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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22도 천지 오른 김정은, 그가 백두산 가면 중대 변화 있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이 통신은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장군봉 마루에 거연히 서시어 백두의 신념과 의지로 순간도 굴함 없이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빛나게 실현해 오신 격동의 나날들을 감회 깊이 회억(회고)하셨다“고 밝혔다. [조선중앙TV 캡쳐=뉴시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이 통신은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장군봉 마루에 거연히 서시어 백두의 신념과 의지로 순간도 굴함 없이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빛나게 실현해 오신 격동의 나날들을 감회 깊이 회억(회고)하셨다“고 밝혔다. [조선중앙TV 캡쳐=뉴시스]

백두산 밀영의 8일 기온이 “최저기온 영하 26도, 최고기온 영하 17도”라고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7일 밤 보도했다. 그 8일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 처형, 5차 핵실험 때도 찾아
일각선 “대화 공세로 전환할 수도”
내년 신년사에 백두산 구상 담길 듯
김정일도 주요 결정 때 백두산 찾아

북한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2011년 사망)의 출생지라고 주장하는 밀영의 해발고도는 1580m인 데 비해 김정은이 머물렀던 곳은 2600m 안팎이라고 한다. 100m 고도가 높아질 때마다 0.5도씩 떨어지는 걸 감안하면 김정은이 영하 31도에서 영하 22도 사이일 때 백두산 정상에 있었다는 의미다.
 
김정은이 집권 이후 5년간 백두산을 더러 올랐지만 12월에 찾은 건 처음이다. 최고기온이 영하 20도를 밑도는 엄동설한에 최용해 부위원장 등과 백두산에 오른 이유는 뭘까. 북한 관영 언론들은 “백두 성산(聖山)을 혁명 전통 교양의 거점으로 더 잘 꾸리기 위한 과업을 제시했다”거나 “백두산 답사자들의 편의를 위해 여관(숙박시설) 등을 건설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표면적으로 북한이 ‘혁명의 성지’로 여기는 백두산 시설물들을 점검하고 보완을 지시한 셈이다. 주요 건설 사업 책임자인 마원춘 국방위 설계국장을 동행토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그가 중대한 결심을 하거나 결단을 앞두고 이곳을 찾았던 점을 고려하면 뭔가 ‘큰일’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김정은은 2013년 12월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2015년 4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 직전 백두산을 찾았다.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이후에도 백두산이나 인근 삼지연을 찾았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일도 1970년대 유일사상 10대 원칙(주민들의 생활지침)을 발표하거나, 77년 김동규 부주석을 숙청하기에 앞서 백두산 인근의 낚시터에서 시간을 보내며 장고(長考)를 한 적이 있다”며 “북한 지도자들이 주요 결단을 내리기 전 백두산을 찾는 모습을 김정은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올해 들어 핵과 미사일을 총동원해 미국과 담판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더 센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6차 핵실험(9월 3일)이나 화성-12·14·15형 미사일 발사에도 미국이 움직이지 않자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지, 대화할지 판단해야만 할 정도의 더 큰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추가 도발 버튼을 만지작거릴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런 차원에서 북한이 태평양상에서 수소폭탄실험을 하거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거리로켓(미사일) 발사 등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지도자가 엄혹한 날씨에 백두산을 찾은 만큼 국제제재에도 잘 견디자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전하려는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발이 아닌 대화로의 기조 변화를 의미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이 지난 7월 4일 화성-14형 미사일 발사 후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듯 이번 백두산행은 지난달 29일 미사일(화성-15형) 발사 성공 후 핵 무력 완성을 신고하는 차원일 수 있다”며 “새해 들어선 미국이나 한국에 대화 공세를 통해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결의를 다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주 방북했던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 일행을 환대하고, 대화 채널을 유지키로 합의하는 등 외교적인 제스처를 보이고 있긴 하다. 지난달 1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평양을 찾은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에게 냉랭함을 유지했던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정영태 동양대 통일군사연구소장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탈피하고, 대화 모드로 가기 위해 유엔을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내년은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인 만큼 김정은으로서는 정치, 경제,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성과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 해의 정책 지침을 밝히는 내년 1월 1일 신년사에 그의 백두산 구상이 구체적으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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