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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우리집 화장실도 금연구역?…층간흡연 갈등 줄어들까

층간흡연 피해 주민이 엘리베이터에 붙여 둔 메모. 베란다·화장실 등으로 흘러 들어오는 담배연기로 인한 층간흡연은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주민 갈등 중 하나다. [중앙포토]

층간흡연 피해 주민이 엘리베이터에 붙여 둔 메모. 베란다·화장실 등으로 흘러 들어오는 담배연기로 인한 층간흡연은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주민 갈등 중 하나다. [중앙포토]

 지난 1월 정부민원안내콜센터(110)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부산도시공사에서 매입한 임대주택에 산다는 A씨는 옆집에서 넘어오는 담배 연기에 2년여 동안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연기 때문에 머리가 아파 한겨울에도 문을 열어 놓고 산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난방도 안 되는 집이라서 추위 때문에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여러 번 실내 흡연 자제를 요청했지만 달라지지 않는다"며 "이사할 방법을 알아봐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어떻게 됐을까. 한 달 후 콜센터가 확인했다. A씨는 "부산도시공사에서 나와서 옆집 화장실에 환기통 달아준 게 전부예요"라며 그저 허허 웃었다고 한다.
 

2018년 2월부터 층간흡연 관리
세대 간 간접흡연 막는 개정안 시행
공동주택 관리인 개입 근거 마련
현재는 계단·복도 등만 규제 대상

층간흡연 신고하면 경비원 출동
의심 가구 들어가 사실확인도 가능
입주자는 피해방지 노력 의무 있어

강제성 없어 실효성은 의문
경비원 "주민 눈치보기 바쁜데 어떻게"
전문가 "법보다 대국민 캠페인 필요"

아파트 베란다·화장실 등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 때문에 이웃 주민이 간접흡연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는다. 층간 흡연은 층간 소음 문제와 함께 공동주택 주민 불화의 대표적 원인 중 하나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공동주택 간접흡연 피해 민원이 2011년 158건에서 2015년 348건으로 늘었다. 영·유아 가정과 임산부·환자 등 건강 취약층의 호소가 많다. 2014년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서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면 환기구를 통해 5분 내에 위·아래 집으로 니코틴 등이 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 신문고나 온라인 주민 커뮤니티에도 불만이 쏟아진다. "집에 아이들도 있는데 아래층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워 기침이 계속 난다. 아래층에 내려가서 ‘밖에서 흡연하라’고 말했더니, '내 집에서 피우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해서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에 접수된 민원인 사례다. 어떤 이는 참다못해 아랫집 흡연 장면을 몰래 촬영해 사과를 받아내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이 커지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보건복지부·국토교통부는 11일 공동주택 세대 내 간접흡연 피해를 막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마련했으며 내년 2월 10일 시행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층간 흡연 갈등 해결에 공동주택 관리인이 개입하게 됐다는 점이다.
 
지금은 실내 흡연은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주민 합의에 의해 지자체가 지정한 금연아파트 제도가 있지만 계단·복도·엘리베이터·지하주차장만 금연구역이다. 서울 동대문구 금연아파트 주민 최모(60)씨는 "창문을 열어 두면 담배 냄새가 자꾸 들어온다. 가정 흡연을 막을 방법이 없는데, 금연아파트가 무슨 소용이냐"고 불만을 표했다.
 
 법률이 시행되면 층간 흡연 피해자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신고할 경우 관리인(경비원)이 중재에 나선다. 흡연 의심 가구에 들어가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금연을 권고한다.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입주자(흡연자)는 경비원의 권고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됐다. 주민들이 자치 조직을 구성해 간접흡연 분쟁 예방ㆍ조정을 위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을'의 입장인 경비원이나 관리사무소 직원이 주민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 양영수(52)씨는 "경비원이 찾아가도 집 절반은 문을 열어주지 않을 거다. 관리인 입장에선 입주자를 강하게 밀고 나가기 어렵다"면서 "지금도 층간 흡연 민원이 가끔 들어오는데 인터폰으로 양해를 구하는 것 이상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의 다른 아파트 경비원인 박상열(59)씨는 "용역업체 소속의 계약직 입장에서 가정에 들어가서 흡연 사실을 확인하라는 건 말도 안 된다. 평소에도 주민들 눈치 보기 바쁜데 있으나 마나 한 법"이라고 말했다.
 
임숙영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이번 법안이 층간 흡연 해결에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는 알고 있다. 그렇다고 개인의 주거 공간을 경찰 등 공권력이 단속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 과장은 "이번 법안이 주민 자치로 해결하되 중재자(관리소)의 개입에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도 효과가 없는 법을 두고 논란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금연을 강조하는 세계보건기구(WHO)도 사적 공간에서의 흡연을 금지하는 규제 조항은 따로 없다. 공공장소와 달리 개인의 자유가 걸려있기 때문"이라면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법 시행보다는 주민 스스로 실내 흡연을 자제하도록 돕는 대국민 캠페인 등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정종훈·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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