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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 30% 삭감 법안 1274일 끌다 자동 폐기, 말 뿐인 특권 내려놓기

대선이나 총선이 있으면 여야는 의원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벌인다.
 
2012년 6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국회 공전의 책임을 지겠다며 세비 한 달치 14억원을 반납하기로 했다. 그해 12월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은 한 걸음 더 나가 의원 세비 30%(연 2292만원)를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박지원 원내대표(현 국민의당)는 소속 의원 127명의 명의로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입을 씻는다. 세비 30% 삭감 법안은 1274일간 국회 운영위원회 서류 더미 속에 파묻혀 있다가 19대 국회 임기 만료(2016년 5월 29일)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대선이 끝나고 나니까 세비 삭감에 대해서는 여야 어느 쪽도 얘기를 꺼내지 않더라. 그냥 조용히 넘어갔다”고 했다. 그간 실제로 이행된 특권 내려놓기 차원의 약속은 ▶국회의원 겸직 금지 ▶의원 연금 폐지 ▶국회의원 친인척 보좌진 채용 제한 ▶의원들의 KTX·항공기 무료 또는 이코노미석 이용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올해 의원들은 세비 삭감은커녕 2.6% 인상시켰고, 8급 비서관을 신설키로 했다.
 
의회 전문가들은 일단 ‘세비(歲費)’라는 용어부터 ‘보수’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1948년 제헌의회에서 만든 ‘국회의원 보수에 관한 법률’은 국회의원의 보수를 ▶세비 ▶직무수당 ▶거마비 등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73년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로 법안을 바꾸면서 세비라는 표현은 사라졌다. 현행 법률 체계에서 세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해 만든 자문기구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 활동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제헌의회에서 처음 쓰기 시작한 세비는 일본 헌법의 영향을 받았다. 일본 헌법 제49조에 ‘세비’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에 참여했던 최민호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8일 “세비는 법정 용어가 아니고, 보수 개념으로도 적합한 용어가 아니니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 보수(세비) 결정 시에는 가칭 ‘의원 보수 및 수당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제3자가 결정하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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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혁백 고려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회 보좌진 증원 문제와 관련, “정책 개발과 입법을 도울 보좌진을 운전사로 쓰고 지구당 사무실에 놓고 쓰는 게 문제”라며 “보좌진을 다른 목적에 쓰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기는 했으나 특권 내려놓기가 전제됐을 때 의원 정수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유럽에서처럼 지역 현안을 세세하게 파악해 대안을 찾는 현장 정치로 바꾸려면 의원 정수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며 “의원보좌관을 늘릴 게 아니라 차라리 의원 정수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34개국을 대상으로 의원 정수를 비교한 결과 인구 대비 의원 숫자의 경우 한국이 31번째로 적었다. 
 
박성훈·채윤경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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