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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피감기관에 "자료 내놔라" 갑질 국회, 자기들 정보엔 빗장

“스마트폰으로 찍으시면 안 된대요. 그냥 보기만 하세요.”
 
지난달 27일 국회 사무처 내 한 사무실. 『제20대 국회종합안내』라는 이름의 소책자 중 ‘국회의원 수당 및 의정활동 지원 경비’를 소개한 38쪽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려던 기자에게 사무실 직원이 황급히 다가와 제지했다. 자신의 직속 상관이 “그 책자는 외부인에게 열람만 가능하고 복사나 촬영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면서다.
 
문제(?)의 『제20대 국회종합안내』는 지난해 제20대 국회 개원을 계기로 국회 사무처가 펴낸 책자다. ▶입법·행정 지원 ▶국회시설 이용 가이드 ▶후생복지 서비스 등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각종 지원 내역이 담겨 있다. 기자가 촬영을 하다 제지당한 38쪽에는 ▶세비 1149만6820원 ▶차량 유지비 35만8000원 ▶차량 유류대 110만원 등 매월 지급되는 경비 항목이 적혀 있다. 해당 책자는 국회도서관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수소문해서야 겨우 국회 사무처의 한 부서에서 볼 수 있었다. 국회의원 보수 내역을 이렇게 쉬쉬해야만 하는 걸까.
 
중앙일보가 국회 사무처에 보좌진 인건비 지급에 관한 세부 자료를 요청했을 때도 달랑 ‘별정직 국가공무원 수당 표’만 나온 1장짜리 답변서가 전부였다.
 
미국 의회는 어떨까. 구글 사이트에서 ‘의회 보좌관 목록’(Congressional Staff Directory)을 검색해봤다. 미 상·하 양원 보좌직원 1만6883명의 이름·직함·사무실·근무 기간·연봉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예컨대 크리스 반 홀런 민주당 하원의원의 입법보좌관 지키 아바비야의 연봉은 4만4167달러, 존 코닌 공화당 상원의원 스케줄담당 비서 애리카 올리버의 연봉은 6만4625달러였다. 한국 국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다.
 
보수와 관련한 자료마저 공개를 꺼리는 국회가 타 기관을 상대로 자료 요청을 할 때는 ‘수퍼 갑’이다. 국립대의 한 교수는 “국정감사 시즌만 되면 국립대에서 겸직 중인 교수의 보수 자료를 내라고 득달같이 요구한다. 하루라도 늦어지면 불호령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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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국감 때 피감기관의 군기를 잡기 위해 한꺼번에 100여 건의 자료를 사흘 안에 제출하라는 무리한 요구도 한다.
 
‘의원 특권=오해’라는 홍보에도 열심이다. 국회는 2015년 ‘의원 특권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는 취지로 ‘국회의원 권한 및 지원(국회의원 특권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의 블로그를 개설했다. 블로그에는 각종 홍보자료가 올라 있다. 그런 홍보자료만큼이나 기본적인 정보부터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국회가 특권을 내려놓는 첫걸음일 것이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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