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한류 비즈 2.0 시대 “갑질이 통하던 시대는 오래 전 지났다”

곧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사드 긴장'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정치 리스크가 사라진다면 우리 기업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전처럼 중국 시장으로 갈 수 있을까? 관심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사진: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사진: 중앙포토]

오늘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보고자 한다. '사드 직격탄'을 맞았던 바로 그 분야다. 사드 피해가 시작된 곳이 한류 비즈니스였다면, '사드 지뢰' 제거로 우선 살아날 것으로 기대되는 곳도 바로 그 분야이기 때문이다.
 
후배 배영준 사장은 중국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였다. 처음 만났던 2000년, 그는 대기업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어느 날 연구소를 그만두더니 사업을 한다고 했다. 그의 최종 선택은 한류 비즈니스였다. 광둥성 선전에서 K-POP 관련 기획사를 세우고 운영했다. 한참 사업이 피치를 올리고 있을 때 터진 사드는 말 그대로 폭탄이었다. 그는 1년여 동안 시련기를 보내고 있다.
 
최근 통화를 했다. 그는 여전히 선전에 있었다. 스마트미디어라는 회사를 운영한다고 했다. 재기를 노리고 있다.  
 

사드 상황은 어떤고?

분명히 풀리고 있는 건 맞아요. 지난주 후난(湖南)위성TV에 공동제작 제안을 하기 위해 갔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슬슬 준비해보자'라는 분위기였습니다. 부총재(부사장급)까지 나왔습니다. 저쪽은 아직도 위 눈치를 보고 있는 듯합니다. 어디 한 군데 터지면 자기들도 본격적으로 달려들 태세입니다. 모두 위 눈치, 옆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금방 좋아지겠네?

다시 시작된다고 해도 이전 같지는 않을 겁니다. 한류가 잘 나갈 때는 중국 파트너들이 비싼 가격에도 IP(지식재산권) 사겠다고 우르르 몰려왔었지만, 지난 1년 동안 그들은 대안을 많이 찾아놨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문화 콘텐츠 생태계도 급변했고요. 우리가 사드로 잠시 떠났던 불과 1년 만에 중국 시장이 크게 바뀐 거지요.

카메라 맨[사진: 셔터스톡]

카메라 맨[사진: 셔터스톡]

무엇이 달라졌을까? 드라마 분야를 보자.  
 
최근 중국 언론에 재미있는 기사가 떴다. 미국의 콘텐츠 유통 회사인 넷플릭스가 '바이예주이슝(白夜追凶, 백야추흉)'이라는 중국 웹드라마를 전 세계에 공급한다는 기사였다.  
 
TV가 아닌 웹드라마가 해외에 수출된다고?  
 
그렇다. 중국에선 지금 웹드라마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580억 회의 조회 수가 나왔단다. 모바일 인터넷이 빠르게 퍼지고, 인터넷 소비자층이 젊어지면서 웹드라마 시장이 활황을 맞고 있다. 이젠 해외 시장을 노크할 만큼 성장했다.  
 
무슨 드라마이기에…. 들어가 봤다. 재미있었다. 1회부터 시선을 잡는다. 중국 드라마 기술이 좋아졌다는 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랑야방','환러송' 등만 봐도 그 수준을 알 수 있겠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허술한 면이 눈에 띈다'라고 말하지만, 평범한 필자의 눈으로 보면 그다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넷플릭스가 중국 백야추흉 IP를 사갔다는 건 중국의 드라마 완성도를 인정했다는 얘기다.  
넷플릭스에 IP를 판매한 중국 드라마 백야추흉 [자료: ent.163.com]

넷플릭스에 IP를 판매한 중국 드라마 백야추흉 [자료: ent.163.com]

'주선율(主旋律)'드라마가 히트를 친다는 것도 최근 특징 중 하나다. 주선율 드라마는 국가의 이데올로기가 짙게 담겨있는 드라마를말한다. 올해 중국 드라마 최고 히트작인 '人民的名义(인민의 이름으로)'가 대표적이다.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투쟁과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다.  
 
