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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선시대 경상도 선비들 일기에 "지붕이 흔들려"...지진규모 환산하면?

경상도 선비들의 일기. 임재일기. [한국국학진흥원]

경상도 선비들의 일기. 임재일기. [한국국학진흥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진 지역으로 꼽히는 경상도의 과거 지진 사례 수십건이 조선 시대 선비들의 민간 일기에서 확인됐다. 『세종실록』이나『조선왕조실록 』등 전국을 아우르는 고서에선 지진 기록이 드문드문 발견된다. 하지만 민간 선비들의 개인 일기에서 그것도 조선 시대 경상도 지진에 대한 기록만 여러건 발견된 것은 이례적이다.  
 

경북 안동에 있는 한국국학진흥원 오용원 박사가 발굴
1500여건 소장 중인 조선시대 선비들 일기 8개월간 분석

지진 뿐 아니라 황사 등 다른 자연재해 사실도 일기에 담겨
'미시에 지진이 있었다'라는 시간적 표현도 눈길

 
경상도 선비들의 일기. 임재일기. [한국국학진흥원]

경상도 선비들의 일기. 임재일기. [한국국학진흥원]

이런 지진이 기록된 일기는 한국국학진흥원 기획조정실장인 오용원(52) 박사가 발굴했다. 오 박사는 11일 “한국국학진흥원 수장고에 소장 중인 1500년부터 1800년대 조선 시대 경상도에 살던 선비들의 일기 1500여 건 중 고기후(자연재해)에 대한 내용이 기록된 일기를 선별해 8개월간 연구했다”며 “공통으로 경상도 지진은 10월부터 3월 사이 추울 때 오후 시간 집중적으로 발생했다고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경상도 선비들의 일기. 조성당 일기. [한국국학진흥원]

경상도 선비들의 일기. 조성당 일기. [한국국학진흥원]

근대적인 기상관측은 1900년 초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일기에 나온 것처럼 9ㆍ12 지진(지난해 경북 경주)과 11ㆍ15 지진(올해 경북 포항) 모두 9월과 11월 각각 오후 시간 서늘한 날씨 일때 발생했다.  
 
경상도 선비들의 일기. 계암일록.[한국국학진흥원]

경상도 선비들의 일기. 계암일록.[한국국학진흥원]

오 박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헌부 지평 등을 지낸 계암 김령(1577~1641)은 27살이 되던 1603년부터 1641년까지 40년간 경북 안동에 살면서 일상을 매일 한지에 기록했다. 그의 일기 『계암일록』엔 모두 세 차례의 지진 기록이 나온다. 1606년 11월 9일, 1612년 1월 26일, 1612년 4월 9일이다. 일기에서 김령은 ‘지진이다.’, ‘지진이 났다.’  라고 지진 사실만 짧게 기록해 규모는 짐작하기 어렵다.  
 
한국국학진흥원 수장고 있는 경상도 선비들의 일기.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한국국학진흥원 수장고 있는 경상도 선비들의 일기.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그렇지만 1612년 4월 9일 발생한 지진은 꽤 큰 규모로 추정할 수 있다고 오 박사는 전했다. 근거는 같은 시기 경북 안동에 살던 조성당 김택룡(1547∼1627)의 『조성당 일기』에서도 이날 지진이 난 사실이 쓰여있어서다. 그는 ‘미시(오후 1시~3시)에 지진이 일어났다. 지붕의 기와가 모두 흔들렸다’라고 당시 상황을 묘사해 썼다. 김택룡의 일기엔 1616년 9월 17일에도 규모가 큰 지진이 있었다고 쓰여 있다. ‘풍종이 앞 밭의 콩을 타작하였는데…이날 지진이 일어나 지붕이 흔들렸다.’  
 
한국국학진흥원 수장고 있는 경상도 선비들의 일기.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한국국학진흥원 수장고 있는 경상도 선비들의 일기.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학과 교수는 "지붕의 기와가 흔달렸다는 등의 표현이 있는 걸로 보았을 때 진도 4 이상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가옥 형태라도 튼튼하게 지어진 경우가 있어서 집 전체가 무너지진 않았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오 박사는 역시 "일기 중간중간에 나오는 가옥이나 지붕이 흔들릴 정도라는 표현을 보았을 때 현대적인 지진 강도론 진도 4 정도로 추정된다. 주변 지질 관련 연구를 하는 지인들도 그렇게 보더라"고 설명했다.    
    
