북핵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한계 상황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징후가 보인다. 중국 관방의 입장에서 자유롭지 않은 중국 학자들의 주장에서 그런 단면들을 읽을 수 있다.
 
지난달 16일 서울에 온 샤리핑(夏立平) 중국 퉁지(同濟)대 정치국제관계학원 원장은 “중국은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미국 및 한국과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변사태’는 중국이 논의 자체를 꺼리던 말이다. 북한 붕괴를 상정하기 때문이다.
 
일주일 후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소장 김흥규)가 주최한 포럼에 참석한 장퉈성(張沱生) 중국 국제전략연구기금회 주임도 “중·한 양국이 한반도 급변사태에 대비한 대화를 시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 왕둥(王棟)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과 한국, 미국 3자가 참여하는 2.0 또는 1.5 트랙 대화를 추진해 각국의 전략적 우려에 대한 솔직한 교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뿐 아니다. 지난 8일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후원으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소장 이종화)가 개최한 포럼에서 쑤하오(蘇浩) 중국 외교학원 교수도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가능성과 북한의 돌발 상황 발생을 거론하며 “중·한 양국의 상호 소통과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중국 학자들의 목소리에 일맥상통하는 게 있다. 모두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발신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저변엔 북핵 문제가 꼭짓점에 이르렀다는 상황 인식이 깔려 있다.
 
중국 학자 대부분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 경우 두 가지 상황이 가능하다. 하나는 미국이나 중국 등 국제사회가 북핵을 묵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미국의 무력에 의해서든 아니면 중국이 북한의 생명줄을 끊는 극단의 압박에 의해서든 북핵 해결이 임박했다고 전망한다. 이에 따라 중국의 관심은 자연히 한반도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국의 이익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모아진다.
 
중국의 이익은 최대와 최소로 나눌 수 있다. 최대는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최소의 이익은 확보해야 한다. 적어도 북한 붕괴 이후의 한반도가 중국에 적대적인 국가가 되지는 않아야 하는 것이다.
 
중국이 한국과 소통을 강화하자고 하는 것, 또 한·미·중 3자가 관방까지 참여하는 1.5 트랙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북한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방증이다. 이 경우 중국의 이익 확보를 위해 한·미와의 솔직한 교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우리로선 한반도 비상사태 발생 시 중국의 긍정적인 협조를 얻기 위해서라도 중국이 우려하는 일정 부분은 해소시켜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통일 한국이 중국에 적대적이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줘야 한다.
 
사실 북핵 문제가 풀리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가 낳은 한·중 갈등은 설 자리가 없다. 중국의 3불 공세는 한낱 추억 속 단어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방중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할 사항은 사드가 아닌 북핵 해법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특히 북한 급변사태 시 중국의 우려를 어떻게 덜어 줄 수 있는가와 관련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야 한다. 그만큼 북핵 시계가 빨리 돌고 있기 때문이다.
 
유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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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