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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거기 어디?] 골목상권 죽는다고? 여기 보면 그런 말 못해

'보마켓' 외관. 야외에도 테이블을 둬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한다.

'보마켓' 외관. 야외에도 테이블을 둬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한다.

'보마켓(@bomarket)'은 서울 소월로 남산맨션 1층에 있는 미니 가게다. 가게라고 한 건 굉장히 뭉뚱그린 표현인데 그럴 수밖에 없다. 보통 아파트라면 단지 내 상가에 편의점부터 카페·분식집까지 여러 가게가 세트로 갖춰지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외진 한 동 건물에 100여 세대가 모여 사는 남산맨션에서는 보마켓이 그 모든 가게 역할을 다 한다. 융·복합이라는 말이 거창한 학문적 표현이 아니라는 걸 이곳에선 실감할 수 있다.  

남산맨션 1층의 동네가게 '보마켓'
진기한 식료품에 카페까지
럭셔리 마텟처럼 취향 담긴 공간

보마켓은 2014년 문을 열었지만 서너 달 전부터 인스타그램에서 피드가 갑자기 늘어나고 있다. 현재 800여 개 해시태그 게시물 다수가 2017년 6월 이후에 올라온 것들이다 '알래스카에 딱 하나 있을 법한 식료품점' '조용하고, 편안하고, 느낌 좋은 나만의 공간'이라는 소감을 달고서다. 끼리끼리 알던 동네 아지트가 '외부인'에게까지 퍼지고 있는 셈이다. 인근 한강진역 주변 쟁쟁한 카페·음식점을 뒤로 할 만한 동네 가게의 매력은 대체 뭘까. 직접 찾아가봤다.  
동네 가게라는 위치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벗어나 진기한 국내외 식료품과 일상용품들 파는 편집숍이 됐다.

동네 가게라는 위치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벗어나 진기한 국내외 식료품과 일상용품들 파는 편집숍이 됐다.

소량의 품목을 여유있게 진열하는 방식이 프리미엄 마켓과 닮아있다.

소량의 품목을 여유있게 진열하는 방식이 프리미엄 마켓과 닮아있다.

보마켓이 들어오기 전에도 이 자리는 원래 수퍼였다. 남산맨션의 위치가 물 한 병 사려해도 한강진역까지 나가야 하니 동네 주민들에게는 이 수퍼가 중요한 편의시설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문을 닫게 되자 아파트 주민이던 유보라(39)·나훈영(41) 부부가 이 공간을 새롭게 꾸몄다. 
'보마켓'을 감각적인 동네 아지트로 만든 유보라(왼쪽) 나훈영 부부. [사진 나훈영 제공]

'보마켓'을 감각적인 동네 아지트로 만든 유보라(왼쪽) 나훈영 부부. [사진 나훈영 제공]

자동차 디자이너인 유씨와 공간 콘텐트 기획자인 나씨가 창작자로서 업의 경험을 살렸다. 나씨는 이미 한남동 꼼데가르송 내 '로즈 베이커리'를 운영한 경험이 있고, 지금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내 '보키친'을 맡고 있다. 부부는 "하나를 사더라도 취향을 겨냥한 물건을 팔자"고 마음 먹었고, 스스로 먹어보고 써 본 제품 중 감각적인 것만 골라 가게에 내놨다. 보마켓에서 만난 주민 신승연씨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수퍼 하나 만드는데 왜 이럴까 싶을 정도로 공사를 몇 달씩 했어요. 문을 열고 나서야 아, 이래서 시간이 걸렸구나 이해했죠."

공간 한쪽을 수퍼, 다른 한쪽을 카페로 운영한다.

공간 한쪽을 수퍼, 다른 한쪽을 카페로 운영한다.