그런 한편으로는 정책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2016년 TV 드라마 자주혁신 정책을 내놨다(关于大力推动广播电视节目自主创新工作的通知). "문화적 자신감과 문화적 자각 그리고 문화적 자강 의식을 수립하고 중화 문화의 특색이 구현된 자주적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우수 프로그램을 생산해야 한다”라는 게 골자다.  
드라마 '人民的名?'. 당 이데올로기가 짙게 풍기는 '주선율' 드라마가 상업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자료: 바이두백과]

드라마 '人民的名?'. 당 이데올로기가 짙게 풍기는 '주선율' 드라마가 상업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자료: 바이두백과]

2015년에 발표된 TV 드라마 제작 통칙(电视剧内容制作通则)은 더 엄격하다. 빙의, 윤회, 굿, 혼외 연애, 원나잇스탠드 등 중국적 전통 가치관을 해치는 내용을 금하고 있다. "중화 문화의 정신을 구현하며 중국인의 심미적 추구를 반영하는 우수 작품을 제작하라”는 얘기다. 한국 드라마의 중국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중국의 드라마 제작 완성도는 높아졌고, 배타성은 더 커졌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시진핑이 추진하고 있는 '당 건설+민족주의'가 반영된 결과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배영준 사장은 '한류비즈 2.0'을 제시했다.
 

옛날에는 한국 프로그램이라면 중국 친구들이 수백억씩 싸 들고 달려들었습니다. '한국'이라는 이름만 붙어도 펀딩할 수 있었지요. 작품도 그랬고, 연예인도 그랬습니다. 우리 제작진이 중국인을 가르쳐주는 입장이었죠. 그런 시대는 오래전에 갔습니다. 그들의 기술 수준은 높아졌고, 자본력은 우리를 압도합니다. 우리가 갑질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아닙니다. 이젠 평등한 입장에서 같이해야 합니다. 함께 만들고, 함께 투자해야 합니다. 서로의 경쟁우위를 살려 융합을 해야 합니다. 그게 한류 비즈 2.0 시대의 모습일 겁니다.

 
문화 콘텐츠 영역에서도 중국과의 경쟁이 시작됐다는 게 배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그냥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장점과 중국의 장점을 결합해야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 한 명에 의존한 비즈니스, 우리가 만들어 통째로 수출하는 모델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에서 성공한 유일한 우리 영화 이별계약. [자료: 네이버 영화]

중국에서 성공한 유일한 우리 영화 이별계약. [자료: 네이버 영화]

우리는 그 사례를 가지고 있다. 2013년 중국에서 개봉된 '이별계약'이라는 영화는 중국에서 성공한 유일한 우리 영화로 꼽힌다. 그러나 이 영화를 뜯어보면 우리 게 아니다. 이 영화는 CJ 엔터테인먼트가 만들었지만 속은 그렇지 않다.  
 
우선 감독은 한국의 오기환 감독이 맡았다. 시나리오는 중국인 친하이옌(秦海燕)과 아메이(阿美)가 썼다. 주연은 대만의 펑위옌(彭于宴)과 중국의 바이바이허(白百何)였다. 중국과 대만의 톱스타들이다. 촬영, 편집, 음악은 모두 한국인이 담당했다. 이 분야에서 한국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배급은 당연히 중국 회사가 맡았다.  
 
영화 콘텐츠 하나지만, 그 속에는 이렇게 중국과 한국의 장점들이 녹아있다. 중국 시장이 넓다고 혼자 돈키호테처럼 달려들 게 아니라,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 중국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섞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시장 현장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국 시장은 이제 경쟁력 없으면 그냥 그림의 떡인 곳이 되고 있다. 어찌 문화 콘텐츠 분야만의 얘기이겠는가. 대부분의 영역에서 중국은 기술력이 강화되고 있고, 외국 기업에 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은 높아지고 있다. 더 힘든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은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다.
 
차이나랩 한우덕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