한국국학진흥원 수장고 있는 경상도 선비들의 일기.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한국국학진흥원 수장고 있는 경상도 선비들의 일기.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1700년대 이후 경상도 선비들의 일기엔 지진 기록이 더 많다. 경북 문경에 살았던 청대 권상일(1679~1759)의 『청대일기 』엔 1710년 1월 12일, 1737년 1월 14일, 1746년 10월 19일, 1750년 1월 3일 등 모두 4차례 지진이 쓰여 있다.  
   
‘세종실록지리지’ 복본(複本). [연합뉴스]

‘세종실록지리지’ 복본(複本). [연합뉴스]

특히 1750년 1월 3일 지진에 대해서 그는 ‘미시에 강릉 땅에서 지진이 두 차례나 발생하여 가옥이 마구 흔들렸다’고 쓰여 있다. 경북 문경뿐 아니라 당시 강릉에서도 지진이 발생한 사실을 예측할 수 있는 내용이다.  
 
오용원 박사.

오용원 박사.

17년간 무려 13차례 지진이 발생한 이례적인 기록도 일기에 담겨 있다. 대구 팔공산 인근에 살던 임재 서찬규(1825~1905)가 17년간 쓴 『임재일기』에서다. 그의 일기에는 13차례의 지진 발생일, 발생 시간, 날씨, 주변 상황까지 자세하게 적혀 있다. 1845년 10월 22일부터 1860년 2월 16일까지 지진 기록이 나온다.    
    

한국국학진흥원 수장고 있는 경상도 선비들의 일기.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한국국학진흥원 수장고 있는 경상도 선비들의 일기.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이런 식이다. ‘1845년 10월 22일. 맑음. 오후에 지진이 있었다.’, ‘1850년 1월 3일. 맑음. 조모의 생신이다. 빈소에 제사를 드렸다. 새벽과 아침에 지진이 있었다.’, ‘1857년 8월 29일. 근래 바람이 많음. 경백이 내방하였다. 점심 무렵에 지진이 있었는데, 또 지진이 있었다.’ , 1860년 2월 16일 '밤에 이경(오후 10시 전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지진이 있었다.'.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박물관에서 열린 '바람을 그리다 : 신윤복 정선' 간담회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박물관에서 열린 '바람을 그리다 : 신윤복 정선' 간담회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진이 일기에 쓰인 고기후의 전부가 아니다. 황사(黃砂)도 경상도 선비들의 일기에 쓰여 있다. 황사라는 최근의 환경 문제가 이미 조선 시대부터 있던 문제였다는 점을 보여주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김령의『계암일록』에는 1619년 2월 21일 ‘바람이 크게 불어 땅을 휩쓰는데 황사로 컴컴하다’, ‘농가에서 보리 수확이 요즘 한창이다. 보리와 밀은 아주 부실하여 겨우 종자나 나올 정도이다. 이는 황사에 상했기 때문이다.’라고 쓰여 있다. 1620년 6월 8일엔 ‘보리 수확을 이날 마쳤으나 수확이 형편없으니, 황사가 해가 됨이 심하구나.’라고 적혀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밀양시립박물관에서 연 전시회 '밀양, 선비를 그리다'. [연합뉴스]

국립민속박물관이 밀양시립박물관에서 연 전시회 '밀양, 선비를 그리다'. [연합뉴스]

청대 권상일 일기에도 ‘연일 황사가 심하였다(1727년 8월 12일)’, ‘종일 황사가 끼고, 가뭄이 꽤나 심하다.’(1727년 3월 29일) 라고 기록돼 있다. 선비들은 황사를 흙이 비처럼 내린다는 의미로 우토(雨土)ㆍ토우(土雨)ㆍ묵우(墨雨)로도 표현했다.  
 
한국국학진흥원 수장고 있는 경상도 선비들의 일기.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한국국학진흥원 수장고 있는 경상도 선비들의 일기.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오 박사는 “민간 일기에 나온 지진 등 자연재해 기록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기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우리나라 고기후를 입체적으로 연구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영남퇴계학연구원’의 학술지인 『퇴계학연구』에 '일기류 자료를 통해 본 조선 시대 자연재해와 고기후의 복원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실릴 예정이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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