정체를 드러내자 사람들은 '라이프 셀렉트숍'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다. 직접 가 보면 이유를 알 만하다. 33㎡(10평)이 될까말까한 작은 공간이 예쁘고 진기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한쪽 벽에는 라면과 참치캔부터 고구마 과자·우유 등 대형 체인 마트에서 보는 국산 식료품이 차곡차곡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하인즈 케첩, 땅콩잼과 포도잼이 섞인 '그레이프 피넛버터', 호주 대표 초콜릿 과자 '탐탐', 맥캔즈 오트밀 등 해외 상표도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먹거리뿐일까. 럭키 스트라이프 담배부터 일본 로이히 동전 파스, 마비스 치약(현지에서도 보기 드물게 갖가지 향이 다 있다!)까지 외국 여행 가면 하나쯤 사 보는 각국 대표 생필품이 이곳에 다 모여있다. 일일이 세어보지 않아도 족히 100여 종이 넘을 만물상인 셈. 마치 '물어보면 다 구해준다'는 남대문 수입상가를 연상시킨다. 
'치약계의 샤넬'로 불리는 마비스 치약을 다양한 종류로 판매한다.

'치약계의 샤넬'로 불리는 마비스 치약을 다양한 종류로 판매한다.

다만 옛 '미제 가게의 추억'과는 분명 다르다. 디스플레이의 힘이다. 별것 아닌 것들을 탐나게, 예쁘게 두는 '2차 가공'을 해서 충분히 인스타그래머블하다. 품목별로 여유를 잡고 10개를 넘지 않게 진열하고, 실한 토마토와 양파를 잘 닦아 나무 박스에 넣어둔다거나, 수세미 하나도 색깔을 맞춰 금·은사 실에 묶어두는 식의 모양새다. SSG 못잖은 프리미엄 마켓을 닮아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은진씨는 "한 번에 10만원어치씩 생필품을 사러 오는 외부 손님들도 꽤 된다"며 "마비스 치약, 식빵 모양 수세미, 올드 패션드 비누형 샴푸 등이 베스트셀러"라고 말했다. 가격은 시중에서 파는 가격보다 대략 10% 정도 비싸다. 가령 마비스 치약이 1만1000원이다.  
동네 편의점과 라면의 조합처럼, 보마켓에선 취향 있는 일상용품과 브런치가 함께 한다.

동네 편의점과 라면의 조합처럼, 보마켓에선 취향 있는 일상용품과 브런치가 함께 한다.

공간의 반이 수퍼라면, 나머지 반은 카페다. 간단하게 요기를 할 수 있는 커피(3500~4500원)·샌드위치(5000원)·라면(3000원) 등을 판다. 특히 블루베리·아몬드·건조딸기가 들어간 시리얼(5000원)이 인기 메뉴다. 주민들은 주로 테이크 아웃을 하는데, 최근 외부 손님들이 늘면서 오후 12~3시 사이 테이블이 꽉 차는 날이 종종 생긴단다. 
보마켓에서 인기 있는 시리얼 메뉴. [사진 보마켓 인스타그램]

보마켓에서 인기 있는 시리얼 메뉴. [사진 보마켓 인스타그램]

보마켓에서 파는 와인. 3만~4만원대가 주류다.

보마켓에서 파는 와인. 3만~4만원대가 주류다.

보마켓에는 안에도 밖에도 기다란 나무 테이블이 하나씩 있다. 볕 좋은 날 커피 한 잔 하기도 좋지만, 이른 저녁 샌드위치와 와인 한 잔, 맥주 한 캔씩 가볍게 즐기기 그만이다. 
물론 파는 술 역시 '취향'이 묻어난다.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대동강 맥주, 희곡 '헨리 4세'에 나온 쉐리 와인, 영화 '사케의 탄생'에 나온 '테도리기와 준마이긴조' 등이 리스트에 있다. 다만 주인의 취향만 반영되는 건 아니다. 꽁치·골뱅이 통조림은 술안주에 제격인 주민들의 적극적인 요구로 들인 물건들이다. 유씨는 "손님과 교감하는 마켓으로, 비로소 완성된 공간이 됐다"고 했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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