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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청년실업 고착화에 숨어 있는 불편한 진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2017년 3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11.3%에 공식 청년실업자는 50만1000명이다. 여기에 취업준비생·공시생·아르바이트생을 반영한 잠재 청년실업자는 121만5000명으로 잠재 청년실업률은 24.0%에 달한다. 지난 10여 년간 9번에 걸쳐 정부의 청년실업 대책이 나왔지만 청년실업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청년실업 고착화의 불편한 진실 중 하나는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고급 인력을 양산한 정책에서 기인한다는 점이다. 1995년 일정 요건만 갖추면 인가하는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도입되면서 대학이 양적으로 급팽창했다. 2016년 현재 25~34세의 대학졸업자 비율은 70%에 달해 30년 전에 비해 50.3%포인트 수직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승 폭이 가장 크다.
 
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패러다임은 근본적으로 변했다. 청년들이 희망하는 대기업들은 핵심 인력 위주로 채용해 육성·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인재관리정책을 수정했다. 대학 정원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취업 목적의 특성화고 졸업자까지 진학을 장려함으로써 청년들의 눈높이는 높아졌으나 갈 만한 일자리는 크게 늘지 않았다. 노동시장과 교육훈련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청년 일자리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는 뜻이다.
 
우선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고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돼야 한다. 지난 10여 년간 유지돼온 고졸 취업 우대 정책과 이로 인한 심각한 대졸 취업난 탓에 ‘묻지마’ 대학 진학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신규 고졸 취업자들은 직장에서 여전히 미래가 밝지 않다. 기성세대에는 고졸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부총리까지 오르는 성공신화가 가능했으나 새내기 고졸 취업자들은 보조적인 업무에 그쳐 현장 경험을 통해 능력을 쌓을 기회가 넓지 않다.
 
시론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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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뿐 아니라 고졸로 출발해도 보상, 배치전환, 교육훈련, 경력개발 등에서 대졸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선취업·후진학’, 박근혜 정부의 ‘능력 중심 채용’, 문재인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을 넘어서는 고졸의 생애 경력개발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체계적으로 구축돼야 한다.
 
열린 노동시장도 요구된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어디서 출발하느냐가 중요하다. 중소기업에서 시작하면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으로 이직하기 어렵고,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되기도 수월치 않다.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은 신규 노동시장 진입자를 입직(入職) 단계에서 선발해 내부 노동시장을 통해 육성·관리한다. 노조가 조직되어 있고 근로자의 고용도 매우 안정적이다. 특히 중소기업 정규직보다 대기업 비정규직의 보수가 높아 비정규직이라도 대기업에 취업하려고 한다. 청년들의 과도한 스펙 쌓기도 여기서 비롯된다.
 
OECD는 우리나라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 방안으로 고용의 유연성 확보를 제안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정규직 해고 비용을 줄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인건비 격차를 좁혀 비정규직을 선호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근로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다양한 사회안전망이 확충되고 있다. 사회안전망 확충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열린 노동시장이 구축되도록 개혁이 이뤄져야 충분조건이 충족될 수 있다.
 
끝으로 대학 교육이 일자리·현장 중심으로 개혁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대학이 개인의 생애에 걸쳐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는 현장 중심의 평생 교육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러시아의 파벨 룩사 교수를 중심으로 세계의 석학들이 참여한 ‘미래교육포럼’이 30년 후 교육의 역할을 고민하고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미래에는 실용적 가치가 중요해지면서 ‘연구를 위한 연구’를 하는 대학이 아닌 ‘생애 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 역할이 중요해진다는 결론이었다. 30년 뒤에는 연구 중심 대학의 존재감도 희미해질 것이란 전망도 했다.
 
최근 발표된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 추진계획’에 따르면 2021년까지 대학 입학 정원은 2만 명 줄어든다. 이 계획이 하위 40% 대학의 정원 감축에 집중하기보다는 우리나라 모든 대학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생애 교육기관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활용돼야 한다. 대학을 일자리·현장 중심의 교육기관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대학 구성원의 자발적인 자기 변신 노력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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